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전망> 금이 가는 한미일공조를 복원키 위해 일본에 던지는 견제구?
최근 우리 정부가 ‘비핵화 회담’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한데 이어 심지어는 ‘북의 핵능력 고도화 차단’이라는 복잡한 말까지 빈번히 사용하고 있어 그 배경이 무엇인지 주목됩니다.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현 시기 한미가 갖고 있는 최 우선과제는 북의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우리정부의 고위당국자가 공식적으로 한 말입니다. 연합뉴스 6월 11일자 보도내용입니다.
북의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하는 것이 우선과제라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북이 현 시기 핵능력 고도화를 쉬지 않고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그 첫 번째입니다.
신문은 북이 핵능력 고도화를 하고 있는 정황과 관련해서 설명은 물론,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의 핵실험장인 풍계리에서 움직임이 완전히 중단된 것이 아니라는 것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입니다.
핵실험장의 움직임을 두고 북의 핵능력 고도화와 관련 있다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구체적인 징후라고 확고하게 말할 수 있기에는 아무래도 빈약합니다. 그것이 설령, 핵능력 고도화의 징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다일 수 또한 없습니다.
북의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하는 것이 한미의 우선 과제라고 말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국이 현 시기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북의 핵능력 고도화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줍니다.
고위당국자는 그러나 북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관련해서도 그 어떤 말도 하지않고 있습니다. 대신에 북이 진정성을 보여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6자회담 재개에 조건이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한 말입니다. 진정성. 이제 그 말은 대단히 식상한 언사가 되어있습니다. 수도 없이, 마치 앵무새처럼 반복해왔던 말이어서입니다.
그런데도 현 시기에 이전과 다르지 않게 진정성 문제를 또 다시 꺼내든 것은 대화에 대해 별 다른 의지가 없다는 속내를 드러내주는 것으로 됩니다. 다른 의미는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 고위당국자가 6자회담 재개 전망에 대해 "언제, 어떻게 개최되느냐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한 언급은 그래서 바로 돋보였습니다. 북미간의 대화를 대표하는 6자회담에 대해 원론적인 차원에서라도 강조해야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정부 당국자가 취해야 되는 기본자세입니다. 6자회담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표한다고 하는 것은 북미대화에 대해 부정적 인식의 일단을 드러내는 것으로 됩니다. 이는 북미 사이에 대화의 그 어떤 조짐도 없다는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시켜주는 행태가 됩니다.
이처럼 북미 간에 대화의 조짐이 전혀 없는 조건에서 ‘비핵화회담’이라는 용어가 나오는 것은 사실 느닷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건, 뭐지? 라는 놀라움을 많은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비핵화회담은 6자회담과는 엄연히 다른 범주입니다. 비핵화회담은 미국이 북에 제기했던 문제의식입니다. 비핵화회담에 대한 그 어떤 구체적인 상이나 내용들이 확인 된 것은 물론, 없습니다. 그렇지만 북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기된 6자회담과 비교하게 되면 어쨌든 다른 위상의 회담인 것은 분명합니다.
미국의 비핵화회담에 대한 북의 입장은 명료합니다.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 부정이 아니라는 데에 있습니다.
지난 해 4월 20일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미국이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세우고 비핵화회담을 언급한 것에 대해 북이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와 미국 사이에 군축을 위한 회담은 있어도 비핵화와 관련된 회담은 절대 없을 것”. 노동신문을 통해 그렇게 밝혔습니다. “세계의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에는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해 애당초 꿈도 꾸지 말라”면서 한 말이었습니다.
대미협상에서 미국이 비핵화회담을 제기만이라도 한다면 북은 자신이 핵보유국이라는 것을 앞세워서 일방적인 북의 비핵화 논의를 반대하고 북미 상호 군축을 의제로 내세우겠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비핵화회담을 받을 리 없는 북, 그리고 군축회담을 받을 리 없는 미국. 이러한 현실을 우리정부는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나도 정확히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정부가 비핵화회담이라는 용어를 쓴다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전선에 특별한 변화가 일고 있다는 조짐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단순히 북과 대립을 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이 작용한 것인지 추정하기란 사실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동북아정세를 읽으면 답은 금새 나옵니다.
비핵화회담이라는 용어가 등장 할 즈음에 동북아 정세에서 가장 특별한 지점은 북일관계와 북러관계입니다. 북일수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북일회담은 동북아 정세에서 단연, 핵이었습니다. 러시아 역시 그에 못지않았습니다. 러시아가 대북경제협력관계를 가히 전략적 관계로까지 발전시키려는 의중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실은 동북아정세가 북을 중심에 놓고 흐르고 있다는 것을 대단히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친북 인사들은 한 나라가 핵을 보유하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그 지위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 것인가를 확인하게 된다는 말을 경탄처럼 뱉어내기도 했습니다.
북과 정면에서 대척을 긋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특히 대북전선에서 한미일이 구축해놓고 있다고 믿었던 한미일3각공조에서 균열이 나는 소리를 미국은 고통스럽게 들어야했을 것입니다.
느닷없이 우리정부에게서 ‘비핵화회담’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되는 정세적 배경이 바로 이것입니다. 급기야는 한미의 우선 과제라면서 ‘북의 핵능력 고도화 차단’이라는 대단히 구체적인, 그러면서도 어려운 개념까지 등장했습니다.
북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동북아정세의 축에 제동을 걸려는 목표에서 나오게 된 것이 ‘비핵화회담’이고 ‘북의 핵능력 고도화 차단’인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에 견제구를 던지자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일회담이 대북전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미일공조에 직접적으로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한 미국의 두려움이 그렇게 표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물어볼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을 통해 던지고 있는 일본에 대한 견제구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정세의 흐름을 찬찬히 지켜보아야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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