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편지
권말선
만나지 못해 편지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속속들이 더 알고 싶기 때문이지요
보일락말락 사과껍질에 찍힌 숨구멍처럼
내가 아는 것은 너무도 조금, 조금이예요
사모하는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몰랐던 그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아니, 사모함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무던히 믿고 기다려 준, 그 때문이지요
멀고도 생소한 폴란드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
한 편으론 도무지 알지 못할 단어의 조합들
한 권을 채워가면서 비로소 들리는 읊조림에서
알아간다는 건 무엇일까를 생각했습니다
알알이 전부를, 그대라는 나무를 다 알고 싶은
해묵은 바램을 마주보게 되었지요
안다는 것은 나 그대가 된다는 것
안다는 것은 그대 나를 이해하는 것
언제쯤 그대를 다 알게 될까요?
우리는 너와 나, 서로가 될 수 있을까요?
말로 할 수 없는 마음의 뜨끈함을 시에 담아
공간 없는 공간으로 훌쩍 띄워봅니다
사과밭, 눈 내리는 벌판, 드넓은 풀밭
시, 사랑 사랑, 눈물, 기나긴 글, 미소
눈 멀 것 같은 태양빛 아스라함 속에서
그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따듯따듯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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