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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456

[시] 다시 깃을 펼쳐 다시 깃을 펼쳐권말선생과 사는 왜 이다지도한 치 빈틈 없이 단호하게다른 세계 다른 영역인가꼭 그래야만 하는가강물이 한 줄기로 엉켜 흐르듯생사도 함께일 수는 없는가다시는 마주할 수 없는다시는 느낄 수 없는공간 너머 알 수 없는건너지 못할 아득함이토록 가혹해야만 하는가고통은 파동에 실려끝 간 데 없이 번지는데생과 사는 왜 서로넘볼 수도 오갈 수도 없는가왜 그래야 하는가울음으로도 세월로도다독일 수 없는 슬픔사랑이여 내 사랑이여이별이란 말 따위 흙먼지 털듯 툭툭 털어내고 어서 다시 깃을 펼쳐이리로 날아오려무나사랑이여 어여쁜 내 사랑이여 2025. 1. 1.
[시] 총알받이 총알받이- 촛불풍물단 '마마'님의 소회를 받아 적다권말선아들아계엄이터졌단다비상계엄이그염병할인간이드디어미쳤나보다얼렁국회로가야것다사람들이거기로모이고있단다넌집에있거라나오지말어총소리가나도모른척해국회앞에서총맞아죽은사람있다고해도당장은엄마를찾지말어괜히빨갱이자식이란소리들으면어쩌냐너까지잡혀가면어쩌냐나중에나중에엄마가영집에안돌아오면나중에실종자신고나해놔라급히택시잡아타고국회로가는데다리못건너길은막히고걸어서라도가자싶어한강다리건너는데웬젊은사람들이이렇게나많이듣자하니국회로간다고아니젊은너들이거길왜장갑차가깔리고헬기가떴다는데군인들이총을잡았다는데새파란너희들이어쩔라고거길나이많은우리가가면되는데광주에서살아난목숨여태죄스런마음으로살아왔는데그때그총소리아직도들리는데그한오늘에나씻을라고살만치산목숨이제사총알받이라도할라는데젊은너들이어쩔라고이다리를건넌다냐 어머니,.. 2024. 12. 23.
[시] 흥으로 이겼노라 흥으로 이겼노라- 촛불풍물단 헌정시권말선"찬성 204표!" 국회의장 방망이 세 번 다 때리기도 전에우리는 들었노라꽹과리 먼저 일어나 승리를 고하는 소리깨갱깽갱갱그 작은 동그라미에서 시작된 것은덩실 춤 마음껏 춰 보자는 신호환호를 내뱉으라는 허락눈물 웃음 모두 다 쏟자꾸나풍물소리에 맞춰 춤추는 사람들강강술래, 아리아리랑여기저기 동그라미 어우러져흥겹구나 소중한 승리로구나정으로 의지하며 다져온 시간우리가 오늘의 독립군이라며오랜 세월을 두고 빼앗겨 왔던마지막 한 방울 민중의 피까지다 기억하고 함께 승리하자는가락마다 어린것은 다짐이었다촛불풍물단 가는 길 마다들썩이며 함께 춤추던 시민들흥에 겨워 주고받던 환한 웃음들감히 누가 우리를 막아 세우랴감히 누가 우리 손에서 채를 앗으랴바짝 마른 가죽 온몸으로 때려고요에 젖.. 2024. 12. 21.
[시] 폭설, 그 후 폭설, 그 후권말선목숨까지 위협하며 퍼부었던 폭설산비탈 응달에만 희끗 남았을 즈음살기 앞세운 계엄 폭설처럼 쏟아졌다요망한 것들의 사악한 반란으로오천만 생가슴은 물론이고지난날 이 땅의 목숨이었던어여쁜 산과 강, 작은 길거기 깃든 나무와 풀과 돌하늘에 의지한 별들까지도그만 옛 기억에 움푹찔리고 말았다제 아무리 두꺼운 폭설이라도설령 넘어지고 미끄러진대도아파하고 때론 웃어가며쓸고 밟고 던지고 굴리다 보면결국엔 다 사그라지고 말듯계엄이라는 검은 폭설도 그렇게 없애려던 것일까선뜻 그 속으로 뛰어든 이들은아아, 두려움 대신 발랄한 저항으로아아, 주저함 대신 흥겨운 분노로밀어버렸다, 저 반란 따위 막아버렸다, 아주 단숨에사랑, 아니겠는가나와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이들을 향한예의, 아니겠는가먼저 가신 이들의 뜨거운 목숨에.. 2024. 12. 21.
[시] 윤석열의 북한타령 윤석열의 북한타령권말선북한이 우크라이나에 참전했다 우리도 파병하자 북한이 촛불집회를 지령했다 간첩을 잡아라 야당은 종북, 반국가세력이다 비상계엄이다 북한이 국회에 침투했다 군대는 집결하라 수시로 필요때마다 꺼내는쉰내나는 거짓말북한이 어쩌구저쩌구 북한이 저쩌구어쩌구 북한이 저쩌구저쩌구 북한이 북한이 북한이(2024. 12. 5.)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409233?ntype=RANKING 2024. 12. 10.
[시] 싸락눈 싸락눈 - 그날 밤 싸락눈이 날렸다 권말선 눈 축에도 못 끼는 싸락눈 겨울을 핑계로 늦은 밤 틈타 날린다마는 차창에 부딪기도 전에 제 풀에 녹아 없어진다 누가 용납하랴 저 싸락눈 같은 한 줌도 못 되는 것들의 비상계엄 따위 망동을 인간 축에도 못 끼는 대통령 참, 같지도 않은 놈의 하룻밤 춘몽, 눈 깜짝할 사이, 그보다 짧게 끝난 야욕 감히 준엄한 민중의 가슴에 꽂으려던 칼, 날 거대한 분노에 먼저 닿아 꺾였다 너에게로 돌려졌다 2024. 12. 10.
[시] 국힘당에게 명령한다 국힘당에게 명령한다 권말선 국민의 편에 서서 반란수괴 윤석열을 끌어내릴 여덟 명의 국회의원이 너희에겐 없느냐 팔십 명도 아니고 단지 여덟 명이! 평소 너희에게 큰 것을 바라지 않았다 국민의 대표라는 자부심, 사명 아닌 권력만 좇아 사는 너희 정체 알기에 민생 대신 제 밥그릇 먼저 계산하는 너희 물욕 숱하게 봐 왔기에 말로는 국민국민, 당 이름도 당 그러나 언제나 국민은 뒷전인 채 국민을 팔아 제 배를 불려 온 너희 행태 어제오늘 아니기에 그러니 오늘 너희 당에서 저런  무지막지한 괴물이 나온 게 아니냐 그 모든 걸 알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절박한 위기 앞에서 너희에게 묻는다 민의의 전당이 군홧발에 짓밟힌 작금의 사태 의원들이 국회담 넘어 계엄을 막아내고 애국 시민이 군대의 총부리 앞에 서 있고 나라의 경.. 2024. 12. 9.
[시] 내어 달아 맺고 풀어 내어 달아 맺고 풀어 - 촛불풍물단 2주년 자축시권말선 서쪽 하늘 멀리서 덩치 큰 구름이 찌푸린 얼굴로 우릴 맞으며 굵은 밧줄로 감아 끌어당기듯 하던 어느 날의 행진을 기억하시는가 긴 시간 애태우며 기다렸다는 듯 회초리처럼 따갑게 볼을 때리던 거인의 서러운 눈물 같은 빗방울도 기억하시는가, 그대 꽹과리 첫 음으로 숭례문을 열었지 종로에서 녹두장군 전봉준 뵈오며  해방까지 달려가리라 굳게 다짐했지 아마 그때쯤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안국 지날 무렵 가락은 더 거세졌고 똬리 틀고 앉은 저 미국, 일본 향해 제국의 독기 다 깨버릴 듯 몰아쳤지 아아, 광화문! 그 광장으로 향할 때 구름은 더 큰 비를 뿌려댔고 우리들은 끝까지 기억하자던 4.16 약속 앞에 적폐를 청산하자던 촛불의 약속 앞에 기꺼이 비장 다 드러내.. 2024. 10. 6.
[시] 돌탑 돌탑권말선저녁이 내리고도 한참이니저린 다리를 펴고이제 그만 일어서자너와 둘이서 소소하나 보암직한그런 돌탑 하나 쌓고 싶었나 보다가난한 너와 내가 만나마음 모아 만드는 무엇그거 하나 가지고 싶었나 보다평평하고 동그랗게 바닥을 다지고오며 가며 하나씩 쌓아 올리는 동안우리들 사연 다소곳 깃들딱 우리 키만큼의 그런 돌탑 하나한 입 베먹다 말고 놓고 간아이스크림처럼녹아내린 탑 앞에 쪼그려 앉아아무렇게나 쏟아진 물음표들만이리저리 만져보다가아이스크림처럼 무너진 채로 두고 가자고그러자고 한다내려앉은 어둠 위로 달이 오르고따라오던 그림자 간간 뒤돌아봐도괜찮다, 괜찮다 달래며 절뚝 걷는다아침이 올 게다또 저녁이 또 아침이날이 흐를 게다잊었다 잊었다 나는 잊었다며그냥 걸을 게다먼 먼 언젠가 순한 풀꽃 하나거기 깃들라 2024.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