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콩트>영희가 들려주는 철수이야기
역시.
철수는 달랐다. 무릎을 탁 쳤다. 엄마가 조선TV를 보다 말고 놀랬다는 표정으로 쏴 붙였다.
와이?
대구 간 거 말예요.
또 정치 야그가? 챠라 마!
철수는 영리했다. 처음엔 국민의당 창당을 했는데도 존재감이 안살아나는 것에 대해 무척 답답해했었다. 기득권 거대양당이 한국 정치를 줴 망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까고 당시 자유한국당을 비판하는데도 그것의 근간이 되는 중도의 가치를 몰라주는 국민들이 적쟎게 밉기도 했을 것이다.
중도?
정치에 관심없다며
무당층 얘기쟎아?
TV조선 열심히 보더니 전문용어도 쓰네.
난, 무당층여.
철수는 답답했던지 코로나 사태 초기 때 중국인을 막으라는 제기도 했었다.
실수하지마.
왜?
철수는 자신이 한 짓이 어떤 짓인지를 몰랐다. 조곤조곤 얘길 해줬다. 혼쭐은 그렇게 내야 효과가 컸다. 미국얘들이 좋아할거 같애? 외려 화를 낼 거야.
중국을 깐다고 했지만 그게 얼마나 얕은 수인지를 설명해줬다. 중국은 미군이 우한으로 코로나19를 옮겼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증거는 없다. 허나, 일리가 없지는 않았다. 지난해 10월 18~27일 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우한에서 세계 군인 체육대회가 열렸을 때 많은 미군이 육상 등 27개 종목의 경기에 참여했었다. 미심쩍은 건 더 있다. 미국에선 2019~2020년 2월까지 3400만명이 독감에 걸렸다. 이중 사망한 숫자가 무려 2만 여 명이다. 지난 3월 11일,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미 하원에 출석해 “독감 증세를 보였던 사람이 사후 신종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말을 했다. 일부 사람들이 중국 입장을 그저 음모론으로만 치부하지 않는 이유다. 특히 한국사람들은 더 그랬다. 그럴 것이 6.25때 세균전을 했던 게 주한미군이었다. 더구나, 미군은 최근년엔 용산과 평택 그리고 부산에서 생물학전일환으로 세균전 시험을 하기도 했었다.
과도하게 틔지 마라는 내 말 이를테면 나의 ‘중도의 법칙’을 철수는 금새 알아차렸다. 영리한 것들은 그렇게 달랐다. 철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큰 눈을 껌뻑거리기만 했다. 느낀 게 있다는 눈치였다.
그 몇 일 뒤 코로나 사태가 신천지로 인해 대거 확산되자 철수가 그 무슨 결행을 하듯 찾은 곳이 대구였다. 형식이 맘에 들었다. 요란하지 않고 잠행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저열한 ‘문빠’ 몇 명이 의사 자격이 있니 없니 했지만 사람들이 바로 쳐줄 정도로 잘 먹혔다. 물론, 철수 아이디어는 아니었을 것이다. 문득, 선거 때면 바빠지곤하던 KCIA가 떠 올랐다. 분단체제라는 비정상이 70년 넘게 정상처럼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미국의 세계지배전략과 미 정보기관 활동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대구에서 2주 동안 철수는 땀 흘리는 사진 한장 노출시킨 거 이외엔 특별히 틔지는 않았다. 세련된 언론 관리였다. 언론은 철수가 대구에서의 의료봉사활동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간다는 기자회견을 했을 때 대서특필을 해줬다. 철수는 그 기자회견에서 ‘정직’이라는 말을 유독 강조했다. ‘현장’이라는 말과 결부시키면서다. 식상해진 ‘공정’이란 말에 더 이상 매력이 없다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 사이 국민의당 지지율이 적잖게 올랐다. 한국일보가 가만있지 않았다. 3월 14일 <대구 지지율까지 일으킨 '의사 안철수' 진정성, 총선으로 이어질까>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찬양일색이었다.
너무 심한 거 아냐?
전화로 따졌다. 세련되게 편집을 했으니 걱정할 거 없다고 친구는 나를 다독였다. 이해가 됐다. 세련된 편집. 맞았다. 사실, 교묘했다. 철수에 대한 온갖 험담을 다 언급하면서도 그걸 철수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레시피로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그랬다. 철수가 독일에서 돌아와 인천공항에서 절을 하며 정치재개를 선언했을 때 가장 꼼꼼히 보도를 해준 것도 한국일보였다. 조선일보가 내심 부러워할 정도였다.
친구인 내가 아니어도 철수의 속내 그리고 더 나아가 정치전략을 읽어내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호사가들은 이른바, 보수장악전략이라고 했다. 그럴듯했고 또 정확했다. 정치공학상은 더 그랬다. 미래통합당이 총선 후 패배로 자중지란을 겪게 될 것이므로 보궐선거에 나가 국회의원이 된 다음 통합당으로 진출해 정점에 오른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황교안을 주저앉히고 그 자리에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그림, 괜챦네
엄마가 또 끼어 들었다.
똑 같지는 않지만 옛날 YS도 그랬쟎여
3당합당?
철수가 보수의 정점으로 치고 오르기 위해 지금 구사하고 있는 작전은 대략 두 가지다. 자신의 계파인 김중로와 이동섭 그리고 여성3인방 등 바른미래당 의원 5명을 통합당으로 보낸 게 그 하나다. 또 다시 미국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머리가 좋은 놈년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나두 머리가 좋은 년여?
엄마가 이야기 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모양새였다.
권은희를 왜 출마안시키는 줄 알어?
떨어질 수 있어서겠지
지랄
아냐?
통합당에 대한 배려여
맞는 말이었다. 의원 5명을 통합당으로 보낸 게 이후 통합당에 진출했을 때 삼을 활동 기반이라면 총선에서 비례대표만 내는 건 통합당에게 민주당과의 1:1구도를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다. 일종의 선거연대인 셈이다. 철수의 영리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철수의 영리함을 가장 극찬한 정치인으로 박지원을 꼽을 수 있다. 20대 총선 무렵 때 한 솥밥을 먹는 과정에서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물론 세련된 조롱이었다.
철수는 노원 집엘 오면 몇 일 간 조용할 것이다. 내가 전화를 해도 받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기라도 했다는 듯 말이다.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모양새를 취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 사이 철수가 뭘 준비할지는 번하다. 양쪽을 다 깔 준비를 할 것이다. 핵심 레시피는 3월 28일 쯤 윤곽이 확정될 비례정당으로 잡을 것이다.
국민여러분, 통합당이 꼼수를 치니 민주당도 꼼수로 대응을 합니다. 역시, 개판. 통합당도 개판이지만 민주당도 이에 못지 않은 겁니다. 기득권 거대 양당구조의 폐해입니다.
철수는 그렇게 운을 뗄 것이다. 그리고는 이어 조용하고 세련되게 악을 쓸 것이다.
다들, 꼼수 아닙니꽈~~
국민여러분! 그 놈이 그놈입니다. 그렇다면, 답은 중도입니다. 비바람 불고 눈발이 휘날리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 중도, 그 정 가운데에 ‘정직’을 무기로 삼아 제가 있겠습니다. 국민여러분! 국민을 믿고 국민의당이 그리고 저 안철수가 국민과 함께 이 외로운 자리에 있겠습니다.
중도론에 기초한 이른바 양비론을 철수는 그렇게 맞깔나게 준비해 들고 나올 것이다.
나두, 알어
엄마가 또 한마디를 했다.
뭘?
사기쟎아. 졸라 세련된.
누가 알려줬어? TV조선이?
아는 사람은 다 알어.
그럼 엄마, 총선 이후에 미국얘들은 황교안과 철수 둘 중 누굴 간택할 거 같애
철수
그럼 통합당 대선주자가 철수가 되는 거여?
챠라 마!
왜?
영희야
엄마가 한결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불렀다.
철수가 왜, 지랄을 떠는 줄 알어?
왜?
철수당하려고 저러는 거여.
철수?
있쟎여. 우리 국민들은 말여, 옛날 국민들이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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