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남북 고위급회담의 성과와 문제

세 가지 합의 그리고 그것을 위협하는 한 가지

<분석과전망> 1.9 남북 고위급회담의 성과와 문제

 

 

1.9 남북고위급 회담은 많은 성과들을 냈다. 동시에 적잖은 문제 또한 드러냈다.

 

북 평창 참가, 군사회담 개최, 남북고위급회담. 이 세 가지가 남북고위급회담이 이뤄낸 주요 성과들이다.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북은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에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하기로 했고 남은 필요한 편의를 보장하기로 했다.

남북관계 개선 사업과 관련해서는 원칙을 또렷하게 세웠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돋보인다. 남북선언들을 존중하며,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해 나간다는 그 원칙이다.

남북관계 개선의 범주로는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한반도 평화적 환경 마련 ▲민족적 화해와 단합 도모를 확정해냈다.

구체적으로는 현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하는 방도로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하기로 했으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는 데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남 북은 이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 그리고 각 분야의 회담들을 개최하게 된다.

 

1.9 남북고위급 회담에는 이러한 성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쉬운 것 또한 있다. 남이 제기한 이산가족상봉문제가 공동보도문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남에서 먼저 제기하는 데에서 확인할 수 있듯 남에게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다. 하지만 이산가족상봉문제는 동시에 남에게 일정하게는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남이 제기하는 이산가족상봉문제는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김련희씨 문제 그리고 특히 북이 송환을 요구하는 12명 북 여종업원 문제와 뗄 레야 뗄 수 없는 문제다. 김련희씨문제와 12명 북 종업원문제를 놔두고서는 풀릴 수 없는 문제가 이산가족상봉문제인 것이다.

 

김련희씨 송환 문제는 탈북자 문제에서 전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김련희씨 말고도 권철남씨 등도 북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하고 있어 다른 탈북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게 되는 파괴력 있고 민감한 문제인 것이다.

 

12명 북 종업원문제는 탈북자 송환문제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상당히 복잡하다. 북이 요구하는 대로 보내주면 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남과 북 간의 문제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문재인정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국정원적폐청산 사업에 직접적인 관련을 갖는 문제가 12명 북 종업원 문제인 것이다.

국정원 개혁문제와 연동되어있는 만큼 국정원이 그동안 벌여왔을 대북공작 사업의 한 측면을 속속들이 다 들여다봐야만 한다. 녹록치 않은 문제다. 이벤트 사업이 아니라 국정원 개혁에 전반적인 성과를 내야만이 풀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남측이 제기한 설 명절 이산가족상봉문제가 공동보도문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김련희씨문제와 12명종업원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온전한 해법을 아직까지는 준비하지 못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반영해준다. 아쉬운 일이다.

 

그렇지만 1.9 남북고위급회담의 성과는 가히 획기적이다. 남북고위급회담이 합의한 세 가지는 이후 남북관계 개선사업의 전망을 밝게 해주는 결정적인 것들이다. 그 출발대로 라면 남과 북은 우리민족끼리의 궤도에 제대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올라탈 수가 있게 된다.

그렇지만 이번 회담은 결정적인 문제 한 가지를 동반하고 있다. 남북고위급회담 남측 단장인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기조발언 때 비핵화 대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그것이다.

 

북이 눈살을 찌푸릴 것은 조명균의 통일부 말단 직원도 다 알고 있을 상식이다.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급기야 불만을 터트렸다. 고위급회담 종결회의에서 "남측 언론에서 지금 북남 고위급 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가지고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힌 것이다. 리선권은 이어 "우리가 보유한 원자탄, 수소탄, 대륙간탄도로켓을 비롯한 모든 최첨단 전략무기는 철두철미 미국을 겨냥한 것이지 우리 동족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쐐기까지 박았다.

 

리선권의 그런 반응이 어찌 보면 중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비핵화 대화 문제가 본질적으로 사안의 성격상 그리고 현실상 남북대화탁에 놓여질 사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명균은 사안의 성격을 왜곡하고 현실까지도 무시해버린 것이었다. 조명균이 회담에서 비핵화 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것은 자칫, 회담을 파투낼 만한 사고일 수도 있었다. 매우 위험한 태세였던 것이다.

 

조명균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이에 따르면 조명균이 비핵화대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 갖는 본질적 성격이 무엇인지 고스란히 밝혀진다. 조명균의 비핵화 대화 필요성 언급은 본질적으로 남북대화를 비핵화 대화로 억지로 연결시키려는 트럼프정부 의도가 100% 관철된 특별한 정치현상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강경파인 백악관 안보보좌관 허버트 맥매스터가 내린 지침을 조명균이 태연작약하게 이행한 것이라는 불만 섞인 지적이 한국사회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1.9 남북고위급회담은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성사시키는 것을 계기로 삼아 남과 북이 우리민족끼리의 궤도를 올라타게 될 남북관계 개선 사업에서 첫발을 떼는 중요한 사업이다. 남북관계 개선 사업이 성과를 내느냐 못 내느냐는 남북관계 개선사업을 한미공조에 기초해 진행시키려는 미 트럼프정부의 개입과 간섭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조명균의 비핵화 대화 필요성 언급이 세 가지 중요한 남북합의 사항을 위협하는 한 가지의 사항이 되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남북관계 개선사업은 본성상, 철저히 민족공조에 기초해 진행되어져야한다. 남북공동보도문에도 또렷하게 적시되어있다.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해결해 나간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소중하다. 우리민족끼리의 개념을 풀어 쓴 서술이다.

복잡치 않다. 미국의 입장을 따르는 조명균의 입장을 물리치고 민족공조에 기초하는 남북관계 개선을 성과 있게 벌여갈 수 있는 유일한 담보와 방도는 오직, 우리민족끼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