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을 기리며
- 영전에 바침
권말선
산, 저 산이 불러 가셨습니까
오르내리는 굴곡으로 달리며 사위를 감싸는 품 너른 산처럼
하많은 사연 다 끌어안은 채 멀고도 가까운 배경으로 남으시려
산이 되셨습니까
산자락 어디쯤 바위 되셨습니까
살아온 한 생 차돌처럼 단단하셨다지요
제 몸에 염원을 새기고 천년을 기다리는 바위처럼
다시 또 인고의 숙명 떠 안으셨습니까
어쩌면 나무가 되셨습니까
해방으로 통일로 어우러질 조국산천의 꿈같은 날
돌아돌아 언젠가 찾아 올 그 날의 이정표 되시려
어드메쯤 묵묵히 자리하셨습니까
아무렴, 그러시겠지요.
살아온 한 생 따뜻했던 사람
사랑 사랑 지극한 사랑으로
언 땅 녹이던 농민이었으니
어찌 그저 떠나시겠습니까
생의 마지막까지도 놓지 않았던
사랑 사랑 한결같은 사랑 덕에
우리 모두 '백남기' 되었고
그 이름으로 싸울 수 있었지요
독재의 사슬에 얽매였으나
죽음도 꺾지 못할 굳건함으로
우리 앞에 승리를 보여 주셨지요
짓밟힌 것 만은 아니었지요
죽임을 당한 것 만은 아니었지요
보셔요, 저 잔악한 독재의 무너짐
'백남기' 그 이름으로 싸워 이겼지요
산이 되셨습니까
바위가 나무가 되셨습니까
흐르는 강물
보드라운 봄흙
가을햇살
떨어진 나뭇잎이 되셨습니까
어쩌면 다시 농민이 되셨습니까
서리 내린 들판에 씨 뿌리고
언 땅 자근자근 밟아 주며
뜨거운 여름 불살라
가을의 밀알을 거두고 나서
해방세상 통일세상 꿈 같은 세상
그 날에 막걸리 나누고 덩실춤 추며
마을마다 골골마다
징소리 울리며
저 백두산까지
벌써 오르셨습니까
아름다운 염원 다 이루시고
환하게 인자하게 웃고 계십니까
기다리고 계십니까, 그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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