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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혁신할 것인가, 해체될 것인가

by 전선에서 2014. 9. 23.



- <분석과전망>당 정체성에서 중대기로에 선 새정치민주연합 -


  

세월호 특별법 제정. 야당으로서의 정체성 회복.

 

이 두가지 문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현 정세에서 제기받고 있는 가장 절박한 과제이다. 이 두가지를 해결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새정치연합 비대위가 21일 출범을 했다. 비상대책위원장에는 문희상 의원 비대위원으로는 문재인, 박지원, 인재근, 정세균 의원과 박영선 원내대표가 확정되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22일 첫 비대위를 주재하면서 “당이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백척간두의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했다. 비장하게 내지른 첫 일성이었다. 새정치연합의 위기상황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표현이다.

 

“우리 앞에 더 이상 계파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회의에서 한 말 중에서 가장 주목을 끌었던 발언이다. "오늘 이 순간부터 공식 전당대회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직전까지 일체의 선거운동이나 계파 갈등을 중단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라고 강조하면서다.

 

여기에는 7.30보궐선거에서의 공천참사 등 새정치연합의 계파주의가 새정치연합을 추락시킨 제1원인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문 비대위원장의 발언은 아울러 '계파주의'에 대해 엄정 대처를 선포하고 나선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선언일 뿐 현실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

비대위원의 구성원들은 한결 같이 다들 '계파 대표자'들이다. 당연직인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박영선 원내대표 외에 문재인은 친노계 박지원은 호남계 정세균은 정세균계 그리고 인재근은 김근태계인 것이다.

 

비대위가 구성되자마자 계파 갈등을 봉합하는 구성이어서 혁신은 물 건너간 것이라는 비판이 곧바로 나왔던 이유였다.

비대위가 합법적인 계파갈등의 장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되어왔던 계파간의 갈등을 수면위로 끌어올려 봉합하려한다는 것이 그 비판의 문제의식이었다.

 

그 비판에 따르면 계파간의 갈등은 해소되어야할 것들이지 단순히 봉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단순히 기계적인 봉합일 경우 그 계파정치는 여전히 새정치연합 혁신의 걸림돌로 작동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비대위 구성 비판에서 정점에 있는 인사는 새정치연합의 정동영 상임고문이었다. 정 상임고문은 22일 서면을 통해 "60년 전통의 야당을 침몰 직전의 난파선으로 만들어놓은 책임자들이 반성과 사과를 통해 뼈를 깎는 혁신을 추구하기보다, 오히려 당의 혼란을 틈타 특정 계파의 나눠먹기 연합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고 말았다"고 혹평을 날렸다. "야당 역사에서, 정당이 노선과 가치의 결사체가 아니라 이렇게 노골적으로 계파 수장들의 연합체임을 대내외에 천명한 일은 일찍이 없었다"면서였다.

 

그렇지만 정 상임고문의 비판은 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것이 더 주요한 것이었다.

"비정규직, 영세 상공인과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는 진보개혁적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해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한다는 당원과 지지자들은 원천적으로 배제된 것“

비대위 구성에 대한 정 상임고문의 비판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이루는 대목이다. 비대위 구성에 당내 이념 지형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지도부가 선출된 것이 아니라 임시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그 지도부의 역할은 다양한 세력의 이해관계를 통합해야 하는 관리형 지도부여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당내 이념 지형을 반영하여 구성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정 상임고문은 "당 노선의 중도화로 정체성 상실을 우려한다"면서 “비대위 위원들은 지금까지 진보적 정치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거나 최소한 적극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위원들이 거의 전부"라는 직격탄을 날렸다.

 

정 상임고문의 발언에서 특히 주목을 끌만한 것으로는 햇볕정책과 관련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이상돈 교수를 당대표에 영입하려고 했던 것에 비판이었다.

정 상임고문은 이 교수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 이적행위와 반역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지금도 '햇볕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이 교수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이 교수를 영입하려는 인사들에 대한 비판이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모독하고 당원과 지지자들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안긴 사람들이라고 비판을 한 것이다.

 

정 상임고문의 비판에 실천적으로 화답할 인사로는 문재인 의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의원이 "정당·정치 혁신은 내가 정치를 하는 목적이고 이번 비대위에 참여한 이유"라면서 "거기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라고 발언을 해서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허지만 더 놀라운 발언이 곧바로 이어졌다.

“우리 당은 더 이상 추락할 데가 없다, 여기서 일어서지 못하면 차라리 당을 해체하는 게 낫다”고 까지 발언을 한 것이다.

우유부단한 정치인의 표상으로 보이기도 했던 문 의원이었다. 당 혁신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것이나 혁신이 안되면 당 해체까지 언급했다는 것은 문 의원에게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수위 또한 매우 높다.

 

정 상임고문의 당 정체성 발언과 함께 문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새정치연합이 혁신을 하느냐 아니면 해체되느냐하는 중대기로에 서있음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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