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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새로운 길은 압박과 대화의 양면전략

by 전선에서 2020. 1. 24.

평양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압박과 대화의 양면전략

<분석과 전망> 정면돌파전에 기초하는 '새로운 길'의 본질

 




북이 새해 들어 처음으로 새로운 길을 언급한다.


"미국이 일방적인 요구를 강요하고 제재를 지속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주용철 북 제네바대표부 참사관이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한 말이다. "미국은 조선에 가장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우리는 미국이 존중하지 않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지킬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서 그렇게 새로운 길을 언급했다. 주 참사관은 특히 "만약 미국이 적대적인 정책을 계속 유지한다면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주 참사관은 북이 새로운 길로 가게 된다면 그 이유가 미국의 약속 불이행에 있음을 또 다시 그렇게 분명히 했다. 아울러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폐기와 북의 한반도비핵화가 동렬에 있다는 기본 입장도 다시 한번 강조를 했다. 일개 참사관의 입장이기는 하지만 정세 파급력은 적지 않다. 북이 새해 들어 새로운 길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처음이다. 분명히, 미국에 가하는 정치적 압박이다. 북이 주 참사관의 입을 통해 실제적 대미압박을 예고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세기적인 싱가포르북미정상회담 때, 북은 장기적 전략 과제로 한반도비핵화를 약속했고 미국은 당면과제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약속했다.

북은 북미정상회담이 있기도 전에 풍계리 핵시험장을 폭파시킨 데 이어 핵 시험 중단과 ICBM 발사 유예 결정을 했다. 현재와 미래의 핵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겠다는 핵동결 이행조치를 선제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핵보유국이 취할 수 있는 핵동결 조치로는 최고의 수준이다. 세계의 많은 핵전문가들이 많이 놀라워했던 이유다. 북은 이어 미국이 신뢰조치를 취한다면 북핵의 심장인 영변핵시설을 없애겠다는 공언까지 했다. 북이 선제적 핵동결 조치를 취한 것은 미국을 북미협상에 끌어들이기 위해서였으며 이어 공세적 핵동결 조치까지 예고한 것은 미국이 북미협상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묶어두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현 시기 북미협상을 누가 주도하고 있는지를 확정해준다. 북이다.

북과 달리 미국은 약속 이행을 전혀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위한 기본요구인 대북제재 해제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싱가포르북미정상회담 이후 15차례 이상이나 대북제재를 가했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항인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해를 했다. 전형적인 시간 끌기였다. 이에 대한 북의 태세는 이른바, 전략적 인내이다. 북은 지금까지 1년 넘게 전략적으로 참고 있는 중이다. 사실, 놀라운 일이다.

 

북은 2월까지는 전략적 인내를 할 것으로 보인다

 

북은 과연,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까?”

북미대결전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들이 내놓고 있는 이야기다. 정세 흐름에 따르면 북의 전략적 인내는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은 전략적 인내를 끝내는 데에서 올 2월을 중요한 국면으로 설정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미국이, 통상 2월 하순부터 있게 되는 키리졸브 등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하게 된다면 북은 그것을 구실로 삼아 마침내 전략적 인내를 끝내게 될 것이다. 전략적 인내를 끝내는 곳에서 북이 곧바로 출발시키게 될 것이 새로운 길이다.

 

새로운 길이 어떤 길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일반인도 알고 있다. 지난 해 북이 진행했던 군사활동들 예컨대, 주체무기 개발활동을 비롯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그리고 12중대한 시험등에 그 예고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그에 기초해 전문가들 특히 미국 전문가들이 새로운 길의 내용들을 또렷하게 정리해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에 따르면 가장 먼저, 인공위성이 정지궤도를 향해 창공을 가를 것이다. 다음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한층 발전된 SLBM이 새로 건조된 대형 잠수함에서 솟구쳐 오를 것이다. 결정적으로는 대용량 고체엔진에 실린 다탄두 ICBM이 날아오를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태평양 상에서의 수소탄 시험도 거론한다.

다들, 핵전력 강화 활동들이다. 사실, 특별한 게 아니다. 핵보유 전략국가라면 어느 나라든 할 수 있는 일반적인 군사활동이 핵전력 강화활동이다. 세계는 잊을 만하면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이 핵전력 강화활동을 벌이는 것을 접하곤 한다.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심지어는 세계반핵운동집단들에서 성명서 하나 내놓지 않는다.


새로운 길에서의 긴장은 미국이 조성시키는 긴장과는 다르다

 

일각에서는 북의 새로운 길이 치열한 북미대결전 정세를 불러와 북미협상을 파탄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미대결전의 속성과 추이를 잘 몰라서 내놓는 잘못된 전망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치열한 북미대결전 정세인 것은 맞다. 북의 새로운 길은 그러나 북미협상을 결코, 파탄시키지 않는다. 북이 핵전력 강화를 한다고 해서 파기될 북미대화라면 북미대화는 애초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2018612일에 시작된 북미대화는 세계 최고의 핵보유 전략국가 미국과 신흥 핵보유 전략국가 북 간에 이루어진 대화였다. 가장 큰 특징은 불가역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지난 시기 북미 간에 있었던 여러 번의 전략적 대화와 질적으로 다른 대목이다. 지난 시기 북미대화는 북미정상화를 예고해주는 전략대화이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었다. 핵개발국 북과 핵보유 전략국가 미국 간에 성립된 대화였기 때문에 얼마든지 파탄이 예고되는 협상이었던 것이다.

 

북의 새로운 길은 북미협상을 파탄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북미협상을 불러오는 위력한 정치안보적 기제다. 물론, 정세를 상당할 정도로 긴장시키기는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북이 조성시키는 그 긴장의 성격 혹은 위상 문제다. 미국이 그동안 조성시키곤 했던 긴장과는 서로 다르다.

미국이 조성시키는 긴장은 긴장과 실제 전쟁을 통해 정치군사적 이익을 취하려는 미국 내 군산복합체와 그에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반평화세력에 복무하는 것들이었다. 자칫 전쟁으로 비화될 여지를 그 안에 내재하고 있는 긴장이기도 했었다. 새로운 길이 불러올 긴장은 우선, 북이 보유하고 있는 핵보유 전략국가로서의 위력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는 긴장이다. 새로운 길에 그 긴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동력이 완벽하게 내재돼 있는 것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긴장이 전쟁으로 비화하거나 당장엔 북미협상을 파탄시키는 데에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동력이다. 새로운 길이 조성하게 될 긴장은 종국적으로는 미국을 최대한 압박해 불가역적인 북미협상탁에 불러들이는 동력이다. 새로운 길에서의 긴장이 이렇듯 미국을 압박하고 종국적으론 미국을 협상탁으로 불러낼 수 있는 결정적인 정치안보기제가 되는 것은 새로운 길이 단순히 전술적 조치가 아니라 정면돌파전에 기초해 구사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길은 새로운 북미협상을 불러와 평양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킬 것이다.

 

정면돌파전을 동력으로 삼아 열리게 되는 새로운 길은 두 가지를 확고하게 결정해놓게 될 것이다. 먼저 하나는 북미정상회담의 장소다. 논란의 여지 없이 평양이다. 3차 북미정상회담이 장소가 평양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세 번째 있게 되는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약속했으나 하노이 회담에서 진전시키지 못했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필두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표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정면돌파전을 동력으로 열리게 되는 새로운 길은 다음으로 평양북미정상회담을 북미대결전을 종식시켜주는 회담으로 확정해줄 것이다. 핵심은 대북적대정책 폐기와 한반도비핵화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대북제재 해제와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결단하게 될 것이며 북은 영변핵시설 해체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세계비핵화 방향에 놓게 되는 핵동결을 완성시켜 내게 될 것이다.

평양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미는 마침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그리 호락호락한 나라는 아니다. 불가역적일 평양정상회담엘 나가면서도 그 전에 적당한 선에서 타협안을 내놓는 꼼수를 부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가 그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차 석좌는 22‘2020년 아시아 전망을 주제로 연 CSIS 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부분적 대북 제재 완화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한 것이다. 대북 문제에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했고,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부분적 제재 완화를 최고의 협상 결과로 포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현실화되기엔 녹록치가 않다. 북이 받아들일 공산이 낮은 것이다. 정면돌파전에 돌입한 북의 상황에 조응할 수 없는 내용인 것이다. 특히 정세 흐름이 그렇다.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이 핵무력 완성에 기초한 것이었다면 평양북미정상회담은 핵전력 강화를 그 기초로 한다.

 

새로운 길은 명료하다. 미국이 끝내 대북적대정책을 버리지 않을 경우 북은 정면돌파전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 미국을 최대압박하면서 올해 안으로 평양북미정상회담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강국이자 제국주의 국가이다. 아울러 70여년 넘게 장악하고 있었던 한반도에서 쉽게 손을 떼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원리와 현실을 염두하고 당장엔 미국이 여전히 시간만 떼우려는 태세를 갖고 있는 조건을 고려하면 새로운 길은 어찌 보면 극히 정상적인 북미대결전 방식일 수가 있다. 지금이라도 미국이 대북제재 해제와 한미군사훈련 중단 조치를 취하는 결단을 내린다면 북은 새로운 길을 접고 정상적인 북미협상의 길로 가게 될 것이지만 미국이 여전히 고집을 부리며 북의 전략적 인내를 시험하게 된다면 북은 정면돌파전에 기초한 새로운 길을 열어내게 될 것이다.

새로운 길은 핵전력 강화활동을 체계적으로 전개하는 가운데 북미 간에 새로운 협상을 열어내 북미대결전 종식 길을 단숨에 활짝 열어젖히게 될 것이다. 8천만 겨레가 민족자주의 관점을 제대로 틀어쥐고 정세를 공세적으로 정면돌파해야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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