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전망> 또 말만 앞세우는 것인지 아니면 대북기조 변화의 징후인지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길로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연무관에서 열린 민주평통 해외자문위원과의 통일대화에서 한 말입니다.
박대통령이 남북관계개선에 나설 것인지 주목된다면서 언론들은 비중 있게 보도를 합니다. 올해 초 남북관계개선사업이 잘 진행되는 듯 하다가 미국의 적극적인 반대 그리고 이에 순응한 우리정부의 입장 때문에 무위로 돌아갔던 적이 있었던 터라 박 대통령의 발언은 단연 더 주목됩니다.
그렇지만 박대통령의 그 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신뢰를 보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지난 3월 박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해서 내왔던 드레스덴 선언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기 때문입니다. 드레스덴 연설은 나오자마자 북으로부터 강하게 거부를 당했었습니다.
박대통령의 대북 발언에 대해 사람들이 신뢰를 보내지 않는 이유는 이 말고도 또 있습니다. 김 장수 안보실장 후임으로 김 관진 국방장관을 내정한 것이 그것입니다. 김관진 안보실장 내정자는 대북 강경론자의 첫 자리를 차지하는 인사입니다. 대북대결적 행태를 문제 삼아 북에서 강력히 문책을 요구하기도 했던 인사를 권력의 중심부에 배치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북대결적 태세에 다름이 아닐 것입니다.
대북강경론자를 안보실장에 앉힌다는 것을 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남북관계개선 관련 사업에 대한 희망은 이제 접어야한다며 다들 절망했던 이유였습니다.
박대통령의 대북대화발언에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것도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은 이유를 구성해줍니다.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일 뿐이라는 비아냥은 그래서 나오게 됩니다.
박대통령의 대북대화발언에 대해 북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박근혜정부는 모르지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북이 받아들이지않을 것을 알면서도 박대통령은 왜 또 다시 대북대화를 강조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요? 밝혀낼 필요가 있습니다. 박대통령의 그 발언의 이면에 숨어있을 의도를 읽어내는 작업입니다. 그 무슨 대단한 작업은 물론 아닙니다. 조금만 신경을 써도 금방 읽힙니다.
박대통령의 발언은 이후 있게 될 통일관련 일정들을 염두해둔 것으로 보입니다. 박대통령은 이후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는 일정 그리고 특히 교황 방한(8.14-18일)일정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박근혜정부로서는 그냥 지나쳐버리고 말아도 될 일정들이 아닙니다. ‘통일대박론’을 통해 ‘재미’를 톡톡히 보기도 했던 박근혜정부가 그 일정들을 그저 형식적으로 대할 리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준비위는 내각과 청와대 진용를 개편한 뒤에 발족하게 될 것입니다. 통일준비위 발족에 맞물려 벌이게 될 첫 사업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이 있게 될 것이라는 예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통일준비위 발족과 대북 인도적 사업. 그것은 박근혜정부로서 보자면 그림이 제대로 나오는 사업입니다. 사업의 모양새, 배열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시 명동성당에서 하게 되는 '평화화 화해 미사'와 관련하여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남북 공동으로 봉헌을 하기 위해 북측과 실무접촉을 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허용해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박대통령의 대북대화 발언은 이처럼 이후에 벌어지게 될 일정들에 연동된 것으로서 극히 정치적으로 계산된 행보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현 시기 정세는 박대통령의 대북화해발언은 무턱대고 폄하할 수 없게 하는 중요한 측면 하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북일회담이 그것입니다. 북일회담은 북일수교를 향해 줄달음치고 있는 북일의 놀라운 행보입니다. 성과적으로 진행된다면 북일이 지난 2002년 평양에서 합의한 ‘평양선언’에 따라 북일수교에 곧바로 도달하게 됩니다. 북일행보가 동북아 정치지형에서 지각변동을 불러올 정도의 무게로 다가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북일관계가 북미관계와 별개가 아니라는 것은 특별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북일의 놀라운 행보가 만일, 북미관계의 발전을 예상하면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정부로서는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열지 않으면 않됩니다. 준비하지않고 가만있게 된다면 그것은 동북아정치지형에서 외교적으로 무능을 자초하는 것으로 됩니다. 동북아의 질서재편구도에 밀려나는 것은 재앙에 가까운 일입니다.
전문가들이 박대통령의 대북화해성 발언에 대해 설령 내용이 별스럽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목을 보내고 그 결과 박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을 높은 것으로 보고 이어 8.15광복절 기념사에서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는 식의 낙관적인 전망을 내오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물론 추정입니다. 그렇지만 이후의 정세에서 북일회담의 진전 정도 그리고 이에 조응하는 미국의 달라진 대북자세가 나오게 된다면 이 전망은 현실성을 획득하게 될 것입니다.
'분석과 전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미일 3국 합참의장들은 왜 만났을까? (0) | 2014.07.04 |
---|---|
군사력을 앞세우는 화전양면전술로 대화의 돌파구를 열겠다는 것? (0) | 2014.07.03 |
미국, 동북아정세에서 언제까지 안 보일 것인가! (0) | 2014.07.02 |
지난 2월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자는 것 (0) | 2014.07.01 |
북일회담의 독자성은 어느 정도? (0) | 2014.06.13 |
‘비핵화 회담’이라니! 뭔가 이상합니다. (0) | 2014.06.11 |
“대화 없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0) | 2014.06.10 |
한미, 동북아정세에서 안보여 (0) | 2014.06.09 |
북은 박근혜에게 왜, 욕설을 퍼부어댄 것일까? (0) | 2014.05.01 |
북미관계 남북관계, 최악의 상태로 돌입할 듯 (0) | 2014.04.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