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중앙을 타고앉아있는 ‘케리’그리고 ‘이명박'’
<분석과전망>반북으로 일관한 박 대통령 유엔연설 분석1-인권,핵,통일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인권과 핵, 통일 등 북한 문제전반을 다 언급한다. 그러나 단순 언급이 아니다. 죄다 북한을 자극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극히 적극적이다. 그 중에서 최고의 정점에 오른 것은 인권문제이다.
인권문제에서 어른거리는 케리 장관
박대통령은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상의 권고사항을 채택한 것을 언급하면서 북한의 이행을 촉구한다. 연설은 여기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간다. 국제사회에 북한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까지도 주문을 한 것이다.
박대통령이 COI의 권고사항을 언급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북한과의 대립을 최고의 수준에서 치는 것으로 된다. COI의 권고사항에는 북한이 즉각적으로 반발할만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할 것과 반인도적 범죄 책임자 처벌 등이 그것들이다.
특히 책임자 처벌 부분은 북한 최고지도자에 대한 공격으로 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전문가들에게서 북한에 대한 자극 수위가 최고조에 이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대통령은 탈북민까지도 거론한다. 이 대목에서 유엔해당기구의 지원을 요청하면서 관련국가들이 지원을 해야된다고 언급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에 대한 공세여서다. COI의 권고사항에는 중국에 '강제송환 금지 준수' 등을 촉구하는 대목이 포함되어있다. 탈북민을 거론하면서 박대통령은 결국 중국까지도 우회적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북한이 미국이나 우리나라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을 해오고 있는 것은 우선,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심하게 왜곡되거나 부풀려졌다는 것을 이유로 삼는다. 종국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악의적인 정치공세로 봐서다.
이를 모르지 않는 박대통령이 인권문제를 단순하게가 아니라 북한을 적극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으로 언급했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작정한 것임을 보여준다. 유엔 총회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언급한 역대대통령은 없다. 박 대통령이 유일하다.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박대통령의 이 작정이 미국의 영향력이 작동한 결과였을 것으로 본다. 존 케리 미국무장관이 23일 뉴욕 맨해튼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은 물론 탈북자까지 불러들여 북한인권고위급 회담을 주도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북핵문제에 어른거리는 이명박
박대통령의 반북은 북핵문제를 언급하는 데로 이어진다.
박대통령은 북한 핵문제를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으로 보고 있음을 밝힌다. 국제평화에 심각한 위협으로 된다고도 한다. 구체적인 지점으로는 핵비확산 체제의 근간인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한다.
새삼스럽지 않은 것이다.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기본입장인 것이다. 북한에 핵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단을 촉구 것이나 ‘경제발전과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변화의 길’을 제시한 것 역시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특기할만한 것은 박대통령이 북핵문제 언급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란 듯이 끼어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된다면 우리나라와 국제사회가 북한의 경제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밝힌 것이 그것이다. 이는 ‘선 핵 포기 후 경제 지원’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었던 ‘비핵개방 3000’의 핵심내용이 그것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박대통령의 이 언급에서 실패하여 폐기되고 만 ‘비핵개방 3000’이 온전히 되살아와 움직이고 있는 환영을 보게된다. 본질적으로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대결정책인 ‘전략적 인내’의 근간을 본 셈이다.
현실성 없는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건설문제
박대통령은 인권문제에서는 케리를 핵문제에서는 이명박을 어른거리게 했던 것과는 달리 통일관련 언급에서는 비로소 자신의 독자적인 입장을 적절하게 드러낸다.
남과 북이 유엔에서 2개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언급한 것이 그것이다. 그것은 분단의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바른 지적으로 된다. 통일이 그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게 한다는 의미에서도 그렇다.
그렇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차원을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수사이기도 하다. 박대통령이 국내정치에서 자주 사용해왔던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수사를 통일문제에 적용한 논리인 것이다.
박대통령의 연설에 일반적인 차원이 아닌 구체적인 차원의 언급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가 DMZ에 '세계생태평화공원'을 건설해야한다고 제기한 것이 그것이다. 박대통령은 '세계생태평화공원'이 남북한 사이에 환경과 민생, 그리고 문화의 통로(Corridor)가 된다고 하면서 구체적으로는 '세계생태평화공원' 건설이 유엔의 주도 하에 남북한, 미국, 중국 등 전쟁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업으로 되어야한다고 한다.
그리고는 그것이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의 시금석이 된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도 새로운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현실성이 결여되었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건설은 지난 8.15기념행사에서 제기했던 것을 다시 그대로 되풀이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 사업을 국제적인 프로젝트로 발전시키려는 의욕을 드러낸 것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 사업이 현실화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남북관계개선에 대한 구상은 현실적으로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는 북미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업이 이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대통령이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건설을 두고 한반도 긴장완화의 시금석이라고 했던 것은 주객을 전도시킨 논리가 된다.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건설은 한반도 긴장완화의 시금석이 아니라 한반도 긴장완화의 결과가 되는 것이다.
분단이라는 비정상을 통일이라는 정상으로 돌려놔야한다는 것은 이처럼 일반적인 차원의 수사에 불과하며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건설문제 역시도 현실성 담보에 대한 현실적인 구상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 때문에 단순 주장에 불과한 것으로 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박대통령이 유엔연설에서 반북으로 일관하고 또 비현실적 주장을 되풀이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박 대통령의 그 유명한 ‘수첩’을 상기했다.
그 수첩에는 이런 저런 맥락을 다 놓쳐버린 탓에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빈 내용들로 가득 차 있는 것들이었다.
그 빈 곳을 박 대통령은 케리와 이명박의 ‘반북’으로 대신 채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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