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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트럼프가 만들어내는 북미대결전 종식의 동력

by 전선에서 2017. 4. 27.

트럼프가 만들어내는 북미대결전 종식의 동력

<분석과전망> ‘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의 본질과 의미


 



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최대의 압박과 관여’.

426일 마침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미국 트럼프정부의 대북정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고대해왔던 것이었다.

 

핵심은 대화

 

"미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로운 비핵화를 추구하며 우리는 그 목표를 향해 협상에의 문을 열어두겠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담겨있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하면서 그 방법으로 대화를 채택하고 있음을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획기적이다.

 

물론, ‘압박이 들어가 있기는 하다.

 

미국의 대북압박과 관련해 회자되고 있는 것들은 언제라도 그러했듯 수풀처럼 무성하며 그 영역은 전방위적이다. 구체적으로는 경제적으로는 금융제재가, 정치적으로는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군사적으로는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접근해 냉철하게 들여다보면 '압박'의 구체적인 내용은 사실상 없다.

 

미국의 대북경제압박에서 실효성 있는 것이 더는 없다. 그동안 시행해왔던 경제제재가 다이다. 그 무슨 논리적 단정이 아니며 주관적 희망 또한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 그래서 심심챦게 거론되었던 것이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3자제재)이었다. 하지만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미대결을 미중대결로 확전시키는 전혀 다른 문제다. 북미대결전상에서 미국이 확립하고 구사할 수 있는 기제가 전혀 못되는 것이다.

 

정치영역에서 언급되는 테러지원국 재지정 역시 현실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야기만 소문처럼 나돌 뿐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한 근거에 무엇이 있는지 설명을 해주는 기관이나 언론은 어디에도 없다. 내용 없는 반북공세의 전형이다.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압박기제가 될 수 없는 이유다.

 

군사적 압박 역시 사정은 똑 같다.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는 과거 북핵 개발시기에나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북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 시기에는 별 다른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사드배치 이상으로 자극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 한반도전술핵 재배치일 뿐이다.

 

이것들은 ‘Maximum pressure’이 사실에 있어서는 내용이 전혀 담보되지 못하는 단순히 정치수사라는 것을 또렷하게 웅변해준다. 무성한 수풀을 구성하지 못하는 마르고 가느다란 가지에 불과한 것이다. 더구나 심각한 것은 압박이 관여와 전혀 연관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면, 트럼프정부의 새대북정책인 압박과 관여에서 핵심은 관여라는 것이 번하게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대화를 통한 관여다. 트럼프가 지난 517일 방미한 문재인 대통령 특사 홍석현 한반도포럼이사장에게 "지금은 압박과 제재 단계에 있지만, 어떤 조건이 되면 관여(engagement)로 평화를 만들 의향이 있다라고 이야기 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트럼프의 대북 불협화음은 북에 대한 미 국내의 갈등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대화를 핵심으로 하는 기조로 확정되기까지 불협화음이 보통 심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익히 잘 확인된 사실이다.

 

오락가락과 갈팡질팡, 우왕좌왕과 좌충우돌. ‘압박과 관여정책이 완성돼 나오기 전까지 트럼프정부가 대북정책과 관련해 보여주었던 행보는 딱 그 모양새였다. 혼선과 엇박자로 표현되기도 했지만 정확히 보면 양태도 본질도 불협화음이었다.

 

북미대결전에 대한 정세인식 상의 차이로부터 비롯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크게는 북의 전략적 지위를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것을 놓고 생겨난 불협화음이었다.

 

북이 주장하는 전략적 지위를 놓고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는 본질적 차이를 갖는 문제다. 북핵이 매개가 돼 있어 그렇다. 북을 없애야 될 나라로 보는 것은 대북대결일변도정책의 근원이 된다. 이와는 달리 북의 전략적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은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는 것으로서 대화의 근원이 된다.

 

이른바 공포의 균형이 부여해주는 정치학의 실체가 이것이다. 북은 지난해, 북미 간 공포의 균형이 형성되었다는 것을 또렷하게 보여주었다. 핵무기가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 능력이자 미국의 대북 핵선제타격론을 무력화시켜버리는 전략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보유를 북이 지난해에 세계를 향해 분명히 보여주었던 것이다.

 

미국에 북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는 기류가 분명해지고 있는 배경이다. 최근에는 현직 최고위관리의 입에서까지 나오고 만다. 허버트 맥매스터 NSC 보좌관이 4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을 갖고 있는 불량국가라고 한 것이다.

첨예한 북미대결전에서 북이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미국의 현직고위관리가 인정했다는 것은 놀랄 정도로 큰 대형사건이다. 이는 북이 주장해왔던 전략적 지위를 미국이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다.

 

맥매스터의 발언 있고 3일 뒤에는 그에 못지않은 또 하나의 대형사건이 터진다. 주역은 트럼프였다. 트럼프는 12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10분 간 시진핑의 얘기를 듣고 나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 역시 놀랄만한 일이다. 미국이 그동안 고수해왔던 북핵문제에서의 중국역할론을 트럼프가 직접 나서서 폐기해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북 핵보유국에 대한 사실상의 인정과 중국역할론 폐기는 트럼트럼프정부가 기간 대북에서 보여주었던 불협화음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를 또렷히 설명해준다. 북 핵보유국 인정과 중국역할론 폐기를 주조로 하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짜려는 주류의 흐름과 그 반대편에서 이를 가로막으려는 반발의 흐름들이 서로 충돌해서 나온 것이 그동안의 불협화음의 실체였던 것이다.


 

 

대화는 북미대결전 종식의 동력

 

트럼프가 대북정책에 중국역할론을 퇴조시키고 더 나아가 사실상 북 핵보유국 인정을 하면서 대화를 주 기조로 설정했다는 것은 대단히 획기적이다.

 

이와 관련해 흥미롭게 볼만한 대목은 트럼프가 대북정책 발표의 형식으로 전혀 새로운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대북정책 발표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그리고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국장 세 사람을 동원한다. 그리고 백악관으로 상원의원 전원을 불러들여서는 합동브리핑을 하게 한다. 이어 세 사람의 명의로 합동성명을 발표해 새대북정책을 세계에 알린다.

 

전례가 없었던 방식이다. 외교와 안보 책임자 셋을 동시에 내세워 상원 전원에 합동브리핑을 한 다음 합동성명서를 통해 새대북정책을 발표한 것에서 읽히는 것은 새대북정책의 집행에 대한 트럼프의 강력한 의지다.

 

대북정책 집행에 대한 트럼프의 강력한 의지와 관련해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합동성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북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해 규정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북아와 동맹국의 안정에 대한 위협',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 '국가안보에 대한 긴급한 위협'이라고 했다. 동북아와 동맹국에 대한 언급이야 의례적인 외교수사로 보면 된다.

하지만 미국 본토 그리고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한 데에서 읽히는 것은 매우 특별하다. 트럼프가 들고 있는 슬로건인 안보우선주의다. 북 핵미사일 능력을 규정하면서 국가안보에 대한 긴급한 위협이라면서 자신의 슬로건과 직접 연동시키고 있는 것은 북핵문제를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렇듯 자국 안보를 위해서 불협화음을 없애고 대북정책을 최우선적으로 강력히 집행할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대화를 주조로 하는 압박과 관여정책은 내일이나 모레 쯤 금방 관철될 것이 아니다. 곡절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또한 아니다. 그렇지만 압박과 관여정책이 대화를 주조로 하고 있는 만큼 이것이 현시기 치열하게 전개되는 북미대결전에서 차지하게 되는 의미는 가히 눈부실 수밖에 없다.

 

북은 자신의 핵미사일능력이 북미대결전을 종식시켜내는 동력이라는 것을 누누이 주장해왔다. 흔하게 있는 정치공세로 치부하고 말 문제가 아니다. 북의 주장을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인정해준다고 한다면 대화를 주기조로 하고 있는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미국 차원에서 마련하고 있는 북미대결전 종식에 대한 또 하나의 동력이 된다. 북미대결전 종식에 대한 미국의 태세인 셈이다.

 

북의 핵미사일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는 조건에서 트럼프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로운 비핵화를 추구하면서 그 목표를 향해 협상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북미대결전 종식국면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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