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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456

[시] 다 멈추어라! 다 멈추어라! - 미국, 일본 제국주의 것들에게 권말선 그 손 멈추어라 세 치 혀로 거짓말 늘어놓으며 푸른 바다에 방사능 오염수 버리려는 네 놈 손모가지 확 잘라버리기 전에 당장 멈추어라! 미국과 일본 두 제국은 서로 침략을 도모해주기로 위선을 눈감아주기로 작당을 했다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악한 네 욕심 이제 멈추어라! 생각할수록 치 떨리는 종자들, 빼앗긴 나라 되찾으려 밀림을 오가며 싸우던 항일의 날에 총칼로 죽이는 것도 모자라 우물에 빵에 소금에 쌀에도 독을 섞어 밀정을 시켜 산으로 보냈다지, 그 악랄한 일본 제국주의 놈들 백 년 지난 오늘에는 더 악랄한 미 제국주의 놈들과 붙어 전 세계의 우물에 독을 풀겠다니 아아, 생각할수록 치 떨리는 종자들! 어쩌면 그리도 닮았는가 동양의 괴물과 서양의 .. 2021. 4. 21.
[시] 백두산은 자란다 백두산은 자란다 권말선 투명하고 마알간 두 볼에 순한 웃음 함뿍 물고 떠나는 버스 뒤를 달려오며 안 보일 때까지 손 흔들어 주던 너는 다정한 동무 작은 평양이었다 넓은 무대 한가운데 작고 당찬 바위처럼 서서 깨끗하고 진정 어린 목소리로 고향을 통일을 노래하던 너는 우리와 닮은 모습 작은 경상도, 제주도였다 그때 나는 보았어라 네 가슴에 움튼 백두산을 가, 갸, 거, 겨, 아, 야, 어, 여… 교실을 울리는 또랑한 목소리 에서 우리말 배우며 차별이 으스대는 이역땅 거친 탄압에도 주눅 들지 않고 조선사람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너도 날마다 느끼겠지 네 청신한 가슴 속에 시나브로 자라나는 백두산을 네 가슴에 자라는 백두산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식민지 설움 이겨낸 유산  네 가슴에 자라는 백두산은 부모님.. 2021. 3. 27.
[시] 송전삼거리 송전삼거리 권말선 뽀얀 새벽안개 종종 걸음으로 걷어내야 비로소 아침이 열리는 작은 동네 자그만 삼거리 예닐곱 걸음이면 끝나는 횡단보도 숱한 걸음에 닳고 닳아 맨질맨질하다 100년 전에는 3.1의 만세소리 독립의 발걸음 쏟아졌다던 곳 지금은 오산, 안성, 용인으로 서울, 분당, 수원으로 아침엔 쫓기듯 떠나고 저녁엔 말없이 모여드는 곳 다방 꽃집 식당 미용실 사진관 때로 간판이 바뀌기도 하며 서로 옹기종기 기대 앉은 느리고 조용하고 야트막한 삼거리 지금은 저리 한갖지게 차들이 더듬이를 켜고 이리저리 굴러가는대로 고요히 누워 흐르지만 언젠간 떠나는 발걸음보다 찾아오는 발걸음 지나가는 발걸음보다 머무는 발걸음 더 많아지겠지 3.1의 만세보다 더 우렁찬 해방세상 만세소리 왕왕 울려퍼지는 날 오겠지 송전삼거리 2021. 3. 16.
[시] 시금치는 분홍색이다 시금치는 분홍색이다 권말선 온라인 장터 에서 황선숙 언니의 겨울시금치 1kg을 샀다 들에서 캔 냉이처럼 긴 뿌리를 가진, 뿌리채 내게로 온 시금치는 분홍색이다 꿀을 머금은 사과꽃잎처럼 잠든 아가의 날숨처럼 세상에나, 곱기도 하지 뿌리는 발그레한 분홍색이다 전남 무안에서 올라온 한 통의 편지 같은 시금치의 겨울 이야기가 분홍 뿌리에, 황토 사이에 묻어있다 긴 겨울 개쑥갓, 비름, 까마중 틈에서 더러 눈 속에 파묻히기도 하고 흰서리발에 까무룩해지기도 하고 종일 찬바람에 떨기도 하며 얼었다 녹았다 또 얼었다를 묵묵히 견뎌내다 보니 그만 발그레해졌단다 가을의 씨뿌림부터 겨울의 거둠까지 몇 달의 시간이 고스란히 한 접시 정겨운 찬으로 식탁에 놓였다 한다 뿌리가 주는 아삭한 식감과 단맛은 제게는 겨울을 이겨낸 훈장.. 2021. 2. 23.
[시] 국가보안법, 네가 없는 아침 국가보안법, 네가 없는 아침 권말선 그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네가 사라지고 없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떨까 우린 오래고 깊은 속박 의식의 지배자로 군림했던 네가 사라지고 없는 첫 아침 고개를 쳐들 수조차 없음에 한 번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던 태양을 오롯이 우러르는 마음은 기쁨에 겨워 어디로든 나가 맨발로 사방을 뛰다닐지도 동무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터진 말문을 주체 못할지도 갓 알을 깬 젖은 병아리처럼 탐색과 환희에 몸을 떨지도 그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텅 빈 네 자리를 확인한다면 어떨까 우린 하늘과 땅을 뒤집어 땅 속 울음을 쏟아내고 다시 하늘과 땅을 바로 세워 하늘의 설움도 받아내고 울음과 설움 한 데 섞어 끝없는 한풀이를 할지도 아, 그 날 이후 태어난 이들이 반쪽과 분단과 식민을 그저.. 2021. 1. 13.
[시] 가을나무에게 가을나무에게 권말선 지금 너는단풍은마지막 발산發散 고-웁다 아침나절 하나 둘... 툭 툭 떨어지는 잎은제 몸에서 떠나보내려입술 잘근잘근 물고눈시울 비벼가며긴 밤 앓아낸핏기 어린 고뇌일까어제보다 조금 더 해쓱하다 찬연했으니 됐다고떨어지고말라가고밟히고바스라짐도 괜찮다고어느 차거운 날을 앞두고마침내 텅 빈미소만 남아도정말이지 괜찮다고 그러다 담담히 흰 눈꽃을 이고 설 나무여 고-옵다 헛헛한 마음 대신연두빛 새봄을 꿈꾸자고발그레 웃으며하나 둘 또 셋 넷... 2020. 11. 10.
[시] 일장기는 왜 붉은가? 일장기는 왜 붉은가? 권말선 저 맹랑한 붉음은 어쩐지 전쟁과 식민의 핏물 머금은 깊고 깊은 웅덩이 같아 볼 때마다 영 거북살스럽다 제국의 이름으로 도덕도 인륜도 없이 오로지 살육만 탐했던 나라, 딱 저같은 제국에 기대어 다시 제국으로 치닫고 있다 전범기 앞세워 대양을 넘보는 야욕 침략과 능욕의 역사 부정 방사능오염수 무단 방출 조선학교 교육권 탄압 …… 여전히 잔악한 습성이여 기만과 패악질이여 좁쌀만한 채신머리여 살육의 망동을 생각케하는 소름끼치는 그 붉음을 청산 못한 그 죄악을 어찌 감히 세상에 내돌린단 말인가 부끄럼도 없이! 붉음은 신성한 열정, 붉음은 우아한 사랑, 붉음은 지순한 희생이거늘 그러나 아니다, 너는 아니다 그 붉음 취할 자격이 없다 껄끄런 저 피 웅덩이 네 총칼과 만나면 섬뜩한 죄악의 .. 2020. 11. 5.
[시] 구례를 생각하며 (사진 : 한국농정) 구례를 생각하며 권말선 지난여름 구례는 어설픈 댐 방류 탓에마을이 강물에 잠겼었다많은 사람들이 달려가수해복구를 도왔지만아직 태부족주민들은피해조사와 배상을 요구하며수자원공사 감사원 국회 청와대이리저리 뛰어다녔다벌써 서리가 내렸고곧 겨울 오는데내가 다 책임지겠소,나서는 놈 하나 없고임시주택 마저도 불량이라니애먼 수재민들만 이중삼중고… 황해도 금천군도 그 무렵태풍, 홍수로 마을이 무너졌다가한 달여 만에 뚝딱 새집들을 짓고살림살이 다 갖춰진 집에 들어간다는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 들으며집들이를 기쁘게 축하하다가도섬진강 사람들구례 사람들애타게 뛰어다니는발걸음소리에심장이 쿵 내려앉고맘 자꾸 아리는 것은우리도 그렇게 수해지역에온 나라가 한 몸처럼 왁짝 달려들어오는 겨울 추위를 막아줄 수 있다면얼마.. 2020. 11. 1.
[시] 정히 받습니다 정히 받습니다 권말선 한달음에 가고팠을발걸음 대신먼저 보내신따뜻한 그 마음은9월의 천지물에외투깃 적실새라살짝 들어주시던 손길처음하는 손가락하트살그머니 받쳐주시던가지런한 손받침 같은순전한 마음이겠지요 닿을 듯 닿은 듯그리운 통일오시는 듯 오신 듯기다리는 님 누구도 흐릴 수 없는아무도 막을 수 없는가로챌 수도 없는크고 맑은 사랑으로달래어주시고위로해주시는 정히 보내신그 마음정히 받아 안습니다 아, 그 사랑조금이라도 닮아보려 합니다. 2020.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