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165 괴물의 이유 (그림 : '세월오월', 홍성담 화백) 괴물의 이유 권말선 아프리카 속담에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온 마을이 필요하다던데304명의 목숨을 지키려면온 나라가 필요했겠지 그래서 일거야, 사람들이미친 듯이 바다로 달려가고바다를 비춰주는 곳이라면TV건 인터넷이건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단 한 명의 아까운 목숨도잃지 말자는 절박한 심정 그렇게 온 국민이 매달렸는데 왜 한 명도 구하지 못했을까 이제는 그 이유 세상이 다 알지구하자고 소리치는 국민은 많았지만구할 수 있었던 국가는 등을 돌렸기 때문 모두 안전하게 살자는 ‘세월호 특별법’거부하는 국가는 지금도 변함없이철저히 국민에게 등 돌리는 중한 명 한 명 버리고 있는 중 사람목숨 중히 여기지 않는생명 보다 돈이 먼저인돈 위의 권력에 중독되고 만서글픈 내 나라의 .. 2014. 10. 27. 농부의 곡괭이 농부의 곡괭이- 파주 농민 "트랙터와 농기구를 동원해서라도 전단살포 막겠다", 뉴스를 대하며 권말선 어제는 밭에서 돌자갈 캐던 곡괭이 한 자루오늘은 삐라로 전쟁 부르는 쓰레기들을내일은 평화 파괴자 미제를송두리째 들어내자들어내고 말자 곡괭이 한 자루로농사도 실히 짓고전쟁도 막아내며자주통일 일구니위대하다, 농부여! 세상 쓸모없는 것들일랑 곡괭이 움켜쥔 저 불끈한 손아귀에다 녹아 없어져 버려라, 다! 2014. 10. 24. 다시, 정상회담을 꿈꾸며 다시, 정상회담을 꿈꾸며 권말선 남북이 외세에 갈라진 70여 년 간고작 두 번 있은 정상회담그래도 그 열매 얼마나 달았던가! 6.15, 10.4의 푸르른 시절금강산은 넉넉한 가슴으로 민족을 끌어 안았고개성공단은 우릴 보고 해맑게 웃었지'우리는 하나'라는 뿌듯함에 얼마나 설레였던가 통일의 꿈 부풀고도 벌써 십 수 년,그러나 우리 간절함은 어째서 못 이뤄지나아직도 외세와 그 잔당에 밟히고만 있나 친일 족보와 숭미 혈통 정권 아래인권도 민주도 부서질 것 같은 남쪽 땅모진 세월 눈물과 한숨만 흐르고조국통일의 찬란한 꿈은 그저 투쟁의 움켜 쥔 주먹에만 간신히 이어지던 찰나 모락모락 피어나는 환희의 네 글자 ‘정상회담’ 인천아시안게임 친근한 형제들이 보여 준잡힐 것만 같은 그리움,아, 다시 꿈 꿔도 된단 말인가!그.. 2014. 10. 20. 너 땜에 멍든 마음 너 땜에 멍든 마음 권말선 친구들이 거리에서 꽃을 사고 있어새빨간 장미꽃, 향기 그윽한 국화꽃친구가 내게 꽃을 사라 해사랑하는 네게 꽃을 주라 해그럴까 잠시 생각도 했지새빨간 장미꽃, 주황색 국화꽃넌 어떤 꽃을 좋아할까 샐쭉한 표정으로 내가 말했어며칠 전 다퉜어, 꽃 주기 싫어친구의 한마디 나를 웃게 해‘보라색 꽃 건네주며 말해너 땜에 멍든 내 마음이야’ 너 땜에 멍든 내 마음... 그냥 돌아가려다 한 다발 샀지주황색 국화와 그 안에 보라꽃네 책상위에 꽂아주며 말했지너 땜에 멍든 내 마음이야그리고 속으로 또 말했지나 땜에 멍든 네 마음이야 보라색 꽃 시들면 바꿔주겠니붉은 꽃으로 바꿔주겠니화려한 장미 아니어도 괜찮아수수한 진달래면 좋겠어너 땜에 멍든 내 마음나 땜에 멍든 네 마음따뜻하게 감싸줄 사랑의 꽃 .. 2014. 10. 20. 세포등판 세포등판 권말선 바람포, 비포, 눈포 합쳐서 세포라 부른다지 드넓은 황무지 옥토로 일구기 위해 오랜 세월 꿈을 키우며 바쳐 온 날들 한 뼘 한 뼘 알뜰히 밟으며 가꾼 땅 그 위에 흘린 고귀한 땀방울들 끝 간 데 없는 들판 우에 드센 바람 막을 방풍림 둘러치고 푸른 풀잎 비단처럼 깔아 온갖 가축 풀어먹이자면 날포 발포 땀포 얼마나 쏟아 부었으랴 거친 바람에 한 줌 흙이라도 날아갈까 휘어져 퍼붓는 비에 한 줌 땅이라도 스러질까 냉기서린 눈발에 한 줌 씨앗 얼지나 않을까 하나된 뜨거움으로 일궈 놓은 젊은 꿈 가득 설레는 대지여 아직은 볼 수 없어도 아직은 밟을 수 없어도 가슴으로 느껴오는 광활한 들판그 푸르름 손에 잡힐 듯 선해라 할 수 있다면 나도 한 자락 맑은 구름 되어 땀 식힐 그늘 만들어 주고 싶어라 .. 2014. 10. 2. 사잇길 사잇길 권말선 큰 길 한 켠 없는 듯 있는 짧은 길 우리 전부 다 합치면 너보다 크다며 돼지감자꽃들이 전봇대와 입씨름 해대고 깻잎사귀들이 노랗게 분칠한 뒤 몰래 밤을 기다리며 설레는 길 선 듯 누운 듯 아무렇게나 모여 있는 잡초들 대낮부터 술주정 늘어지고 울타리 넘어 도망가고픈 어린 호박넝쿨 늙은 할매가 묵직하게 발목 잡아채는 길 학교 끝난 아이들 와- 소리에 들썩대는 길 이동면 송전리 농협 옆에서 송전우체국까지만 딱 나 있는 길 비오면 웅뎅이로 숨어버리는 부끄럼타는 머스메 같은 길 알고보면 묵직한 사연도 담긴 길 함부로 조국을 앓다 교도소 끌려 간 사내 하나 있었지, 그 사내에게 비밀 아닌 비밀 은밀히 실어나를 때도 또 은밀히 실어 올 때도 모른 척 눈감아 주며 오히려 지친 발걸음 위로해 주던 길 그러.. 2014. 9. 25. 빈 방 빈 방 권말선 언제나 마음으로만언제나 다음으로만미루었던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이 네 빈 방 앞에서고개를 숙인다. 살뜰히 채워주지 못한네 마음 구석진 자리너는 홀로 무엇으로채우려 애썼을까네 빈 방 앞에서어린 날의 널 짚어본다. 묵묵히 그 자릴 지키다돌아오면 쉼을 주는네 조그만 방처럼늘 기다려 주는 것만이내 사랑의 전부인걸까 외출 나간 아이야덩그런 네 빈 방 앞에서사랑한다, 사랑해 너를 본다. 2014. 9. 11. 나이 나이 권말선 기억이 맴맴 돌아 날 듯 날 듯 나지 않을 때 집중력이 오래 가지 않아 읽다가 딴 생각에 산만해 질 때 자꾸만 게으름 피우고 싶을 때 너를 탓한다 술 마시면 졸릴 때 술 보다 잠이 좋을 때 네 핑계를 댄다 울퉁불퉁 살이 삐져나온 걸 확인할 때도 역시나... 부끄럽구나, 너 없으면 어쩔 뻔 했냐 예전엔 네가 많아지는 것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지만 이제는 지혜도 쌓이길 바라는 여유를 갖게 되는구나 좋은 것들은 잘 보듬어 키우고 나쁜 것들은 휘 휘 버려가며 더 따뜻한 사람으로 먹어갈 수 있다면 참 좋겠구나 그럴 수 있을까 2014. 9. 3. 100일, 광화문에서 100일, 광화문에서 - 권말선 이미 젖은 몸이나마 마구 쏟아지는 비 피한답시고 작은 우산 받쳐 들고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나는 넓은 바다 한 가운데서 낡아진 구명조끼 하나 입고 아니 그마저도 없이 두렵고 춥고 떨리고 보고팠을 텐데 피할 곳도 없이 움직일 수도 없이 두렵고 춥고 떨리고 너무도 간절히 보고팠을 텐데 너는 아직 집으로 다 돌아오지 못하고 있구나 다리가 아프다고 배가 고프다고 비에 다 젖었다고 호들갑을 떨지 못했다 엄살을 떨지 못했다 네 앞에서 희망의 끈 놓지 않으려 아등바등 매달리다 손가락이 부러졌다. 손톱이 빠져나갔다. 그러느라 얼마나 울었으랴 두렵고 아프고 힘들었으랴 얼마나 사무치게 보고팠으랴 아, 분홍꽃 같은 너는 '특별법 제정!'의 뜰 광화문에서 그러나 아가야 거침없이 쏟아지는 빗줄기.. 2014. 7. 25.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