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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

[시] 우리는 핵보유국

by 전선에서 2018. 3. 20.

우리는 핵보유국 


  권말선  

 


1. 축배

 

모아둔 돈도 없고

둘이 합쳐 110, 나이는 많은데

우리 더 늙어 뭘하며 먹고 살지?

 

<대동강과수종합농장>에서 사과를 따겠으니

당신은 농장 옆 공장에서 일하면 어때요?

아니면 나는 <세포등판>에서 염소젖을 짜고

당신은 거름을 치면 되지 않겠어요?

염소가 어설픈 날 뿔로 받아버리려나?

꿈같은 이야길 하니 웃음도 나지만

사실 안 될 것도 없잖아요

70년 넘게 헤어져 살았던 회포도 풀고

서로 잘 몰랐던 것도 나눌 수 있구요

 

언제까지 반토막 안에서만 살게요

위아래 오가며 살아야지요, 그러다보면

위니 아래니 더 이상 구분 없이

큰 하나가 되어 있겠지요

연주회도 공연도 자주 보러 갑시다

봄철엔 승마를 배우고

여름엔 <마전해수욕장>에 놀러가고

, 당신은 수영할 줄 알아서 좋겠어요

가을엔 금강산에 오르고

당신은 산도 잘 타니 참 좋겠군요

겨울엔 스키도 탑시다

<문수물놀이장>도 가보구요

여러 농장과 공장에 견학도 가고

<김일성광장>을 발맞춰 걸어보고

<려명거리> 야경도 감상하자요

대동강가에서 어르신들처럼

낚시도 해 보고 싶어요


그치만 무엇보다

만주벌이나 백두밀림 철령고개길

그런델 가보고 싶어요

두 발로 꼭 꼭 짚어 걸어보며

온 몸으로 느껴보고 싶답니다

험한 길 넘고 뛰고 쏘며 이겼던

역사 앞에 경건한 맘으로 서고 싶어요

 

우리는 그렇다치고 동포들은

어디를 가보고 싶을까?

 

제주 한라산

촛불의 광화문

세월호의 진도 앞바다

지리산 골골

평택 군산 부산의 미군기지들

글쎄요, 직접 물어보죠 뭐!

우리가 안내해 줘도 좋겠지요

 

그래, 그렇게 서로 오가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지면

꽃피는 봄 태양이 눈부신 날

평양에서 다같이 축제하면 좋겠구려

보고팠던 해외동포들도 모두 오실테고

상상만으로 이렇게 좋은데

막상 그 날이 오면 얼마나 좋겠소

그 날을 위해 우리 건배합시다!

 

그래요

그 날이 빨리 오라고

진하게 축배를 들까요?

!

 

"우리는 하나,

우리는 핵보유국!"

 


 


2. 씨앗

 

어머니 시집 보낼 때 종자꾸러미 챙겨 주셨다던 외할머니

굶어 죽어도 씨앗은 양식으로 먹으면 안 된다시던 아버지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토종씨앗 애지중지 지키시는 어머니

농민에게 씨앗은 핵이다

흙먼지 덮어 쓰면서도 대대로 지켜온

농민에게 씨앗은 목숨줄이다

봄이 와도 논밭에 뿌릴 씨앗 없으면

내년에도 후년에도 그 이후로도

장사꾼에게 피땀 주고 사와야 하는데

제대로 된 씨앗 한 톨 갖지 못한다면

어찌 목숨줄 지키랴, 밥줄을 지키랴

영혼까지 파먹으려던 일제의 침략에도

돈으로 노예 삼으려는 장사꾼에게도

뺏기지 않고 지켜낸 씨앗은

우리 식량주권이다


핵을 갖기 위해 배고픔도 수모도 참아내고

핵을 가짐으로 장사꾼도 전쟁광도 물리치고

핵을 지킴으로 주권도 나라도 지키고

핵이 있음으로 더욱 위용 높이는

핵은 민족의 목숨줄이다

 

씨앗이 농민의 자존심 식량주권이듯

핵은 민족의 자존심 군사주권이다

 

침략자 미제에게도

돈벌레 장사꾼에게도

분별없는 전쟁광에게도

절대 내 줄 수 없는

핵은 우리 목숨줄이다 

 



3. 지휘자

 

은하수 별빛 쏟아지는 우주와

빨간 사과 영그는 과수농장이

배경으로 펼쳐진 무대에서

하얀 정장 입은 삼지연관현악단

마에스트로가 지휘봉을 움직이면

진달래꽃밭 꽃송이 같은

연주자들 하늘하늘 손가락이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넘나들고

은방울인 듯 옥구슬인 듯

어쩌면 천상의 목소리

희망찬 미래 밝히며 내달리고

아리랑 아라리요 신바람 난 장새납

장쾌한 소리로 행복의 시절 뽐내는

남북의 노래부터 서양의 음악까지

삼지연관현악단 연주에

삼천리 만사람의 심장 모두

삼천리 초목의 숨소리 모두

온통 빠져들었다오

눈물마저 글썽였다오

<반갑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다시 만납시다>

비둘기는 창공을 높이 날고

흰 눈은 소록소록 미소 짓는

통일의 날이 바로 오늘인가

감격에 겨웠다오

 

, 흰 옷의 마에스트로!

박수와 갈채 휘황한 조명은

노래하는 꾀꼬리들에게

연주하는 꽃송이들에게

모두 다 돌려주고

두 팔 한껏 벌리고 흰 옷자락 펄럭이며

눈을 감고도 알 수 있다는 듯

악보는 접어 두고 암보¹

맑고 깊은 영혼의 선율 펼쳐주었소

시련의 날들 품안고 영광의 순간까지

백두에서 한라, 반도에 뿌리 이은 독도까지

평양에서 서울 지나 온 지구 돌고 돌아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에서

끝을 알 수 없는 우주까지

한 점 가락도 놓치지 않고

뜨거운 가슴에 모두 담안아

통일의 날, 영광의 날 펼쳐 주는

흰 옷의 마에스트로

 

백의민족 위대한 지휘자여!

그대 손짓에 살아나는

나도 한 방울 선율 되어

춤추고 노래 부르며

박수 치고 환호하며

뜨거운 눈물 흘리고 싶소

하늘 땅 바다 우주길 활짝 열어낸

'백마 타고 온 초인을 만난 듯 기쁜 나는

그대를 바라

그대를 바라

목 놓아놓아 울고 싶소



¹암보 악보를 외워 기억함

²백마 타고 오는 초인 이육사 시 <광야>


 

4. 유산

 

명거리 불빛 보석처럼 찬연하고

핵무력에 온 세계가 찬탄하는

조선의 오늘은

빼앗긴 나라 되찾으려 먼 길 걸으시던 날에

어머니 삯바느질로 모아 주신

아버지 원대한 뜻 담아 주신

20원과 권총 두 자루에서 시작되었음을

교복 입은 소년의 어깨 위 붉은 수건이

백두산 밀영을 오르는 병사의 붉은 기가

말하여 주네

 




5. 일심단결

 

잃었던 나라 되찾았어도

반쪽해방 전쟁 분단으로 이리저리 떠밀렸던 우리

남쪽에서는 투쟁했지

피 흘리며 촛불 들며 민주화투쟁 반미투쟁

북쪽에서도 투쟁했지

제재와 전쟁마수 벗겨 낼 핵억제력 갖기 위해

해외에서도 투쟁했지

분단의 설움 걷어 낼 민족의 통일만을 바라며...

 

반도에 따뜻한 바람 불어

새로운 역사는 펼쳐지고

이제부터 허리 쭉 펴겠네

 

오로지 자기 힘으로 일군

우리 민족 자랑스러워

뿌듯하여라, 핵보유국


‘핵무기 없는 세상’

‘제국주의 없는 세상’

실현시킬 정의의 핵보유국

 

세계가 우러르는 핵강국

새싹도 꽃향기도 새소리도

찬양하네 오, 핵보유국

 

핏줄도 언어도 역사도

땅덩이도 본디 하나인

덩달아 우리도 핵보유국

 

그러나 핵무기보다

더 강하다는 일심단결은

덩달아 얻을 수 없는 것

 

진정 우리 민족 하나로

일심단결 보유국 되려면

너와 나 동지가 되어야해

 

통일하자 일심단결로

어제도 오늘도 미래에도

우리는 하나 끈끈한 하나

 

더는 헤어지지도 떠밀리지도 말자

손 꼭 잡은 우리 민족 천년만년

일심단결로 꽁꽁 뭉쳐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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