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은 자란다
권말선
투명하고 마알간 두 볼에
순한 웃음 함뿍 물고
떠나는 버스 뒤를 달려오며
안 보일 때까지 손 흔들어 주던
너는 다정한 동무
작은 평양이었다
넓은 무대의 한 가운데
작고 당찬 바위처럼 서서
깨끗하고 진정어린 목소리로
고향을, 통일을 노래하던
너는 우리와 닮은 모습
작은 경상도, 제주도였다
그때 나는 보았어라
네 가슴에 움튼
백두산을
가, 갸, 거, 겨, 아, 야, 어, 여…
교실을 울리는 또랑한 목소리
<우리 학교>에서 우리말 배우며
차별이 으스대는 이역땅
거친 탄압에도 주눅 들지 않고
조선사람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너도 날마다 느끼겠지
네 청신한 가슴 속에
시나브로 자라나는
백두산을
네 가슴에 자라는 백두산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식민지 설움 이겨낸 유산
네 가슴에 자라는 백두산은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민족교육 긍지 높은 보물
지금 네 가슴에 솟은 백두산에는
통일조국 그 품을 사모하는
어여쁜 꽃송이 만발하리니
세상이여, 보라
만사람이여, 보라
70년 넘는 분단의 역사
그 아픔 다 메우고
8천만 온 겨레 하나로 이어줄
통일의 무지개다리 되겠노라는
<우리 학교> 우리 아이들
저 뜨거운 가슴 속엔 오늘도
손닿을 듯 더 가까이
백두산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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