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이제 만나게 되리라
권말선
미제여, 너는 이제 곧 만나게 되리라
동백꽃 떨어지는 4월 제주에서
이팝꽃 흔들리는 5월 광주에서
바닷바람 차지는 10월 여수에서
산 자와 죽은 자의 고발장을
한품에 끌안고 달려와 쏟아내는
분노한 이들의 눈동자를
너는 이제 들어야 하리라
깔아뭉개고 파헤치고 쏘고
쪼개고 뒤엎고 파묻고
쏟아 내버리고 발라버려
생명의 땅이라 하기보단
찢겨진 천처럼 너덜해진 곳에서
엎어져 울던 사람들 성난 고함을
고개를 숙이고 끝까지 들어라
네가 똬리를 튼 곳에서는
총소리와 비명이 난무했고
폭력과 살인이 끊이지 않았고
땅과 물과 공기가 더럽혀졌고
삶의 터전도 목숨도 빼앗겨야 했던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이들의 하소연을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겠지
한겨울 고부라진 손을 비벼가며
촛불의 심지를 태웠던 사람들을
박근혜 이명박 차례로 감옥에 보냈고
살인마 전두환을 끌어내고 있지
박정희, 이승만까지 무덤에서 쫓아내면
결국 너의 숨통과 마주서게 될게야
아니라고, 내가 아니라고
모두 저들이 다 했었다고
비밀문서랍시고 한 조각씩
슬쩍슬쩍 던져주는 그 속에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지워가며
숨기려 애써도 드러나는 진실
비대한 그 죄악 어찌 다 가릴까
스릉스릉 칼 참 오래도 단단히도 갈아왔다
보아라, 강산은 들썩이며 함성을 지르고
보아라, 바람은 한꺼번에 몰아치려 모여들고
보아라, 파도는 우우 소리로 덤벼든다
네 목숨으로도 다 갚을 수 없는 분노
네 숨통을 끊어 놓고야 말 긴 울음
똑바로 보아라, 너를 향해 달려든다
끊이지 않는 주한미군 범죄행각/우리사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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