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향하는 경제인과 정치인, 그를 막는 정부
<분석과전망>효력 상실한 5.24조치, 언제까지 놔둘 것인가?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대북제재 조치인 5.24조치 해제를 요구한다. 그리고 경제인들은 대북투자를 계획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말이 없다. 말이 없는 것을 뛰어넘어 불통이고 반북이기까지하다.
이미 효력을 상실한 5.24조치
‘변화는 놀랍고 가능성은 엄청나다.’
한반도의 최북단인 두만강 하류지역에 대한 얘기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한 말이다.
김 최고위원은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 여야 의원들과 함께 지난 18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두만강 하구의 북·중·러 접경지역인 하산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종착역인 러시아 극동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토크역 등을 시찰했다. 남·북·러 간 공동물류협력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점검하고 국회차원의 지원책을 모색하기 위한 행보였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북한과 러시아가 실시하고 있는 나진항 항만 현대화와 복합물류 사업, 철도 개.보수사업 등을 말한다. 양국은 이미 3:7 비율로 출자해 '라손콘트란스'를 설립했다.
코레일, 포스코, 현대상선 등 우리 기업들도 참여를 본격화하고 있다. 우회적인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한 때 한국 기업들이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에 따라 '라손콘트란스' 러시아 측 지분 중 49%를 매입하는 방안을 타진 중에 있는 것이다.
북한의 나진 항 주변을 둘러본 것에 대한 김 최고위원의 그 말은 ‘나진-하산 프로젝트’ 시찰에 대한 소감이자 평가였다. 북한 라진 항이 평양보다 더 살기 좋아졌다는 말까지도 했다.
시찰단을 이끌고 간 새누리당 의원인 유기준 국회 외통위원장도 비슷한 평가를 했다. 물류혁명이라는 말까지 했다. "앞으로 한반도 종단철도가 완공되면 러시아 횡단철도와 연결해 유럽과 한반도를 잇는 철도 실크로드가 완성돼 물류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시찰에 동행한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도 그 점에서 다르지 않았다. "분단으로 해양대륙국가로서의 잠재력이 묻혔는데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통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찰단에 포함된 거의 대부분이 5.24조치의 해제를 주문했다. 유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선언’을 하고 제 2차 남북고위급회담을 제안함으로 인해 ‘5·24조치는 효력을 상실한 것’이라고 했으며 김 최고위원은 ‘북한과 같이 통 크게 결단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정부가 지금 당장 취해야 되는 조치가 5.24조치 해제라고 했다.
경제인들의 발목을 묶고 있는 5.24조치
5.24조치 해제는 누구보다도 경제인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요구되는 가장 구체적인 사안으로 되어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3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동북아시대 북한 개발협력 세미나`를 개최한 것만 보아도 이는 여실히 확인된다.
세미나의 주제는 `북한 경제개발구 개발참여 방안`이었다.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13개 경제개발구에 우리정부와 공기업 그리고 더 나아가 민간기업이 어떻게 참여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였다. 제시된 방안은 다기 다양했다.
LH는 복합농촌단지와 경제개발구를 엮는 지역경제 사회개발 협력모델을 제시했다.
예컨대 양강도 혜산시 신장리 일원의 혜산 경제개발구ㆍ자강도 만포시 미타리의 만포 경제개발구 등의 개발사업에 참여를 해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지개량ㆍ농업교육 등을 제공하고 LH는 산업단지를 비롯해 배후주거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경공업 중심 경제개발구의 산업기반을 활용하고 여기에 주변 농촌 유휴노동력을 결합하면 가능한 사업이라고 했다.
교통연구원에서는 남북과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다자간 협력사업 모델을 제시했다. 국제수송망 구축을 위한 국제협력 시스템인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철도사업이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로 ‘산업단지, 주거단지, 물류시설 등 복합개발 차원에서 민간, 공기업, 정부가 참여하는 1.5트랙 방식의 협의체 구성’을 들었다.
국토연구원은 사업 방식의 형태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남북협력 초기에는 공공자본 주도로 참여하되 중장기적으로는 협력개발이 일정 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에 민간자본이 적극 참여하는 단계적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들은 남북한의 실정과 주변국들의 조건을 기본으로 정부의 5.24조치 해제 이후 남북대화가 본격화되는 정세 하에서 가능한 사업들이다.
반북적인 박근혜 정부
이처럼, 경제인들은 남북교류를, 정치인들은 그것을 가로막는 5.24조치 해제를 한결 같이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부는 말이 없다. 또 하나의 불통이다. 국민과의 불통 야당과의 불통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정부차원에서는 한 식구라 할 수 있는 여당 그리고 나라경제발전의 최전선에 서있는 경제인들과의 불통은 국가발전 차원에서 보면 매우 심각한 문제로 된다.
그러나 현실은 말이 없는 것에서 끝나고 불통에서만 끝나도 다행이라고 해야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러있다.
북한에 제2차 남북고위급회담을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차원의 대북대결적인 언사들은 곳곳에서 버젓이 튀어나오기가 일쑤다.
45억 아시아인의 축제인 인천아시안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국방부는 인천에서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한다면서 때 아닌 규모와 내용으로 자극적인 대북군사행사를 벌이는가 하면 민간단체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묵인 하에 대북전단을 살포하여 북한의 반발을 불러오고도 있다.
‘반북’조차도 아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 말에 의하면 '반북정권의 통치행위에 필요로 된다는 반북’을 뛰어넘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이는 정치의 적극적인 포기에 다름 아니다.
경제인들을 필두로 남북 간의 대화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은 23일 밤늦게 있게 될 박 대통령의 유엔연설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박 대통령이 세계 앞에서 우리나라의 원수답게 우리나라의 국격을 어떻게 높이는가에 대한 궁금함 때문이 아니다. 비극적인 일이지만, 외국에 나가서까지 세계인들을 코 앞에 앉혀놓고 또 다시 북한을 자극하는 언사를 휘두르게 될지 몰라서이다.
정치라면 그래서는 안될 일이다. 김 최고위원이 북한에 대해 했던 ‘변화는 놀랍고 가능성은 엄청나다’라는 말을 전해 듣기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분석과 전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정치연합은 갈라서야 산다” (0) | 2014.09.29 |
---|---|
“윈윈(win-win)이 대결보다 좋다” (0) | 2014.09.26 |
남북관계 경색, 북미대결전 첨예화 (0) | 2014.09.25 |
연설문에 어른거리는 ‘케리’와 ‘이명박’ (0) | 2014.09.25 |
<시사꽁트>담배값 인상을 막을 수 있는 기막힌 방법 (0) | 2014.09.24 |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대한 반발 (0) | 2014.09.24 |
미국에 대한 북한의 기습적 공세 (0) | 2014.09.23 |
혁신할 것인가, 해체될 것인가 (0) | 2014.09.23 |
‘5.24조치’,어떤 모양새로 버려질까? (0) | 2014.09.23 |
북한에 세계적 관광명소 들어선다는데 우리는? (0) | 2014.09.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