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주통일연구소
  • 자주통일연구소
분석과 전망

핵단추, 그리고 한미동맹 균열 혹은 주한미군 철수

by 전선에서 2018. 1. 2.

핵단추, 그리고 한미동맹 균열 혹은 주한미군 철수

<분석과 전망>홍준표와 벨의 천기누설



 


 


남남 갈등을 초래하고 한미 갈등을 노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일 김정은 북 조선노동당 중앙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홍준표는 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정은의 신년사를 두고 청와대와 정부가 반색을 하면서 대북 대화의 길이 열렀다는 식으로 운운하는 것은 북의 책략에 놀아나는 것"이라며 그렇게 일갈한 것이다.

홍준표의 견해와 입장은 무조건 친미 무조건 반북정체성의 완벽한 전형이다. 다시 태동을 거는 이른바, ‘우리민족끼리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준표의 견해와 입장은 객관적으로 보면 북의 핵무력이 갖는 전략적 의의를 제대로 인식한 결과이기도 하다.

홍준표가 말하는 한미 갈등은 한미동맹 균열의 다른 표현이다

미동맹은 1953101일 미 워싱톤에서 한국의 변영태 외무장관과 미국의 존 포스터 덜레스 국무장관이 조인하고 19541118일 조약 제 34호로 정식으로 발효된 한국과 미국 간의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부터 성립되었다. 한미동맹의 핵심무력은 2016년 현재 미 8군의 1개 보병사단을 비롯하여 28,000여명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이다

미국이 유사시 미 해군의 40%, 공군의 50%, 해병대의 70% 이상의 대규모 증원전력을 전개하도록 한 계획 그리고 이를 위한 한미연합훈련을 매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도 한미동맹의 군사적 표현이다. 한국이 자주독립국가의 표징인 작전권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한미동맹의 또 다른 내용이다.

 

북의 핵무력 완성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몇 년 전, 수많은 대미대북전문가들이 공공연하게 사용하기 시작하는 개념이 하나 있다. '디커플링'(decoupling·이탈)이다. 북이 ICBM 기술 완성단계에 도달함에 따라 한미동맹에 균열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북이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갖추고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게 된다면 유사 시 한반도에 미국 증원전력을 전개하는 것을 골간으로 하는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냉전 시대 옛 소련이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확보하자 서유럽의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서 소련의 핵공격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기댈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했던 것과 비슷한 경우다.

 

홍준표가 한미갈등을 언급한 것은 결국, 북의 핵무력이 한미동맹을 그 과녁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분명한 자기인식의 결과다. 그런 점에서 홍준표의 견해와 입장은 북의 핵무력이 조성하고 있는 한반도 안보지형상의 획기적 변화를 감지한 친미반북정치인이 비명처럼 내뱉고 있는 천기누설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동맹 균열에 대한 보다 통 크고 보다 구체적인 천기누설은 한국이 아닌 미 본토에서 나온다.

내가 사령관직에 있을 때 미 한 두 나라 중 어떤 쪽이라도 북한을 달래기 위해 군의 준비태세를 낮추자고 제안했다면, 난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두 나라 간 상호방위조약을 파기할 것을 즉각 권고했을 것이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주한미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겸 미한연합사 사령관을 지낸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한 말이다. 벨은 지난 달 28일 미국의 소리(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로 연기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행여, 북미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협상의제로 삼는 것에 대해서는 미군과 한국인들의 생명을 협상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과 같다는 지적을 하면서 그렇게 완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벨은 지난 1990년대 미국의 팀스피리트 중단을 그 전례로 끄집어 올려서는 잘못된 전략이었다는 말까지도 했다. 누구라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협상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이는 두 나라 병력과 한국 시민을 위험하게 만드는 만큼, 자신은 이제 미국이 한미동맹을 저버려야 할 시점이라고 강력히 권고하겠다는 것이다. 간단하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북과의 협상의제로 삼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었다.

 

의미가 깊고 크다. 현 시기 있게 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이 북미 간 지형 상 북미 간 근본문제로 접근하는 경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벨은 관측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군사훈련을 북과의 협상 수단으로 삼게 되면 미국은 어쩔 수 없이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하게 되는 데에로 이르게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벨의 그 견해와 입장에 대해 단순 무식한 반북적대로 평가할 전문가는 없다. 벨의 견해와 입장은 북의 핵무력 완성이 갖는 전략적 의의를 현실적으로 정확히 간파한 대북대결론자들이라면 누구할 것 없이 가질 수 있는 매우 현실적 논리인 것이다. 북의 핵무력 완성이 갖는 전략적 의의의 실체가 바로 이것이다.


김정은 북 조선노동당 중앙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를 통해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세계 핵강국들에게 핵군축을 요구하지 않았다. 동시에 트럼프정부에게 북미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주문하지도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다만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위에 놓여있다는 것이 위협이 아니라 현실임을 직시하라는 권고만을 했다. 그리고는 핵미사일양산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을 공언했다.

 

핵버튼과 핵미사일양산체제 구축. 핵강국들과 트럼프정부에게 주문할 수 있는 것으로 사실, 이 보다 더 깔끔한 것은 없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핵군축 그리고 북미평화협정과 주한미군 철수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효과 면에서는 이 보다 더 구체적이고 분명한 것은 없는 것이다.

북미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는 북의 주장인 것을 뛰어넘어 합리적이고 실용주의적인 정세분석가들이라면 누구할 것 없이 일치되게 주장하는 북미관계 정상화의 확고한 경로다.

 

이전에는 북미평화협정이 주였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언급되기는 했었지만 그것은 주로 당위 차원이었다. 세 번에 걸친 북미 간 전략적 대결국면에서 주한미군 관련 논의 내용들이 당장 철수가 아니라 잠정 주둔에 방점이 찍였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예컨대, 주한미군에 동북아평화유지군이라는 모자를 씌워 일정 기간은 주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옛날이다. 지금은 환경과 조건이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북은 핵시험을 6번이나 했으며 그 중에는 수소폭탄 시험도 있다. 인공위성까지 보유, 이른바 양탄일성을 실현하고 있다. 더구나 결정적으로는 북은 핵무기 투발 수단인 ICBMSLBM까지 완비하고 있다. 단순히 핵보유국이 아니라 사실상, 핵강국이다. 이것들은 북미관계정상화의 경로에 기왕 설정되어있는 북미평화협정에다가 주한미군 철수 문제까지도 결부시키게 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들이다. ‘북미평협에서 주한미군 철수로는 옛말이며 지금은 이제, ‘북미평협이자 주한미군 철수인 셈인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미국 내에서도 공공연히 회자되며 북에서는 더욱 또렷하다.

미국은 핵강국의 전렬에 들어선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와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여야 하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조선에서 침략군대와 전쟁장비들을 철수시켜야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657일 조선노동당 7차 당대회에서 발표한 사업총화보고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해 1117일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 대표부의 서세평 대사 또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당선자에게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의 구체적 사례로 주한미군 철수와 평화협정 체결을 거론했다.

 

트럼프가 북미평화협정과 주한미군 철수 논의를 하게 되는 경우란 대북적대정책을 완전히 폐기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이는 지금에 와서는 사실, 트럼프의 의지와는 상관 없는 일로 되고 있다. 북의 핵무력이 과녁으로 삼고 있는 것이 미 본토라기보다는 미 대북적대정책의 심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은 북의 핵무력 앞에서 무력화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런 점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상호안보조약 파기를 비명처럼 내뱉는 벨의 견해와 입장은 일종의 천기누설인 셈이다.

 

홍준표와 벨의 천기누설은 본격화되어가고 있는 미국의 몰락을 반영하는 매우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정치현상이다. 2018년 세계인들은 그 현상을 보다 또렷한 모양새로 확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서히 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