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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시] 풋고추 한 봉다리

by 전선에서 2016. 10. 8.

풋고추 한 봉다리

 

   권말선

 

 

안동풋고추

한 봉다리 얻어 집으로 가는 길 

가방 열 때마다 풀 냄새가, 고춧잎 냄새가

 

짭쪼롬한 쌈장 찍어 와삭! 깨문 듯 혀는 벌써 알큰함에 긴장하고

된장찌개엔 역시나 쫑쫑 썰은 맵싸한 풋고추가 제격이지

한 입 깨물면 입 안 가득 국물 흥건한 스읍 고추장아찌

 

가방 열 때마다 알싸한 내음 훅 훅 풍겨오고

마음은 왜 그리도 흐뭇한가

풋고추 한 봉다리

 

언제였더라

끝도 없이 넓었던 친구네 고추밭

비닐푸대 질질 끌며

고추고랑에 허리 꾸부리고

붉은 붉은 붉은 고추 똑 똑 따다

마당에 산처럼 쌓았었지, 어린 날

그 고춧가루

어떤 반찬에 어느 집 김장에

버무려졌을까, 지금은 다 사라진

 

언제간 마당가에

딸기밭을 만들고

꽃밭을 만들고

감나무를 심고

감나무에 오르고

고추도 잔뜩 심어야지

 

그리운 고향

돌아가지 못할 것에 대한

눅눅한 그리움

훅 훅 안겨온다

풋고추 한 봉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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