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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북은 박근혜에게 왜, 욕설을 퍼부어댄 것일까?

by 전선에서 2014. 5. 1.

남북관계개선사업을 남북관계에서가 아니라 북미관계에서 그 동력을 마련하려는 것일 듯

 

4월 27일 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성명에서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사실, 경악스러웠다. 온갖 욕설이었다.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였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후에도 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당신과는 그 어떤 남북관계개선사업도 하지 않을 것이니 그리 알라’라고 하면 될 법도 했다. 그런데 북은 왜, 그리도 심한 욕설을 박근혜대통령에게 ‘퍼부어’댄 것일까? 
    

북이 1월 1일 신년사에서 남북관계개선 문제를 강조하고 박근혜대통령이 1월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을 언급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사실, 환호를 보냈다. ‘통일대박’이 본질적으로 흡수통일적 발상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 역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대통령이 북의 신년사에 대해 화답을 한 것이라는 말도 돌았다.

남북관계가 전환적 국면으로 진입할 수도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전문가들에게서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박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적시되어있는 내용들이 곧바로 상기되고 강조된 것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7.4남북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 그리고 6.15공동선언 등 기존 남북 간에 맺은 합의를 존중한다는 내용이 그것이었다.

남북관계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박 대통령이 1월 25일 1주년 취임기념 행사에서 이산가족상봉사업을 제안하면서 더욱 더 커졌다. 북이 국방위원회를 통해 남북관계개선에 대한 중대발표를 했다. 급기야 남북고위급접촉이 이루어졌다. 이산가족상봉사업이 결정되고 남북 비방 중지가 합의되었다. 2월 14일이었다. 기대와 낙관적 전망은 더욱 더 높아졌다. 7년 만에 이루어진 남북고위급접촉이니 그럴 만도 했다.

곡절이 전혀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었다. 북이 과연 미국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벌어지는 와중에 이산가족상봉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으로 대두되었다. 상봉사업이 무산될 수 있는 위기가 여러 차례 반복되었다.

그러나 이산가족상봉은 결국, 성사되었다. 극적이었다. 이산가족상봉이 마지막 2일을 <키 리졸브훈련> 와중에 진행되었던 데에서 이는 잘 확인된다. 남과 북이 한발씩 양보한 결과인 것으로 알려지고 또 평가되었다.

계획했던 훈련을 않할 수는 없는 한미의 처지를 최대한 북이 양해를 해주었을 것으로 이해되었다. 한미에 대해서는 훈련을 하기는 하되 로우키(low-key,대외적 홍보 및 공개를 하지 않는 방식)로 진행하는 것으로 했을 것으로 이해되었다. 위태롭기는 했다. 전쟁으로 인해 생긴 문제인 이산가족상봉사업을 전쟁훈련 중에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 위태로움이 이명박 정부 하에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제대로 풀어지는데서 거쳐야할 ‘통과의례’ 정도로 이해하려했다. 그 주관적 희망이 클수록 낙관적 전망은 더 높아져갔다.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도 나왔다. 9월 인천 아시안게임을 전후로 해서 그러한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낙관은 현실 앞에서 허망하게 깨져나가야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에서의 '로우키'기조가 파기된 것이 그 출발이었다.

2월 5일 군산 직도 상공에 B-52가 뜬 것으로부터 그 조짐은 시작되었다. 남북이 판문각에서 이산가족상봉사업을 논의하고 있는 그 시각에 미국은 한반도에 전략핵폭격기를 출격시킨 것이었다.

3월 5일에는 미국의 핵잠수함이 부산항에 입항했다.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북과의 군사적 긴장이 한껏 높아진 것은 당연했다. 독수리 훈련 역시 1만 명이 훨씬 넘는 규모로 진행되었다. 최대규모라는 언론의 상세한 설명이 덧붙혀졌다.

특히 포항일대에서 진행된 쌍용훈련이 정점을 찍었다. 평양점령훈련이라고 일컬어지는 한미연합상륙훈련이었다. 1980년대 유명했던 ‘팀 스피리트’ 훈련 이래 21년만에 벌어지는 최대규모의 훈련이었다. 한미 공군의 연합훈련인 <맥스선더 훈련> 역시 마찬가지였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했다. 시민단체들에서는 올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사상 최대 규모로 벌어진 것은 박근혜정부를 압박하여 남북관계개선사업을 파탄시키려는 미국의 의도이며 이를 박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라고 보았다.

아울러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사상 최대 규모로 벌어진 것은 북을 자극, 한반도 긴장을 격화시켜서는 한미일3각군사동맹 구축의 정치군사적 조건으로 삼으려는 미국의 의도가 작용한 것이기도 한 것인데 박대통령이 여기에도 적극적으로 합류한 것이라는 견해도 제출했다.


남북관계개선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깨져나가는 과정에 강도 높은 한미연합군사훈련만이 작용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박 대통령의 전반 행보 역시 결정적이었다. 박대통령의 ‘북핵 불용’ 발언이야 보기에 따라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측면이 사실상 있다. 중요한 것은 박대통령이 집요할 정도로 북의 국가발전전략인 병진노선에 대해 그리고 인권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드러내어 강조한다는 것이다. 독일 드레스덴에서 대북제안을 하면서 박대통령은 북의 인권관련 발언을 했다. 그리고 4월 25일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한 중에는 병진노선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지적을 박 대통령은 또 했다. 
 


남북관계개선을 약속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올해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사상최대로 벌어진 것에 대해 북이 박 대통령에 대해 가졌을 법한 태도는 극도의 배신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개선사업을 시작했으면서도 미국의 이해와 요구를 앞세워 남북관계개선사업을 팽겨쳐버린 것을 언제까지고 참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에서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을 북이 극도의 욕설로 표현한 것은 그러나 단순히 감정의 표출로 보이지는 않는다. 남북관계를 이명박 정부 때처럼 전혀 발전시키지 않겠다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또한 보이지도 않는다.
조평통 대변인 성명은 남북관계개선사업을 벌이는데 있어서 북이 기존에 세우고 있었던 기조를 새롭게 바꾸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남북관계개선사업을 남북 사이의 합의에서 풀려는 기조를 파기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북미대결전의 수위나 양상은 북미간의 역량관계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해당 정세에 대한 고려를 결부시키는 것으로 결정된다.
기간 북미대결전의 궤적을 보면 여기에서 남북관계개선사업은 언제라도 중요한 변수였다. 그렇지만 그 변수로서의 내용이 남북 간의 합의를 통해 마련되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그 반대로 남북 간의 합의가 아니라 정세적 측면에서 강제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후자의 대표적인 경우로 전문가들은 김영삼 문민정부 때를 그 예로 들곤 한다. 이와 관련 유명한 개념 하나가 있다. ‘통미봉남’이라는 것이 그것이었다. 북미 간에 군사적인 측면에서 전면적인 대결전이 이루어지고 그에 기초한 정치적 합의성과들이 남북관계에서 강제적인 요소로 작용해들었던 것이다. 영변에 경수로를 건설하는 것을 북미가 합의를 하고 그 건설비용에 대해 우리정부가 다 맡다시피했던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조평통 대변인 성명에서 가장 핵심적인 열쇳말은 ‘전면핵대결전’이라는 말이다. 이는 북미대결전을 전면적인 군사적 대결을 통해 전개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된다. 이에 따라 군사대결전 방식으로 북미대결전이 전개되게 될 때 남북관계발전의 도모는 남북 간의 합의가 아니라 북미대결전의 결과에 따라 강제되는 측면이 강해지게 된다.

결국 이번에 북이 박 대통령에게 극도의 욕설을 퍼부어댔던 것은 북미대결전을 전면적인 핵대결전으로 몰아가게 되는 조건에서 그에 걸맞게 남북관계개선사업을 남북 간이 아니라 북미 간에 풀어가려는 기조를 보여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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