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거라
- 제주4.3항쟁 70주년에
권말선
유채꽃밭에 서면
노오란 꽃잎 쓰다듬은 손끝
붉어졌다고 놀라지 마라
네 보드란 옷자락으로
고이 닦아주어라
오래된 눈물이니
동백나무 아래
떨어져 누운 꽃송이
무심히 밟고 지나지 마라
땅 속에 맺혔던 한
꽃으로 게워내고도
저리 아파 떨고 있으니
4월의 마파도
청보리밭에 서면
저 멀리 엄마섬 제주 향해
두 팔 쭉 뻗어라
풀섶에 숨겼던 아기
엄마를 찾듯
이름을 얻지 못한 채 누워있는 백비가 있다
이름도 쓰지 못한 무덤이 있다
뒤엉켜 묻혀버린, 바다로 떠밀려간
육지로 쫓겨난, 산중턱에서 불태워진…
3만의 아픈 이름 다 찾아내어
그 이름 모두 불러 주어야하리
거기 제주에서 일어났다,
참해방을 부르는
3.1의 만세소리
자주통일을 향한 함성!
거기 제주에서 날뛰었다,
무참히 짓밟는 학살자들의 총성!
어디 제주4.3 뿐이랴
이 땅은 70년간 항쟁중이다
지금도 제주 바다에
지금도 이 땅 곳곳에
꽃을 밟고 선 미국이 있다
총을 들고 선 미국이 있다
잊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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