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입원한 날
권말선
자식이란
낳아 놓으면 시집장가 갈 때까진
으레 옆에 붙어있겠거니 싶었는데
세월호 겪고 나니
딸 아들 두 녀석
뽀얀 얼굴이며
머리칼 볼따구니
손가락 하나하나
다 새삼스레 느껴지더라
이틀 금식해야하는 딸
병실에 눕혀 놓고
끼니 때우러 나선 길
자식 몸에 생채기 난 것도
이리 쓰리고 아픈데
세월호 부모들 어쩌면 좋노
혼자 웅얼거리다
딸에게 참기름 냄새 들킬새라
우걱우걱 씹어 삼키는 김밥
드문드문 차들이 지나는
뿌연 안개 흐르는 밤길
나만 둥 떠있는 듯
낯설고 서럽다 싶다가도
세월호 엄마 아빠들
이보다 더 쓰리고 아팠을 텐데
울며 소리치며 진도대교 건너던
그이들 목소리 들려와
딸 손 잡아주러 총총 뛰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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