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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개별대북관광으로 한미관계를 뚫고 총선을 돌파해야

by 전선에서 2020. 2. 18.

족쇄를 풀고 담을 넘어야

<분석과 전망> 개별대북관광으로 한미관계를 뚫고 총선을 돌파해야



 



 

개별관광과 철도·도로 연결 그리고 DMZ 평화지대 건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신년하례회, 7일 신년사, 14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그러한 남북협력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유엔의 대북제재에 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들 구체적이며 실현가능한 것들이어 더욱 그랬다. 특히 문 대통령이 "작년에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조화를 이루려다 보니까 남북관계가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고백하면서 "금년에는 운신의 폭을 좀 넓혀 나가면서 노력하겠다"고 한 대목은 가히 압권이었다. 달라지겠다는 것인가! 이른바 가랑이 밑을 박박 기는한신의 처세술로 설명되곤 했던 문 대통령에게서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자주적 발언을 접한다는 것은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국민들에겐 천상, 행복한 일이었다.

 

허나, 언제라도 그렇듯 현실은 냉혹했다.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틀 뒤인 16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통령의 발언에 토를 달고 나선 것이다. “남북협력 사업을 지지한다. 그렇지만 사전에 '한미 워킹그룹'과 협의를 하라!” 마치 미 대사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지침을 내리는 모양새였다. 이에 대한 통일부와 청와대 그리고 민주당의 반응은 놀라웠다. 통일부는 '주권침해'라고 쏘아 붙였고 청와대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평가했으며 민주당 의원들은 해리스가 총독이냐며 발끈했다. 미국에 대해 한마디도 제대로 된 말을 하지 않아왔던 곳들이었다. 국민들은 또 다시 환호했다. 지난해처럼 사사건건 미국과 사전협의를 하거나 '승인'같은 것을 받지 않고서도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결기를 또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였다.

 

올 상반기 북미정세는 극히 유동적이다. 그리고 중요하다. 미국은 대선국면에 진입해있다. 때문에 트럼프 정부는 북미대화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을 진전시키지도 악화시키지도 않은 채 상황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이다.

북 역시도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갖고 나오지 않는 조건에서 북미협상에 목을 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만 있을 북이 아니다. 북은 새로운 전략 무기가 솟아오르는 새로운 길을 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익히 예고를 했었다. 한 두 번만 한 게 아니다.

북은 구체적으로 핵전력 강화활동에 진입할 수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 계기를 미국의 3월 한미연합군사훈련으로 꼽고 있다. 미국이 3월 한미연합훈련을 벌이게 된다면 북은 그것을 빌미로 핵전력 강화를 본격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먼저, 경제적 차원에서 인공위성을 정지궤도에 올릴 수 있으며 지난해에도 했었던 잠수함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보다 높은 수준과 위협적인 수위에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기본이다. 다탄두 기능을 가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태평상에서의 수소탄 시험 같은 것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 주재 러시아 대사는 북이 북미 협상을 위해 지난 2년 간 유지했던 핵시험과 ICBM 발사 모라트리엄(유예)을 지켜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지난 12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이 2018년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북에 억류된 미국인 3명 석방,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송환 등을 했다면서, 상호주의에 근거하지 않는 일방적이고 자발적인 모라토리움을 굳이 지킬 이유가 없다고 한 것이다. 테런스 오쇼너시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관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13일 상원 군사위원회의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 예산안 검토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북한이 위기 혹은 충돌 시에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훨씬 더 유능한 ICBM을 시험 발사할 준비가 돼 있을 수 있다고 한 것이다. “2017년 명백한 수소폭탄 뿐만 아니라 북미의 대부분 혹은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2개의 ICBM을 성공적으로 시험했다"면서다. 오쇼너시 사령관은 북이 미국 본토 위협 역량을 진전시킬 수 있는 ICBM 시험 발사할 준비가 돼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 근거로 북이 지난 해 말 진행했던 엔진 시험을 삼았다.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핵보유 전략국가라면 어느 나라든 다 하는 일상적인 군사활동이 핵전력 강화활동이다. 그런 점에서 북이 마체고라 대사의 전망처럼 북미 협상을 위해 지난 2년 간 유지했던 핵시험.ICBM 발사 모라트리엄을 깬다거나 오쇼너시 사령관의 전망처럼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을 시험 발사할 수 있다고 한 것은 극히 상식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협력사업은 이러한 정세의 복판에 위치해있다. 이 중 특히 대북개별관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북개별관광은 유엔제재에 걸리지 않는 사업이다. 문제는 이를 미국이 허용 혹은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있다.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에게 특별한 결기를 원하고 있는 이유다. 국민들이 설정해주는 결기의 쓰임새는 두 군데다. 먼저 한미워킹그룹이다. 결기로 한미워킹그룹이라는 족쇄를 풀어야한다는 것이다. 정히 어려우면 느슨하게라도 해야한다는 것이다.

한미 워킹그룹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 201811월이었다. 2달 전에 9.19 평양 남북정상공동선언 그리고 9.19 남북 군사분야합의가 있었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9.19 남북 군사분야합의서에 대해 미국과 사전 협의 없이 결정했다며 문재인 정부에 대놓고 대노를 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이후 폼페이오 장관이 만든 게 한미워킹그룹이다.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 북핵 문제 관련 한미 간 긴밀한 정책들을 조율해 나가는 한미 간 외교 협의체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외교적 수사일 뿐 본질은 전혀 달랐다. 20181120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이 내놓은 첫 작품이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조업 재개 불가"였다. 사람들은 한미워킹그룹이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을 조율하는 지휘기제라는 것을 금새 알아차렸다. 지난 10~11일에도 미 국무부 대북정책 부대표인 알렉스 웡이 방한해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열었다. 한국의 외교부는 웡 부대표에게 개별관광, 철도·도로 연결, 2032 서울-평양 공동 올림픽 등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보도는 그 이외에 나온 것이 없지만 그 남북협력사업을 막기 위해 한미워킹그룹의 족쇄를 더 죄었을 것은 필연이다. 이것들은 대북개별관광사업이 한미워킹그룹과 전선을 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렷하다. 대북개별관광이 한미워킹그룹이라는 족쇄를 풀지 않으면 전혀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북개별관광은 한미워킹그룹 족쇄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다 되는 문제가 아니다. 대북개별관광은은 이어 높다란 담 하나를 맞딱뜨리게 된다. 유엔군사령부가 높게 쳐놓은 개입과 간섭이라는 담이다. 유엔사가 DMZ 관할권으로 남북관계 개선 사업 전반에 간섭해들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북개별관광의 문은 이처럼 북미대결전 정세 하에서 한미워킹그룹이라는 족쇄를 풀고 유엔사라는 담을 넘을 수 있는 결기가 있어만 열릴 수가 있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워킹그룹 족쇄를 풀고 유엔사 담을 넘겠다는 결기를 내보일 때 북은 대북개별관광사업을 의미 있게 수용하게 될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한미워킹그룹 족쇄를 풀고 유엔사 담을 넘겠다는 결기를 내보이지 않는 한 북이 어떤 경우에도 남북협력사업을 받지 않을 것임을 확정해준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협력사업 실현 의지를 강하게 내보였으면서도 현재로서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 터라 몸을 사리고 있는 모양새다. 결기를 잘못 냈다간 총선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예컨대, 총선 전에 대북개별관광을 시도하게 된다면 미국이 정치경제적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한 정치경제적 리스크를 미래통합당 등 분단적폐세력들이 총선국면에 악용하게 될 것이라는 문제의식이다. 사실, ‘자주성을 조금만이라도 앞세운다면 성립시킬 수 없는 계산법이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에게서 그 얄팍한 계산법을 수도 없이 확인했었다. 그 과정은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좋게 흘렀던 정세 하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에 그 어떤 성과를 내지 못했던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더 이상 그 잘못된 셈법에 빠져 있어선 안된다. 국민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기회는 늘상 오는 게 아니다. 그리고 저 홀로 오는 것 또한 아니다. 언제라도 위기를 동반하면서 온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생명처럼 살아있는 정치의 역동성에 강력한 결기가 결부되었을 경우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관광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결기를 내 한미워킹그룹이라는 족쇄를 풀고 유엔사라는 담을 넘어야한다. 국민들과 겨레의 요구이자 정세상 총선 그리고 북미대화의 요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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