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주통일연구소
  • 자주통일연구소
분석과 전망

<시사꽁트>담배값 인상을 막을 수 있는 기막힌 방법

by 전선에서 2014. 9. 24.

투쟁하라! 그리하면 얻으리라!

<시사꽁트>담배값 인상을 막을 수 있는 기막힌 방법






 

하루에 담배 두갑을 피우는 녀석이 있다. 골초였다. 재수하면서 친구들이 붙혀준 별명이었다. 어제 그가 느닷없이 술 한잔하자고 전화를 했다.

돈 없다

나는 많어

 

압구정의 화려한 밤거리를 걷다가 우리는 한곳을 지목하고 자리를 잡았다. 대치동인지도 몰랐다. 그럴듯한 카페 겸 고급바였다. 흡연석이 마련된 곳이었다.

 

? , 싸웠나?”

부부싸움을 하고나면 속 상하다고 불러내 술자리를 하곤해서 물었다.

앉자마자 담배부터 꼽아 물고는 그가 낮게 말했다.

마누라가 아냐

그럼 미스박이가?”

시꺼

 

녀석은 담배값을 갑작스럽게 2000원이나 올리는 정부의 태도가 못마땅하다면서 정부와 투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가를 물어왔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럴 때면 하는 습관대로 원샷을 했다.

 

근데 그것을 왜 투쟁이라고 표현하는거야? 거창하게 말야

열 받잖아

넌 돈 많잖아!”

그게 뭔 상관이야

쫀쫀하게 그 2000원 가지고 투쟁이니 뭐니하는 거 웃긴다. 그것도 한참이나. 웃기고 자빠진 거지. 그치?”

열 받아서 그러는 거라니까

 

 

이리저리 발을 빼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세잔 째 잔을 비우면서야 그 방법에 대해 일장연설에 들어갔다.

옆 자리에서 흘깃거리는 눈길이 느껴졌다. 말투는 느리지만 소리가 커지는 일장연설 때문이었다. 아랑곳하지 않았다. 술이 취하면 항상 그랬다. 누군가 시끄럽다고 시비를 걸면 싸우면 되는 것이었다.

 

담배값 인상은 말야 우리 박근혜각하께서 혼자 결정하실 수 있는 사안이 아니야

그럼 누구랑 해?”

몰랐어?”

그 유명한 정 모씨랑 한다는거야?”

시꺼

 

술한잔을 다시 원샷을 하며 힘을 주어 말을 이어갔다.

"미국의 최종 결재가 있어야 가능한 게 담배값 인상이야

그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 거 신기하다

우리 정부가 조만간 담배 가격 인상을 두고 미국 측과 협의에 나설 것이라는 것을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뭬야! 헛소리하는 거 아냐? 어디에서 들은 얘기야? 그것도 정모씨 얘기처럼 증권가 찌라시에 나오는 거야?”

서둘지마

그렇게 한꺼번에 여러 가지 것을 물어보면 머리가 정리가 안된다는 것을,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점쟎게 상기시켜주었다.

기획재정부가 그랬어

언제

“23, 말 많이 하지마라니까. 집중이 안돼

 

녀석은 더 이상 말을 자주 하지 않았다. 집중하는 태세 즉, 진지한 모습까지도 갖추었다. 진지한 얘기에 대한 예의였다. 녀석은 예의가 바른 녀석이었던 것이다.

또렷했다. 담뱃재가 길게 달리는 것도 모를 정도였다. 탁자를 주먹으로 크게 한번 내려치자 그때서야 담뱃재는 떨어졌다.

 

담배 가격을 인상할 경우 이를 미국 측에 통보·협의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 정부가 1988년 담배시장을 개방한 뒤 1996년 미국과 채결한 담배 시장 개방에 관한 한·미 양해록에 나와 있는 조항이다.

양해록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담배 가격·규정 등 담배 시장에 영향을 끼칠 정책 변화를 추진할 경우 이를 미국 정부에 알릴 뿐만 아니라 협의까지 하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통보하는 기간까지도 적시되어 있다. ‘국민에게 알리기 20일 전 혹은 시행 20일 전 가운데 이른 날이 그것이다.

 

얘기의 요지는 그리 어렵지 않게 했다.

담배값이 안 오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여! 미국과 투쟁하라! 그리하면 그 바람은 필히 이루어지리니

이를테면 그런 식이었다.

 

담배값 인상을 막기 위해 미국과 투쟁해야하되는 이유는 딱 한가지이다. 그렇게 설명을 해주었다. 정부를 상대로 해서는 승리할 공산이 없어서라고 했다.

"우리 박근혜각하는 한다면 한다주의이다. 그치?"

녀석은 고개만 끄덕였다.

 

담배값 인상백지화를 목표로 해서 제아무리 기막힌 투쟁을 내온다하더라도 백전백패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강조해주었다. 한 지략가가 홀연히 나타나 신출귀몰한 전략전술을 수립하고 구사한다해도 그 사실은 변동시킬 수가 없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왕처럼 군림하는데 감히 누가 덤비겠는가 하는 것 역시도 세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특히 그 투쟁에 적잖은 위험성이 있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종북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한 것이다. 박근혜정부 들어서 정부입장에 완강하게 반대를 하게되면 그것들에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려지는 것이 그 종북공세'여서였다.

 

드릅네

녀석이 오랜만에 끼어들었다.

누가? 미국이

아니, 대한민국이

닥쳐! 종북으로 몰리고 싶어

 

녀석이 다시 입을 닫았다. 입을 열 때란 담배를 받아들일 때 뿐이었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속이 상하고 열은 또한 얼마나 받겠는가! 그 과정에서 죄 없는 담배만 줄창 피워서는 흡연량만 더 늘어갈 것이다.

 

그 승산 없는 싸움을 할 것야?”

미국하고 싸우라는 것이지?”

내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잘 들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하게 이해를 했군

그래

역시, 너랑 술 마시면 술맛이 최고로 상승돼. 한계가 없어

 

벨을 눌러 술을 더 시켰다. 그 사이 한 갑을 다 피웠다면서 녀석은 밖으로 나갔다.

목이 탔으므로 한잔을 더 시켰고 그는 담배를 입에 물고 들어왔다.

 

담배값을 올리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일단 단결을 해야해. 단결은 승리의 열쇠이기 때문야

그건 나두 알아

그리고서는 투쟁을 해도 끝장을 보는 완강한 투쟁을 해야해

 

무슨 요구를 내걸지?”

좋아, 아주 적절한 질문이야

다시 호프 한잔을 다 들이켰다. 목소리를 한층 더 아래로 깔아내리기 위한 과정이었다.

우리 한국정부가 담배값을 올리지 못하게 미국이 최종결재를 해주지 말아달라고 하는 것이 그것이야

그렇군

 

언제부터 시작해야되는거야?”

녀석과는 거침없이 주고 받았다. 결론이 난 얘기여서였다.

 

우리 박근혜 각하께서 미국에 통보하는 날이 그 투쟁 디데이야

언제인데?”

“10월 중이야. 신문에 날 거야

카톡으로 알려줘

당연

고맙다. 술꾼

그날 녀석과는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 건강이 따라주었던 덕분이었다.

 

녀석과 어떻게 헤어졌는지는 기억에 없다. 술꾼과 골초의 만남은 항상 그러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