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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165

여수 동백꽃 여수 동백꽃 권말선 겨울바람 앞에 당당한 동백을 두고 누가 꽃은 따슨 봄날에 핀다 했나 누가 꽃을 가을 지나면 시든다 했나 초록 잎사귀에도 붉음 배들 것 같다 저 태양햇살 온 몸에 휘 감고 추위 아금아금 견뎌내는 고고한 미소여 붉디붉은 꽃잎은 겨울 한 철 그대의 자랑인가 환청인 듯 떠도는 여순항쟁 민중의 피울음인가 아직 남해바다 지키고 선 장군의 넋이런가 꽃잎 아래 두 손 보듬고 기다리면 네 붉음 뚝뚝 손바닥에 고일 것만 같아 네 붉음 금새 심장에 스밀 것만 같아 바닷바람 찬 공기 우는 파도에도 거칠 것 없이 피는 동백 꽃무리처럼 우리도 뭉글뭉글 더 붉게 피어야겠네 2014-01-06 2014. 3. 20.
농민시인 정설교 농민시인 정설교 권말선 국가보안법은 농민시인 정설교, 그에게서 땅, 붓, 연필 모두 앗아갔다. 그리고 조국 향한 사랑도 멈추라 한다. ‘민중의 뱃심보다 자본의 뒷주머니만 채우게 되는 가엾은 농부는 이 땅의 주인이 아니잖아‘ 고통받는 사람들 서럽고 불쌍해 탐욕스런 위정자들이 미워 그는 술을 마셨다 그래도 아픔 가시지 않아 그림을 그렸다 시를 읊었다 미제도, 독재 권력도 순박한 그의 호통이, 저항이 무섭고 두려워 춘천교도소에 가뒀다 그렇게 가두면 다 빼앗을 수 있을 줄 알았던가. ‘반민주 시대에 누구는 절필을 선언했다지만 표현의 자유는 누가 거저 가져다주지 않지요. 작가들의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이지요‘ 농자천하지대본 외치던 그림 그리는 농민시인 정설교 그의 저항이 진정 옳았음을 두려움, 고통 다 이겨 낸 그.. 2014. 3. 20.
철도는 누구의 것인가 철도는 누구의 것인가 권말선 우리 땅 위에 우리 땀으로 만든 철길 우리네 삶 싣고 달리는 기차 한미FTA가 노리고 기립박수 불어연설에 팔려갈까 불안스런 매국노가 판 치는 시절, 기차 길 옆 오막살이 아기 단잠 재우던 꿈결을 흐르는 먼 기적 소리 기차바퀴 구르는 소리 더는 들을 수 없을지 몰라 추억은 돈에 팔려 사라질지도 몰라 반도의 실핏줄 같은 철길, 우리에겐 그 실핏줄 따라 자라는 꿈이 있다 멈춰 선 선로 위로 숨죽였던 기적소리 뿌리며 함께 통일열차 타고 대륙을 달리는 가슴 벅찬 꿈! 돈만 밝히는 매국노들아 양놈에게 주지 마라 프랑스놈에게도 주지 마라 네 영혼 주었다고 해서 우리 눈물, 피땀까지 줄 순 없다 철도는 누구의 것인가? 미국 재벌 것이 아니다 프랑스 재벌 것도 아니다. 우리 것이어야 한다. .. 2014. 3. 20.
응답하라, 새오름! 응답하라, 새오름! 권말선 내가 처음 그대를 만난 건 2012년 겨울, 어두컴컴한 광운대 소극장 1시간이나 늦은 나를 기다린 듯 1시간 늦게 시작된 공연 '응답하라, 4050' 낯설고 정겹고 또 신선했었지 목소리 근사한 ‘DJ 욱’은 미사리 어느 까페에서 모셔왔을까, 개콘보다 재밌었던 ‘엄마와 아들’ 진짜 배우들인 줄 알았지. 가늘게 떨리는 음률의 시낭송과 본죽 사장님 다큐도 인상적이었어. 목소리 시원한 가수도 멋있었고 마지막을 장식했던 ‘모두 함께 합창’은 소박함에 가슴이 아리기까지 했었지. 열광하며 박수치던 관객들 무대와 객석이 하나 되는 따스한 느낌 참 좋았더랬어. 두 번째 만났을 때 그대는 한여름 푹푹 찌는 더위 속 아베 응징 각시탈로 해맑은 눈동자의 수민이 엄마로 한달음에 국정원 감시단 응원 간.. 2014. 3. 20.
아무 것도 하지 마라 아무 것도 하지 마라 - 1년 전 오늘, 대한민국에 선거부정이 있었네 권말선 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국민의 권력으로 명령한다 당신은 아무 것도 하지 마라 오직 한 가지만 하라 사퇴! 어떤 사람은 사퇴하라고 하면서도 공약을 지키라고 하던데 나는 요구한다 당신은 이 나라 18대 대통령이 아니니 당신의 공약은 아무 의미 없고 오로지 부정선거에 백배사죄한 뒤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 부정의 증거들과 거리의 촛불들이, 학생, 직장인, 종교 지도자들의 시국선언이, 대학생에서 시작해 사회 곳곳으로 번진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의 팽팽한 분노가, 노동자, 농민, 서민들의 절절한 외침이 무겁고 날카로운 화살 되어 당신의 심장을 겨누고 있다. 두렵지 않은가? 당신이 의지하고픈 미국이, 조중동이, 새누리당이, 재벌들이, 함께 부.. 2014. 3. 20.
동지의 낡은 운동화 동지의 낡은 운동화 권말선 감옥 간 동지 대신 분주히 일하던 그녀 초여름 어느 촛불집회 때 낡은 운동화 대신 선물 받은 새 신발 자랑 신발바닥 닳도록 더 뛰겠다며 햇살처럼 환히 웃었지 광주로 향하던 5월 17일 느닷없이 듣게 된 체포 소식 몇 달을 억울하게 갇혀 있다가 옥문 열고 나오던 그에게 동지들이 신겨 준 새 신발 투쟁의 길 다시 뛰자는 듯 운동화 끈 단단히 묶여 있었지 촛불집회 가면서 거리 행진 하면서 운동화 슬쩍 내려다보면 그가 내게 물어오네 너는 얼마나 걸었는가? 너는 얼마나 뛰었는가? 누가 내 이름 불러주지 않아도 누가 내 수고 알아주지 않아도 티 나지 않는 작은 일 결국엔 큰 흐름 됨을 알기에 흔들리며 밝히는 하나의 초 넘실거리는 촛불바다 되라고 좁은 거리 누비며 넓은 광장 채우는 그대, .. 2014. 3. 20.
270 270 권말선 서울민권연대! 독재의 암흑에서 민주의 보석을 캐는, 전쟁 위험 걷어내고 평화를 일구는, 분단의 파도 뚫고 조국통일 안아 올리는,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작은 걸음 모아 큰 희망 키우는, 그대는 힘있는 일꾼이어라 광장으로 투쟁 현장으로 손에는 촛불 들고 얼굴에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 가슴에는 뜨거운 조국사랑 두 어깨에는 건강한 수고를 짊어진 민중 속에 자주의 새바람 심고 가꿀 청년이어라 조국통일의 밝은 미래 열어젖혀 새오름의 감동 안겨 줄 장년이어라 곁에 선 동지 손 꼭 잡고 어깨 겯고 발 맞춰 2013년 한 해, 365일 중 270일 투쟁과 실천으로 살아 온 사람들, 촛불집회, 반전평화시위 정세강연, 지회모임 공부하고 토론하고 캠페인, 행진, 퍼포먼스... 그 속에서 희망도 감동도 함께.. 2014. 3. 20.
깨 터는 날 깨 터는 날 권말선 마을에서 제일 부지런한 이웃집 아저씨네 오늘은 깨 터는 날 착, 착 도리깨질에 퐁, 퐁 튕기는 깨알들 찬바람에 창문 닫아도 깨 꼬신내 진동을 하며 몰려 든다 킁, 킁킁! 도리깨질 열심히 털어낸 저 깨 다 팔면 막걸리 한 사발에 식구들 선물에 다음 농사 준비에 아저씨네 겨울 따뜻하겠지 가을은 짧고 찬바람 밀려와도 깨 꼬신내 온 동네 퍼지고 아저씨 두근대는 기쁨도 들판 가득 넘쳐나라 2013-10-17 2014. 3. 20.
네 눈 속에 네 눈 속에 권말선 다정히 마주보며 앉아 있는 듯 네 두 눈은 어여쁜 새를 닮았구나 웃으며 반짝일 땐 재잘대는 새소리 들릴 것 같고 눈물 흘릴 땐 비에 젖은 어린 날개 파르르 떠는 듯 가슴 아파라 한 마리 작은 새처럼 가만히 보듬고 싶은 아이야, 네 두 눈에 찰랑이는 웃음만 담아 주고 싶어라 2013-10-16 2014. 3.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