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경색, 북미대결전 첨예화
<분석과전망>친미반북으로 일관한 박대통령 유엔연설과 이후 정세전망
박근혜 대통령의 24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은 반북의 정점을 찍는 것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박 근혜정부의 친미본색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유엔연설이 이후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와 남북관계에서는 험로를 만들어내고 북미관계에서는 북미대결전을 본격화하는 분수령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
반북의 정점
박대통령이 북한의 인권문제와 핵문제를 거론하면서 북한을 자극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은 북한인권문제 접근법이나 북핵문제 접근법에서 취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을 거의 완벽한 수준에서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언급은 하루 전인 23일 존케리 국무장관이 뉴욕 맨해튼에서 주재한 ‘북한고위급회담’에서 다루어진 내용을 총괄하는 것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에게서 연설문에서의 인권 부분을 써준 사람이 케리였을지도 모른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였다.
핵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정부시절의 ‘비핵개방 3000’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었다. 즉 ‘선 핵 포기 후 경제 지원‘ 그대로였던 것이다.
이명박정부의 ‘비핵개방 3000’이 오바마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의 문제의식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은 전문가들이 아니어도 상식선에서 알고 있는 것들이다.
박대통령이 이미 실패한 것으로 규정되어 폐기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 ‘비핵개방 3000’의 핵심 문구를 그대로 따온 것은 자신의 대북정책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조차로도 친미성을 드러내는데 부족하다는 정치적 판단을 한 결과였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정부 측에서야 한미동맹관계의 돈독함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정치적 잣대를 들이댔을 때나 도출될 수 있는 논리일 뿐 객관적 현실은 그것들이 심해도 너무 심해 동맹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수위와 범주에서 한창이나 벗어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대통령은 반북은 곧 친미라는 등식을 유엔연설을 통해 이처럼 참으로 화려한 지경으로까지 끌어올려 세계인들에게 보여주었다.
박대통령의 친미는 그러나 반북을 통해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었다. 미국이 행하는 전반의 국제적 문제들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에서 표현된 것도 그 친미였다.
친미의 진수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는 크고 작은 분쟁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박대통령의 연설문 서두에 나오는 대목이다. 박대통령은 곧바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를 제시했다. 예컨대 ‘유엔 헌장에 위반하는 무력행사와 위협의 자제’가 그것이다. 지난 역사 그리고 지금의 현실은 세계도처에 벌어지는 크고 작은 분쟁과 갈등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은 곳이 없다는 것을 수도 없이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박대통령의 처신법은 외면이었다. 미국의 시리아공습을 불러온 이슬람국가(IS) 사태는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지난 2003년 이라크침공 등으로부터 비롯된 미국의 패권적인 중동개입정책이 불러온 필연적 결과인 것이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은 박 대통령이 언급한 ‘유엔헌장에 위반하는 무력행사’의 가장 비근한 예로도 된다. IS에 대해 적대적이면서 IS와 전투를 벌이고도 있는 시리아는 미국이 IS격퇴를 빌미로 자국을 공습한 것에 대해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은 것일 뿐만 아니라 시리아 통치권을 무시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러시아의 입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충격적인 것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미국의 시리아 공습이 유엔안보리의 결의를 거치지 않게 되면 불법적인 것이라는 것을 천명했다는 것이다.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군사력 사용은 자위적인 차원이거나 유엔 안보리가 군사조처를 승인할 때만 합법적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미국은 물론 합법적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기는 하다. 반 총장이 미국 입장을 고려해 마련해둔 것으로 보이는 ‘자위권 발동’에 기대서다. 그렇지만 기대고 있는 그 모양새는 아무리 봐도 약하고 위태롭기까지하다. 그것이 주관적인 입장일 뿐 군색하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유이다. 프랑스나 영국 독일 등 강대국들이 미국의 시리아공습에 발을 빼고 있거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박대통령의 친미본색은 시리아, 리비아, 남 수단 등의 내전에서 부녀자와 어린이들을 포함해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고 있다는 연설에서도 똑같은 비중과 무게로 확인된다.
지난 8월 세계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으로 팔레스타인의 어린이와 부녀자 등 민간인들이 무참하게 학살되는 것을 두 눈 뜨고 지켜봐야했다. 미국이 묵인했던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었다.
세계의 양심적인 언론들이 대서특필을 하고 세계인권단체들이 경악을 했지만 꿈쩍도 않했던 것이 미국 정부였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발표한 것에 따르면 여성 1명과 어린이 3명 등 민간인 8명이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했다. 다른 인권단체인 시리아인권네트워크(SNHR)도 미군의 이들리브 공습으로 한 가족의 어린이 4명을 포함해 민간인 1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공습 첫날부터 속출했던 민간인 피해였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 때처럼 미국은 입을 다물고 있으며 박 대통령은 이를 따라 외면했다.
명백한 현실을 외면하고 이루어지는 박대통령의 인권문제에 대한 지적에서 전문가들은 왜곡의 진수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게 된다. 세계의 갈등과 대립 지역에서 보여주고 있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모습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동반되는 법적 인권적 모든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박 대통령의 입장은 결국 친미본색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박대통령 유엔연설 이후 정세전망-남북관계 경색, 북미대결전 첨예화
박 대통령의 친미반북으로 일관한 유엔연설은 남북관계와 연동되게 되면 그 본질적 측면은 유감없이 발휘되게 된다. 이것들은 무엇보다도 남북관계개선과 관련해 박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제기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진정성은커녕 오직 정치적 수사라는 것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외교부에서 북한에 대해 남북인권회의를 제기한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친미반북의 정점을 보여준 박 대통령의 유엔연설에 대해 북한이 어떤 대응을 해올 것인지 가늠해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북한이 더 이상 남북대화에 대해서 그 어떤 기대도 갖지 않게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초부터 일기 시작했던 남북관계개선의 흐름이 더는 지속되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남북관계개선의 가능성을 완벽하게 차단해버린 것이 이번 박대통령의 유엔연설인 셈이다.
남북관계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에 대해 취할 태세가 무엇일 것이라고 가늠해보는 것 역시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미공세를 한층 더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군사적 공세의 강화일 것이다. 북한이 종전에 여러번 강조했던 대로 핵미사일 능력 강화로 거침없이 나아가게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여전히 수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국의 대북대결정책인 ‘전략적 인내’정책을 향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핵경제병진노선이라는 자신의 국가발전전략에 따른 행보로 된다.
남북관계 경색, 북미대결전의 첨예화. 이상할 것은 없다. 북미대결전의 역사가 한 두 번만 보여주었던 국면이 아니다. 다만 그 계기를 박대통령이 9.24유엔연설을 통해 직접적으로 또한 화려하게 마련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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