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4월 16일에
- 세월호 4주기 단상
권말선
4월의 바람은 어찌 이리 성난 얼굴인지
4월의 빗방울은 어찌 이리 차가운지
그래도 4월의 바람 안아주고파
그래도 4월의 빗방울 달래주고파
4월의 바람은
4월의 비는
너인 것만 같아서
꼬옥 안아주고파
함께 울어주고파
304 그 이름
소리내어 불러보았다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버스에 올라
맨 뒷자리들을 차지하고선
자기들끼리 속닥이고
자기들끼리 웃고
자기들끼리 와플을 나눠 먹고
흩어진 앞머리 손으로 정리하고
또 한바탕 까르르 웃고…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어찌나 고마운지
어찌나 미안한지
눈물이 그렁그렁
너희들을 보는 것만 같아
너희들도 꼭 그랬을 텐데
제대로 한 번 울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10년, 100년이 가도 못 잊을 사랑과
4년, 이제 그만 이별하라니
숨기고 가렸던 진실
다 드러내고서야 비로소
헤어짐을 준비할 수 있을 텐데
누가? 왜? 어떻게? 숱한 물음에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는데
4년, 이제 그만 영결하라니…
아직도 귓가에 쟁쟁한
진도대교 위의 절규
‘정부는 살인마!’
‘아이들을 살려내라!’
<그날, 바다>*의 닻이
음흉한 권력의 닻이
아무리 당기고 당겨도
별빛 수놓인 돛을 펴고
다시 나아가자
세월호, 진실 찾으러
그리운 304명 찾으러
노란 리본 가슴에 달고
가자, 다시 가 보자!
* 세월호 침몰원인을 다룬 김지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시::권말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만탑산이 쏜 신호탄 (0) | 2018.06.03 |
---|---|
[시] 너는 이제 만나게 되리라 (2) | 2018.05.18 |
[격시] <판문점선언>, 잉크는 결코 마르지 않는다 (0) | 2018.05.16 |
[시] 기다렸어요, 통일! (0) | 2018.04.26 |
[시] 그 날의 투쟁이 있었기에 (2) | 2018.04.22 |
[시] 잊지 말거라 (1) | 2018.03.25 |
[시] 우리는 핵보유국 (0) | 2018.03.20 |
[시] 그 놈들, 이제 다 물러갔소? (0) | 2018.03.18 |
[시] 우리가 우리에게 (0) | 2018.03.12 |
[시] 노숙 (0) | 2018.03.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