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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북일회담의 독자성은 어느 정도?

by 전선에서 2014. 6. 13.

- <분석과전망>미국의 국제적 처지, 북일회담에 대한 규정성에 어떤 영향을 주나? -





일본의 북일회담은 미국으로부터 얼마나 규정되고 있을 것인가?

요즈음 전문가들이 새삼스럽게 던지고 있는 문제의식입니다.


미국 그리고 일본 등 세계정세에 정통하고 있는 사람들은 북일관계는 북미관계에 근본적으로 규정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누구에게서도 의심되지도 부정되지도 않습니다. 가히 상식적인 범주로 자리잡은 지 오래 되었습니다.


북미관계가 북일관계를 규정한다는 것이 현 시기 북일회담에 갖는 구체적인 의미는 일본이 미국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북과의 관계개선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북일관계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미국의 뜻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규정을 절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북일관계 발전이 북미관계의 발전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북미 간에 이미 좋은 징후의 단초들이 어느 정도는 확인되었어야합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확인되는 것이 없습니다. 머지않아 나타나면 되는데 그 가능성을 점치기 또한 쉽지가 않습니다.


그렇다면 현 시기 북일관계 발전 징후는 북미관계발전의 반영이 아니라 역으로 북미관계발전을 강제하는 측면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징후가 있어서 그러한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이 갈수록 세계 패권적 지위가 약화되어가고 있는 것에 관심이 부쩍 가는 결정적 이유입니다.


지난 58일 세계의 이목은 한 군사훈련장에 집중되었습니다. 러시아가 벌인 모의 핵전쟁 연습장이었습니다. 토폴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하늘을 날았습니다. 태평양 함대와 북부 함대 소속 잠수함 2척에서는 탄도미사일이 날았습니다. 폭격기에서는 공대지 미사일도 발사되었습니다. 핵탑재가 가능한 것은 물론입니다.


러시아 관영 <이타르타스> 통신이 육··공 대량 핵보복 공격을 포함하는 군사훈련을 진행했다고 했을 때 세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군사훈련의 이러한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이목이 집중된 이유는 이것 말고도 또 있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가방위통제센터에서 그 모의 핵전쟁 연습 상황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벨라루스·아르메니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대통령들이 푸틴 곁에서 모의 핵전쟁연습 상황을 함께 지켜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세계의 이목은 그로부터 4일이 뒤 미국의 전략사령부로 이동되었습니다. 전략사령부는 미국의 핵전쟁을 책임지는 곳입니다. 전략사령부는 보도자료를 발표하여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전략적 공격을 탐지하고 억제하기 위해 12일부터 16일까지 글로벌 라이트닝 14’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훈련에는 핵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들인 B-52 10대와 B-2 6대 등이 참가하게 됩니다. 이 훈련에는 또한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전략폭격기들을 투입해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있는 작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람들을 긴장시키기도 했습니다.


이것들에서 세계가 확인한 것은 정확히 한가지였습니다. 러시아와 미국 간 군사적 긴장의 강도가 얼마나 높아져 있는가하는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예사롭지 않기는 하지만 일정 정도는 예상되었던 측면도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계기로 본격화되고 있는 미러 간 세 대결의 양상인 것입니다.


미 러의 세 대결은 러시아와 유럽 간의 세 대결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필립 브리드러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령관이 57일 동유럽에 나토 군사기지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을 때 러시아는 곧바로 대응을 했습니다. 나토 소속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있는 러시아 영토 칼리닌그라드에 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라고 한 것입니다.


미국과 러시아의 본격적인 세 대결에서 세계가 확인하게 되는 본질적인 문제는 미 러 간의 세 대결이 세계지배질서의 재편으로서의 성격을 분명히 띠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아니고서는 미 러 양국이 핵전쟁을 가상 시나리오로 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거의 동시에 벌이는 것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게 됩니다.


미 러 간의 세 대결 양상을 띠면서 진행되는 세계지배질서 재편의 양상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쉽게 확인됩니다.


529일 한 장의 사진이 세계의 이목을 또 다시 주목시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그리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카자흐 수도 아스타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입니다. 3국 정상들이 '유라시아경제연합'(EEU) 창설 조약에 서명한 후에 찍은 사진입니다.


EEU는 그동안 러시아가 유럽연합(EU)에 맞서 추진해온 옛 소련 경제권 통합체입니다. 내년 1월 본격 출범하게 됩니다. 17천만명의 단일 소비·노동시장을 갖게 되는 만큼 그 규모나 내용이 매우 큽니다. EEU가 명실상부하게 서방과 대립하는 경제적 축으로 될 수 있는 근거입니다.


EEU를 놓고 그러나 단순히 경제공동체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EEU는 단순한 의미에서 경제적 통합이 아니며 지배와 간섭을 추구하는 서방에 맞서는 지역동맹 출현의 서곡이다북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11일자 노동신문에서 확인됩니다. '새로운 경제동맹 창설은 무엇을 보여주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였습니다. 동맹 창설국들이 EEU가 경제만이 아닌 정치·군사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동맹이 될 것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있다면서 한 말입니다.


EEU가 유럽연합(EU) 수준으로 확대되게 되면 서방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게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당장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이유로 한 미국 등 서방국들이 치고 있는 러시아 포위 전선에 파열을 내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러 간에 군사적인 대립구도가 심화되는 한편으로 EEU도 이처럼 경제적인 공동체를 뛰어넘어 정치적 동맹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전망을 띠고 있는 것은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패권적 지위가 날로 하락하고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들입니다.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날로 약화되어가는 것에 주목하게 되면 현 시기 벌어지는 일본의 대북대화행보는 상당히 독자성을 띠고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합니다.


지난 11일 북핵 6자 회담 미·일 측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이하라 준이치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의 회동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합니다.


연합뉴스 12일자 보도에 따르면 일본 교도통신은 이번 회동에서 이하라 국장이 북·'스톡홀름 합의' 내용에 대해 데이비스 대표 등 미국 측의 이해를 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하라 국장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생각을 잘 설명했고, 미국 측도 이해가 깊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회동에 대한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의 평은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데이비스 대표와 이하라 국장은 북한과 관련한 광범위한 현안에 대해 아주 생산적인 토의를 했다"고 한 것입니다.


같은 날 아베 일본 총리의 대북 특사인 이이지마 이사오 내각참여가 워싱턴DC 윌러드호텔에서 한 강연에서 한 발언도 주목할만합니다. "일본과 북한 간 정상회담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실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뒤 ·일관계 개선을 시작으로 남북관계, 북미관계 개선이 병행됐으면 좋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일본의 대북행보에 대한 독자성을 과도하게 바라보아서는 물론 안될 것입니다. 쉽게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제아무리 미국의 지위가 약해지고 있다고 해도 그 수준이 아직은 바닥에 도달했을 정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북일회담 독자성은 과연 얼마나 있을 것인가? 여전히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할 중요한 국제적 화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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