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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457

[시] 만탑산이 쏜 신호탄 만탑산이 쏜 신호탄 권말선 가는 길이 분명한 이의 발걸음은 저리도 당당하여 주저함 없이 내딛는구나, 놀라워라 가진 것으로 세상을 할퀴고가진 것으로 자기 이익만 챙기고더 많이 가지려고 애쓰느라여태 누구도 가려하지 않았던 길무기를 거두고 평화로이 살자며앞장서 걷는구나 우렁우렁 쾅쾅 신호탄은 올랐다만탑산 폭음 따라세상이여, 핵무기는 다 버리라활자 속에만 갇혀있던‘인류의 평화’ 꽃피는새 세상을 만들자 정의로운 길 걷는 이의 발걸음은저리도 믿음직하여만사람들 기뻐하며 함께 발맞춘다 2018. 6. 3.
[시] 너는 이제 만나게 되리라 너는 이제 만나게 되리라 권말선 미제여, 너는 이제 곧 만나게 되리라동백꽃 떨어지는 4월 제주에서이팝꽃 흔들리는 5월 광주에서바닷바람 차지는 10월 여수에서산 자와 죽은 자의 고발장을 한품에 끌안고 달려와 쏟아내는분노한 이들의 눈동자를 너는 이제 들어야 하리라깔아뭉개고 파헤치고 쏘고쪼개고 뒤엎고 파묻고쏟아 내버리고 발라버려생명의 땅이라 하기보단찢겨진 천처럼 너덜해진 곳에서엎어져 울던 사람들 성난 고함을 고개를 숙이고 끝까지 들어라네가 똬리를 튼 곳에서는총소리와 비명이 난무했고폭력과 살인이 끊이지 않았고땅과 물과 공기가 더럽혀졌고삶의 터전도 목숨도 빼앗겨야 했던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이들의 하소연을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겠지한겨울 고부라진 손을 비벼가며촛불의 심지를 태웠던 사람들을박근혜 이명박 차례로 .. 2018. 5. 18.
[격시] <판문점선언>, 잉크는 결코 마르지 않는다 [격시] , 잉크는 결코 마르지 않는다- ‘맥스선더’ 한미공군훈련 당장 중단하라! 권말선 겨레의 염원이 담긴 선언의 구절구절을 수놓은 잉크는 그저 단순히 기계에서 흘러나온 것이 아니다8,000만 민족의 염원이며 눈물이며 피와 땀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새기듯 적어 넣은 것이기에4.27 그 날, 우리는 남북정상회담에 온 넋을 집중했다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이제 막 걸음을 떼고한 달도 되지 않아 그 날의 감격은 아직 여전한데한미공군훈련으로 고위급회담이 연기되었단 소식아, 굳게 나누었던 약속은 어쩌고 전쟁연습이란 말인가 5월 1일 분계선의 확성기를 제거할 때는 좋았다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약속을 지키려나 싶었다‘기적처럼 찾아 온 기회’라 했던가‘살얼음판을 걸을 때’라 했던가‘바람 앞의 촛불’ 같다 했던가‘유리.. 2018. 5. 16.
[시] 기다렸어요, 통일! 기다렸어요, 통일! 권말선 아, 어쩌면 좋아요 산마다 진달래꽃분홍 어제보다 곱구요 골목마다 수수꽃다리 어제보다 향기로와요 산등을 타고넘는 바람 오늘 더 한들거려요 아, 어쩌면 좋아요 등에는 진달래꽃무리 잔뜩 업었구요 팔에는 수수꽃다리향 주렁주렁 매달았네요 금새라도 날아오를듯 발돋움하는 저 바람 좀 보아요 나도 꽃향기라면 바람에게 매달릴 텐데 나도 바람이라면 지금이라도 날아갈 텐데 설레는 마음만 두근두근 발을 굴러요 아, 어쩌면 좋아요 즐거운 소식 들려오던 그 날부터 꽃신 기다리는 아이처럼 날마다 꿈꿨는데 이제 곧 저-기에서 여기로 오신다구요 아, 어쩌면 좋아요 반만년 염원으로 비단을 깔겠어요 팔천만 심장의 고동으로 북을 치겠어요 반도의 산천초목으로 노래하겠어요 꽃보다 향기론 이 사랑을 드리겠어요 어찌 이.. 2018. 4. 26.
[시] 그 날의 투쟁이 있었기에 그 날의 투쟁이 있었기에- 70주년을 기리며 권말선 1948년 4월 24일 일본, 미군정의 총성은16세 소년 김태일의 심장을 헤갈랐다일본 경찰의 칼과 몽둥이는박주범 선생님의 뼈와 살을 찢었다이국 땅에서나마 해방된 조국을 지키고후대에게 민족의 얼을 물려주려는,우리말을 잃었던 아이들에게조선말을 쓰는 조선사람으로 키우려는동포들 심장에 대못을 박았다학교를 부수고 책상을 부수고 조선의 말과 글 역사를 부수려 들었다일제도 미제도 한통속으로 덤볐다 학교를 짓고 학생들을 기다리는 일이우리말과 글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일이우리 역사를 배우고 기억하는 일이우리에겐 너무도 당연한 그 일이바다 건너 일본 우리 동포들에게는모든 것을 바치는 투쟁으로서만목숨까지 바치는 투쟁으로서만비로소 가질 수 있는 일이.. 2018. 4. 22.
[시] 다시, 4월 16일에 다시, 4월 16일에- 세월호 4주기 단상 권말선 4월의 바람은 어찌 이리 성난 얼굴인지4월의 빗방울은 어찌 이리 차가운지그래도 4월의 바람 안아주고파그래도 4월의 빗방울 달래주고파4월의 바람은 4월의 비는너인 것만 같아서꼬옥 안아주고파함께 울어주고파304 그 이름 소리내어 불러보았다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버스에 올라맨 뒷자리들을 차지하고선자기들끼리 속닥이고자기들끼리 웃고자기들끼리 와플을 나눠 먹고흩어진 앞머리 손으로 정리하고또 한바탕 까르르 웃고…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어찌나 고마운지 어찌나 미안한지눈물이 그렁그렁너희들을 보는 것만 같아너희들도 꼭 그랬을 텐데 제대로 한 번 울지도 못한 사람들에게10년, 100년이 가도 못 잊을 사랑과4년, 이제 그만 이별하라니숨기고 가렸던 진실다 드러내고서야 비.. 2018. 4. 15.
[시] 잊지 말거라 잊지 말거라- 제주4.3항쟁 70주년에 권말선 유채꽃밭에 서면 노오란 꽃잎 쓰다듬은 손끝 붉어졌다고 놀라지 마라네 보드란 옷자락으로 고이 닦아주어라오래된 눈물이니 동백나무 아래 떨어져 누운 꽃송이 무심히 밟고 지나지 마라땅 속에 맺혔던 한 꽃으로 게워내고도저리 아파 떨고 있으니 4월의 마파도 청보리밭에 서면 저 멀리 엄마섬 제주 향해 두 팔 쭉 뻗어라풀섶에 숨겼던 아기 엄마를 찾듯 이름을 얻지 못한 채 누워있는 백비가 있다이름도 쓰지 못한 무덤이 있다뒤엉켜 묻혀버린, 바다로 떠밀려간육지로 쫓겨난, 산중턱에서 불태워진…3만의 아픈 이름 다 찾아내어그 이름 모두 불러 주어야하리 거기 제주에서 일어났다,참해방을 부르는 3.1의 만세소리자주통일을 향한 함성!거기 제주에서 날뛰었다,무참히 짓밟는 학살자들의 총성!.. 2018. 3. 25.
[시] 우리는 핵보유국 우리는 핵보유국 권말선 1. 축배 모아둔 돈도 없고둘이 합쳐 110살, 나이는 많은데우리 더 늙어 뭘하며 먹고 살지? 난 에서 사과를 따겠으니당신은 농장 옆 공장에서 일하면 어때요?아니면 나는 에서 염소젖을 짜고당신은 거름을 치면 되지 않겠어요?염소가 어설픈 날 뿔로 받아버리려나?꿈같은 이야길 하니 웃음도 나지만사실 안 될 것도 없잖아요70년 넘게 헤어져 살았던 회포도 풀고서로 잘 몰랐던 것도 나눌 수 있구요 언제까지 반토막 안에서만 살게요위아래 오가며 살아야지요, 그러다보면위니 아래니 더 이상 구분 없이큰 하나가 되어 있겠지요연주회도 공연도 자주 보러 갑시다봄철엔 승마를 배우고여름엔 에 놀러가고아, 당신은 수영할 줄 알아서 좋겠어요가을엔 금강산에 오르고당신은 산도 잘 타니 참 좋겠군요겨울엔 스키도 탑시.. 2018. 3. 20.
[시] 그 놈들, 이제 다 물러갔소? 그 놈들, 이제 다 물러갔소? - 충남아산 유해발굴현장, “그들은 악마였다” 권말선 경찰 놈들이랑 향토방위대인가 하는 총 들고 인상 찌부린 몇 놈들이 우리를 일정때 금광이 있던 산자락으로 끌고 갈 때부터 어째 느낌이 쎄하드라고 뒤통수에 대고 누가 자꾸 '가지마라, 야야, 거 따라가지 마라!' 내 얼라 때 죽은 울 어메인가 싶기도 하고 울 할매가 울며 부르는 것 같아서 섬찟하드라고 그래도 설마허니 뭔 일이야 있겠나 싶었지 저 여남은 놈들이 얼추 봐도 백 명은 넘어 뵈는 이 사람들 한티 설마허니 심하게 해코질 하긋나 뭔 방공교육인가를 시킨다드만 그런거겄지 지 아무리 총을 들었기로 다 이래저래 안면도 있고 저 맨 앞에 가는 놈이사 친구놈 동생인디… 설마설마 했지 저 놈들도 다 사람들인디… 아이고, 아지매! 등.. 2018.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