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권말선456 [시] 전두환이 죽었다 전두환이 죽었다 권말선 평소 미워하던 사람이라도 설령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의 죽음 앞에서는 잠시 명복을 빌어주는게 우리네 순전한 마음이건만아니다지금은왜 끌고갔느냐왜 죽였느냐 왜 짓밟았느냐 물음에 대답도 없이 무릎꿇는 죄닦음도 없이 고개 빳빳이 들고 벼락도 맞지 않고 왜 지금껏 멀쩡히 살아왔느냐고 소리질러 본다 화를 내본다 왜 저놈을 사면해줬는가 마지막 분, 초까지 감옥안에서 살며 부끄러움이 뭔지 알게했어야 했는데 저것도 인간이라고 경호를 해 주고 착취와 은닉의 재산으로 대대로 뻔뻔하게 잘 살게 하느냐고 삿대질 하며 따지고 싶다 광주의 영령들이시여 독재의 희생자들이여 놈이 묻힐 땅이라면 놈이 베고 누울 땅이라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물길하나 돋아나게 마시라, 허락하지 마시라살아 사죄 한마디 .. 2021. 11. 23. [시] 갱년기 갱년기 권말선 처음 뵙겠습니다 선배 언니들께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언제 오실까 어떤 모습일까 얼마나 머무르실까 두루 궁금했는데 막상 뵈니 초면이라 그런지 살짝 당황스럽군요 제가 낯을 좀 가리는 편이라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친해지면 좋겠어요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건 때때로 당신 탓을 하더라도 또 때로 당신을 외면하더라도 너무 서운해 마셔요 시나브로 생겨난 마음의 여백에 움찔 놀라 긴장과 적응을 반복하며 익숙해지려 애쓰는 중이랍니다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된 건 즐겁고 뜨겁고 아픈 시간 지나오며 나이 오십을 맞은 덕분인 듯해서 뿌듯한 마음도 없지 않답니다 우습겠지만..., 정말이에요 이리 오셨으니 계시는 동안 모쪼록 편히 지내셔요 뜨거움도 아픔도 눈물도 뭉글뭉글 녹여가며 잘 지내보아요, 우리 2021. 11. 16. [시] 늙으신 어머니를 위한 기도 늙으신 어머니를 위한 기도 권말선 * 생전 처음 당신의 아파트를 갖게 되어 설렘에 들뜬 어머니 이사를 한 달여 앞둔 어느 날 척추를 다쳐 몸져누우시더니 이런저런 겹 쌓인 병마에 그만 앓고 또 앓으셨다 어머니는 숱한 밤낮을 안개비 흩뿌리는 낯선 숲 속에서 길을 잃고 마구 헤매는 듯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셨다 아득한 방황을 이기지 못하고 길 찾기를 포기하실까 두려워 어머니의 헝큰 잠을 쾅쾅 두드리며 나약해지지 마시라고 기도했다 ** 세상 가장 무거운 몸으로 세상 가장 두려운 꿈속에서 세상 가장 어두운 귀로 세상 가장 외로운 싸움을 마치고 드디어 새 집으로 퇴원하신 어머니 바스락거리는 하얀 얼굴 위로 희미한 미소 한 가닥 띄며 갑옷을 입지 않으면 쓰러지는 패잔병 같은 승자가 되어 침대에서 의자로 옮겨 앉으셨다 .. 2021. 8. 29. [시] 쑥대밭 쑥대밭 권말선 지금 세상은 환경오염도 문제지만 제국주의가 내뿜는 인간성 말살이라는 오염이 더 끔찍하다고, 그러니 제국주의를 경계하고 또 경계하라는 절절한 경고가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오늘 아프간에서 내빼는 머잖아 우리 땅에서도 쫓겨날 미국을 보며 마음에 쟁여둔 소원 하나 읊조려 본다 쑥대밭! 미국이란 나라가 쑥대밭이 되는 걸 보고 싶다 총기 난사 같은 사건이나 홍수나 산불 같은 자연재해나 인종차별로 인한 폭동 조작된 테러 같은 그 나라 서민들이 겪게 될 그런 불행 말고 일본에 핵무기를 던졌던 중동, 한반도, 아프간에 화학, 세균, 총포탄 온갖 무기 쏟아부었던 그들 남의 나라에 막무가내로 제재나 경제침략을 일삼고 폭동을 충동질하여 쑥대밭 만들고 뒤에서 희희덕거리는 그들이기에 이제는 반대로 미제.. 2021. 8. 26. [격시] 전쟁은 가라! [격시] 전쟁은 가라! - 한미합동전쟁연습 중단을 요구하며 권말선 우리가 원해서 된 분단이 아니었다 우리가 원해서 한 전쟁이 아니었다 교활한 강도, 미국이 원해서였다 전쟁연습 또한 미국이 원하고 있다 전쟁에 연습이란 말장난일 뿐 그 자체가 이미 전쟁이다 교활한 강도 미국에게 또다시 전쟁을 강요당할 순 없다 감자꽃 피는 순한 우리 땅에 오곡백과 익어갈 야문 우리 땅에 꽃 한 송이 피우지 않을 미국의 총알을 심을 순 없다 한 알의 열매도 맺지 않을 미국의 지뢰를 심을 순 없다 우리의 산과 바다에 꽂힌 피 묻은 미국산 쇠붙이 다 뽑아내고 한 알의 감자라도 더 심으련다 한 송이 꽃이라도 더 피우련다 미래를 팔아 무기를 살 순 없다 무기로 먹고 사는 미국놈들의 노예가 될 순 없다 더 이상의 분단은 싫다 더 이상의.. 2021. 7. 18. [시] 과녁 과녁 권말선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주민들은 점령군에게 복종하라’는 ‘포고령’을 강요한 그 날부터 우리의 과녁은 미국이었다 실은 그 전부터 미국은 제 스스로 우리의 과녁으로 걸어 들어왔다 해방 전, 조선의 완전한 독립까지 40년 간 신탁통치를 하겠다며 침략야욕 불태우던 그 때 이미, 일왕의 항복선언 후에도 일제와 손잡고 조선의 자주독립투쟁 방해하던 그 때 이미 얼굴을 바꿔가며 표정을 숨겨가며 듬직한 동맹이라 아양을 떨지만 분단이라는 고통의 발단 전쟁과 갈등과 독재와 분열과 매국의 배후인 미국은 팽팽한 분노의 조준점 우리의 과녁일 수밖에 없다 지금껏 우리에게 행한 패악질은 두루마리에 깨알처럼 적어도 후쿠시마 방사능오염 흙더미처럼 많고 한시도 더 곁에 둘 수 없으리만치 끔찍하다 시커먼 저 침략의 본성은 명.. 2021. 7. 4. [시] 참 좋은 상철이형 참 좋은 상철이형 - 승익, 옥수 동지들의 마음을 받아 쓰다 권말선 20대의 우리, 조국통일 바라며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뒤늦은 40대 왜 이제야 만났을까, 아쉬워 물었을 때 지금이라도 만났으니 다행이라며 함께 어울리니 정말 즐겁다며 웃어주던 우리 상철이형 형의 20대는 조국통일 향한 열망에 뜨거웠고 대학생 통일선봉대로 타올랐지요 펄펄끓는 여름보다 더 뜨겁게 땀 절은 대학생통선대 티셔츠는 아직도 형의 자랑 형의 자긍심 형 마음은 여전히 펄펄 휘날던 깃발처럼 애국의 통일청년으로 건설노조 일꾼으로 마트 노동자로 관악을 누비는 진보당원으로 뜨겁기만 한데, 우리 상철이형... 벅찬 생활에 쫓기면서도 먼 거리 마다 않고 늦은 시간 마다 않고 동지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 투쟁 이야기 듣길 좋아했고 2.. 2021. 7. 4. [시] 꽃과 고기 꽃과 고기 권말선 ⁃ 야, 너 간다고 뭘 잔뜩 챙겨줬구나! ⁃ 보자, 뭔가? 꽃이랑 고기야? 어이구, 나물도 잔뜩이네! ⁃ 뭐야, 환송회 선물이 꽃과 고기야? ⁃ 환송은 무슨, 또 봐야지. ⁃ 그럼, 또 봐야지! 그럼요, 또 봐야죠 남겨둔 이야기가 한참인데요 청하 몇 잔 드셨다구 오늘은 아드님 자랑도 다 해주시고 네, 덕분에 저도 맥주 몇 잔 마시고 딸아들 자랑 슬쩍 했네요 사람 이야기, 일 이야기 맥심커피와 결명자차 얘기랑 시골 할머니들의 담배와 만병통치약 얘기며 보성 밀밭이랑 해수찜질 얘기도 갈볕에 남새 말리듯 펼쳐뒀으니 꼬들꼬들 마르기 전 얼른 다음 수다 풀어널고 그 끝에서 폭죽처럼 터질 우리 언니들 웃음 또 봐야죠 꽃과 나물과 고기가 맛있는 저녁과 커피가 어디 환송선물인가요 다독여주시는 언니들 정.. 2021. 7. 4. [시] 일본의 국경장벽 일본의 국경장벽 -‘방사능오염수 방류통보’를 꾸짖으며 권말선 한국과 일본, 국경은 바다에만 있지 않다 일본정부의 ‘방사능오염수 방류통보’에 맞서 앞에서 농성하는 대학생들을 가둬버린 대형 방패막, “너희들이 두렵다.”고 울부짖으며 일본은 서울 한복판에 국경장벽을 세웠다 ‘NO아베, 일본불매’의 악몽이 떠올라 그만 발작을 일으키고 말았는가 일본이 택한 저 거대장벽, 고립은 단지 한국과 일본 사이 경계가 아닌 지구상 모든 나라와 적이 되겠다는 지구별 모든 생명체와 결별하겠다는 핏빛 국경선임을 알고나 있을까 한심하다, 섬나라 일본이여 너희가 바다에 버리겠다는 방사능오염수로 병들어 죽어갈 생명이 어디 한둘이겠느냐 아니 온전히 살아날 생명이 과연 있겠느냐 오래 전 잠든 바다공룡과 설문대할망도 화들짝 깨어나 꾸짖을 .. 2021. 4. 25.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5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