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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시] 따뜻한 편지

by 전선에서 2016. 10. 10.



따뜻한 편지

 

   권말선


 

만나지 못해 편지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속속들이 더 알고 싶기 때문이지요

보일락말락 사과껍질에 찍힌 숨구멍처럼

내가 아는 것은 너무도 조금, 조금이예요

 

사모하는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몰랐던 그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아니, 사모함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무던히 믿고 기다려 준, 그 때문이지요

 

멀고도 생소한 폴란드 시인의 시집을 읽으며

한 편으론 도무지 알지 못할 단어의 조합들

한 권을 채워가면서 비로소 들리는 읊조림에서

알아간다는 건 무엇일까를 생각했습니다

 

알알이 전부를, 그대라는 나무를 다 알고 싶은

해묵은 바램을 마주보게 되었지요

안다는 것은 나 그대가 된다는 것

안다는 것은 그대 나를 이해하는 것

 

언제쯤 그대를 다 알게 될까요?

우리는 너와 나, 서로가 될 수 있을까요?

말로 할 수 없는 마음의 뜨끈함을 시에 담아

공간 없는 공간으로 훌쩍 띄워봅니다

 

사과밭, 눈 내리는 벌판, 드넓은 풀밭

, 사랑 사랑, 눈물, 기나긴 글, 미소

눈 멀 것 같은 태양빛 아스라함 속에서

그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따듯따듯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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