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165 [시] 늙은 호박처럼 늙은 호박처럼 권말선 붉은 가시덤불 뒤엉킨동굴 같은 늙은 호박 속일지언정뿌리내리고 떡잎 틔워새싹으로 자라난 호박씨를 보며 아, 나도 저 늙은 호박처럼 제 몸의 터, 물기, 양분다 내어주는 호박으로껍질의 속박 두려워않고뿌리 뻗는 용감한 씨앗으로 언젠가 만나게 될햇살 가득한 땅그 위에 만발할 꽃 열매 꿈꾸며 다 바쳐야지, 용기를 내야지 - 시집 '그이의 환한 미소'(서시) 2017. 4. 23. [시] 딸아이 입원한 날 딸아이 입원한 날 권말선 자식이란 낳아 놓으면 시집장가 갈 때까진 으레 옆에 붙어있겠거니 싶었는데 세월호 겪고 나니 딸 아들 두 녀석 뽀얀 얼굴이며 머리칼 볼따구니 손가락 하나하나 다 새삼스레 느껴지더라 이틀 금식해야하는 딸 병실에 눕혀 놓고 끼니 때우러 나선 길 자식 몸에 생채기 난 것도 이리 쓰리고 아픈데 세월호 부모들 어쩌면 좋노 혼자 웅얼거리다 딸에게 참기름 냄새 들킬새라 우걱우걱 씹어 삼키는 김밥 드문드문 차들이 지나는 뿌연 안개 흐르는 밤길 나만 둥 떠있는 듯 낯설고 서럽다 싶다가도 세월호 엄마 아빠들 이보다 더 쓰리고 아팠을 텐데 울며 소리치며 진도대교 건너던 그이들 목소리 들려와 딸 손 잡아주러 총총 뛰어가다 2016. 12. 23. [시] 敵, 族 敵, 族 권말선 한 쪽은 제재에도 아랑곳 않고핵 시험, 미사일발사 척척 해내는데한 쪽은 동맹이라면서도사드 강요에 내몰리고 한일군사협정에 덜미 잡혀 등 터진 새우마냥 헐떡이는 건동맹이란 허상일 뿐 실은 제재 중 최고의 제재그네들 식민지이기 때문동맹의 환상을 벗겨내고 식민의 앞잡이들 쫓아내고주적이 누구인지동족은 누구인지똑바로 가려보아가로막은 적 물리치고민족끼리 손 꼭 잡아야 할 때 2016. 12. 18. [시] 백남기 농민을 기리며 백남기 농민을 기리며- 영전에 바침 권말선산, 저 산이 불러 가셨습니까오르내리는 굴곡으로 달리며 사위를 감싸는 품 너른 산처럼하많은 사연 다 끌어안은 채 멀고도 가까운 배경으로 남으시려산이 되셨습니까산자락 어디쯤 바위 되셨습니까살아온 한 생 차돌처럼 단단하셨다지요제 몸에 염원을 새기고 천년을 기다리는 바위처럼다시 또 인고의 숙명 떠 안으셨습니까어쩌면 나무가 되셨습니까해방으로 통일로 어우러질 조국산천의 꿈같은 날돌아돌아 언젠가 찾아 올 그 날의 이정표 되시려어드메쯤 묵묵히 자리하셨습니까아무렴, 그러시겠지요. 살아온 한 생 따뜻했던 사람사랑 사랑 지극한 사랑으로 언 땅 녹이던 농민이었으니어찌 그저 떠나시겠습니까생의 마지막까지도 놓지 않았던사랑 사랑 한결같은 사랑 덕에우리 모두 '백남기' 되었고그 이름으로 싸.. 2016. 11. 3. [시] 따뜻한 편지 따뜻한 편지 권말선 만나지 못해 편지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속속들이 더 알고 싶기 때문이지요보일락말락 사과껍질에 찍힌 숨구멍처럼내가 아는 것은 너무도 조금, 조금이예요 사모하는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몰랐던 그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아니, 사모함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무던히 믿고 기다려 준, 그 때문이지요 멀고도 생소한 폴란드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한 편으론 도무지 알지 못할 단어의 조합들한 권을 채워가면서 비로소 들리는 읊조림에서알아간다는 건 무엇일까를 생각했습니다 알알이 전부를, 그대라는 나무를 다 알고 싶은해묵은 바램을 마주보게 되었지요안다는 것은 나 그대가 된다는 것안다는 것은 그대 나를 이해하는 것 언제쯤 그대를 다 알게 될까요?우리는 너와 나, 서로가 될 수 있을까요?말로 할 수 없는.. 2016. 10. 10. [시] 마귀할멈 (사진 : 인터넷펌) 마귀할멈 권말선 축축 늘어지는 볼살억지로 끌어올려도표독스런 눈에 서린독기는 못 빼나 봐총 맞아 죽는 걸로대를 이을 작정인가하는 짓 마다 쯧쯧천박하고 숭악하고교활하고 악랄하네아직도 공주인 줄아직도 여왕인 줄착각하고 사나본데이제 동화는 끝났어지금은 권선징악의 시간궁궐을 비워야해네 동화의 마지막을 읽어줄게 "못된 짓만 일삼던 마귀할멈은 그 후로 평생을 감옥에서 죄값을 치뤄야 했답니다. 끝" 2016. 10. 10. [시] 풋고추 한 봉다리 풋고추 한 봉다리 권말선 안동풋고추 한 봉다리 얻어 집으로 가는 길 가방 열 때마다 풀 냄새가, 고춧잎 냄새가 짭쪼롬한 쌈장 찍어 와삭! 깨문 듯 혀는 벌써 알큰함에 긴장하고 된장찌개엔 역시나 쫑쫑 썰은 맵싸한 풋고추가 제격이지 한 입 깨물면 입 안 가득 국물 흥건한 스읍 고추장아찌 가방 열 때마다 알싸한 내음 훅 훅 풍겨오고 마음은 왜 그리도 흐뭇한가 풋고추 한 봉다리 언제였더라 끝도 없이 넓었던 친구네 고추밭 비닐푸대 질질 끌며 고추고랑에 허리 꾸부리고 붉은 붉은 붉은 고추 똑 똑 따다 마당에 산처럼 쌓았었지, 어린 날 그 고춧가루 어떤 반찬에 어느 집 김장에 버무려졌을까, 지금은 다 사라진 언제간 마당가에 딸기밭을 만들고 꽃밭을 만들고 감나무를 심고 감나무에 오르고 고추도 잔뜩 심어야지 그리운 고향.. 2016. 10. 8. [시] 박근혜 골프장 박근혜 골프장- 박근혜, "내수 위해 골프 쳐라" 권말선 니가 감옥 가는 날비로소 비상시국 해제되고우리들 잔칫날 될 터이니 니가 그리 소원하는까짓거, 감옥에다 골프장 만들어주마포름알데히드 뿜어져 나오는초록 페인트 넉넉히 발라주고미군기지에서 뒹굴던'탄저균범벅 실험막대기'와 니가 왕창 수입해 둔'방사능범벅 물고기눈알'원하는대로 줄 터이니그래, 실컷 쳐라 골프0.7평 필드에서또르 퐁, 또륵 퐁병기통에 홀인원하는 범우주적 기적을 행할 때마다한 때 장관, 장군질 해처먹던옆 방 떨거지 잡것들이516 유신공주마마 나이스샷!지랄발광 해 주것지감방 안의 '내수진작' 위해 수십 억짜리 내기골프도마음껏 즐기려마감옥에 갇힌 년취미생활 보장까지 이만하면 푸짐한 인심 아니더냐? 에라이..., 써글! 2016. 9. 29. [시] 서울에서 보성까지 317일 서울에서 보성까지 317일 권말선 보성에서 서울까지새벽 버스길 달려와두 주먹 움켜쥐고 외친"쌀값 보장, 밥쌀수입 반대!" 온 몸으로 국가폭력 맞서다317일을 쓰러져 누워서도함께 싸우라 일러주고끝까지 싸우라 당부하신 님 보성에서 서울까지울음 삼켜가며 걸었던 16박 17일"책임자 처벌, 민주주의 회복백남기 농민 살려내라!" 317일 이기고 또 이겨낸 뒤고향길 가시려는 님 뒤로울분에 찬 민중의 함성"살인정권 물러나라!" 식량주권 지켜가며맘 편히 농사 짓겠다는데따뜻한 밥 한 그릇 같이 먹고 살자는데 살인물대포 쏴대고도책임없다 발뺌하고농민을 사지에 밀어넣고도누구 하나 사죄하지 않는 시절 농토를 짓밟고농민을 천대하고쌀을 하찮게 여기며함부로 목숨 죽이는 정권 애비는 반역을 일삼더니딸년은 온갖 주권 팔아먹는,애비는 총.. 2016. 9. 26. 이전 1 2 3 4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