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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수세와 거짓말

by 전선에서 2020. 1. 16.

김계관의 선명한 공세와 폼페오의 너절한 거짓말

<분석과전망>북의 정면돌파전으로 수세에 내몰린 미국

 




‘2보 전진했으나 1보 후퇴했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미협상이 느려졌다고 실토하면서 한 이야기다. 폼페오 장관은 1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캘리포니아 영연방협회의 실리콘밸리 리더십그룹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그렇게 북미협상에 대해 평가를 했다. 맞는 말이다.

폼페오 장관은 그러나 후퇴된 1보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싱가포르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15번에 걸친 대북제재 등 경제적 압박 그리고 한미연합군사훈련과 전략무기 한반도 반입 등 군사적 압박을 취했다. 북미협상을 교착상태에 빠뜨린 결정적 원인이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미협상을 위해 유엔안보리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문정인 문재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최근 미국에서 미국에 유연성을 주문한 이유다.

 

폼페오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에서 물러서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선 유독 강조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듯 핵 시험과 ICBM 발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을 중시 여긴 것이다. 핵 시험과 ICBM 발사를 하지 않는 조건에서 북미협상을 재개하자는 의미다. 사실, 불순하다.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북의 양보에 기초해서만 협상을 재개를 하자는 건 미국이 고리타분한 과거의 셈법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나칠 수 없는 건 폼페오 장관이 또 다시 수많은 거짓말들을 늘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무려 네 가지나 된다. 폼페오 장관은 미국이 북에 안보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너무 심하게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과 전략자산 전개가 미국이 북에 가할 수 있는 최고의 군사적 압박이라는 건 국제사회에서 상식이다.

폼페오 장관은 이어 대북제재가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주민을 위해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데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북 인민들이 가려는 올바른 길이 70여 년 간 지속된 미국의 압살전략을 제거할 자주와 자립, 자위의 길이라는 건 설명이 필요 없다. 폼페오 장관은 북미대결전의 본질 구체적으로는 대북적대가 북 체제를 말살하려는 것임을 숨겨보자고 그렇게 번한 거짓말을 한 것이다.

폼페오 장관은 다음으로 북이 최근 몇 달 간 시험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미국보다는 한국과 일본에 더 큰 위협이라는 거짓말도 했다. 어떤 군사전문가들도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다. 북이 지난 해 집중 개발한 주체무기들은 너무나도 또렷하게 주한미군과 주일미군기지에 대한 맟춤용 정밀타격무기들이었다. 폼페오 장관이 군사 상식을 왜곡하면서까지 거짓말을 늘어놓는 건 긴장 유지로 한국과 일본을 북미협상에서 제편으로 묶어두겠다는 의도이다.

폼페오가 한 또 하나의 거짓말은 "북한 문제는 중국이 끼어들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을 것 같다"고 한 대목이다. 중국 역할론 강조다. 미국이 강조하는 중국 역할론은 언제나 그렇듯 북중관계의 본질은 물론, 현실도 왜곡한다. 한반도 문제의 본질은 북미관계이며 북미관계에 중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결정적이지 않다. 중국 역할론 강조는 아울러 중국에 핵강국끼리의 힘으로 북이 핵강국으로 진입하는 것을 저지하자는 것으로 핵패권의 또 다른 형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폼페오 장관은 연초부터 왜 그러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일까. 물론, 새로울 건 없다. 미국의 반북주의자들이라면 누구할 것 없이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늘어놓는 저질 정치수사가 그 거짓말들이다. 폼페오 장관의 이러한 거짓말 놀음은 북미협상을 둘러싼 2020년 북미대결전이 어떠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북미대결전 2020년 판을 새롭게 짠 건 북이다. 북은 지난해 1228~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통해 새로운 북미대결전 전략으로 정치외교적 군사적 정면돌파전을 결정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는 전략무기 개발을 줄기차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핵전력 강화 활동 재개 시사다. 김정은 위원장은 아울러 적대적 행위와 핵위협 공갈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그렇듯, 미국이 대북적대를 버리지 않는다면 핵전력 강화로 북미협상을 주도할 것이고 더 나아가 북미대결전을 종식시키겠다는 전략을 선명히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가장 먼저 반응을 하고 나선 이가 트럼프 대통령이다. 지난 5일 플로리다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휴가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전용기 안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내게 한 약속을 깰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깰 수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아무래도 불안했던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북에 친서를 보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0일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밝힌 것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 생일 축하와 북미협상 재개를 골자로 하는 편지였다.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나서서 그 편지에 대해 대응을 했다. 김계관 고문은 두 가지를 밝혔다. 북미 정상 간 친분관계는 개인적인 감정일 뿐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은 사적인 감정으로 국사를 논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어 핵시설 해체와 대북제재 완화는 더 이상 협상의제가 아니라고 못을 박고는 북 요구를 수긍하는 것이 북미협상 재개임을 분명히 밝혔다. 북의 요구가 무엇인지 모르는 전문가는 없다. 핵시설 해체를 대북제재 완화와 바꾸는 셈법을 폐기한 만큼 핵시설 해체를 미국의 대북적대 해체와 맞바꾸는 것이 북이 새롭게 내놓고 있는 요구다. 이른바, 새로운 셈법이다.

 

김계관 고문이 담화를 통해 북의 입장을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폼페오 장관이 새로운 셈법 준비를 할 대신에 돼도 않는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은 미국이 2020년 북미협상에서 수세에 내몰렸음을 보여준다.


폼페오 장관이 말하는 2보 전진에서 1보 후퇴는 미국이 먼저 했지만 나머지 1보 후퇴를 결단할 몫은 북에 있다. 북미협상 결렬로 치명상을 입을 데는 북이 아니라 미국이다. 북미협상 결렬로 북은 잃을 게 없는 나라다. 냉철하게 전략적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얻을 것이 더 많다. 북이 정면돌파전으로 핵전력 강화 활동을 본격화하게 된다면 북은 명실상부한 4대핵강국 대열에 들어서는 가운데 자주자립자위를 더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은 패권의 날개가 꺾일 뿐 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패배의 술잔을 들게 될 것이다. 수세에 내몰렸으면 빠져나오기 위해 새로운 셈법에 골몰할 일이다. 한가하게 너절한 거짓말을 늘어놓을 때가 아니다. 북의 전략적 인내는 사실, 정점에 이르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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