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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비핵화는 없다. 다만 비핵화회담을 빙자한 핵군축회담은 있을 수 있다.

by 전선에서 2018. 1. 17.

비핵화는 없다. 다만 비핵화회담을 빙자한 핵군축회담은 있을 수 있다.

<분석과전망> 남북관계 개선 국면에서 미국이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비핵화 문제


 



"남북관계 개선의 단초를 만들고 한반도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고 하는 마음으로 회담에 임했으면 좋겠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7일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과 관련해 한 말이다. ‘비핵화라는 말이 꽂힌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 팀들에게 장관으로서 내리고 있는 일종의 지침이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 사업의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장관에게서 남북대화를 파투내게 할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지난 9일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도 조명균은 비핵화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외웠었다.

 

문재인정부의 고위당국자들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할 때마다 그 이야기 맨 끄트머리 쯤에 비핵화라는 토를 주구장창 올려놓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16일 캐나다 밴쿠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관한 밴쿠버 외교장관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어김없이 비핵화를 언급했다. 강경화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는 우리 정부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변함없는 목표라며 "비핵화는 한반도 항구적 평화 구축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라고 했다. "북한이 핵개발의 길을 고수하는 한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원론적 언급이기는 하지만 밴쿠버 외교장관회의를 주재한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많이 좋아했겠다.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이 뜻 깊게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외국에 나간 한국의 외교수장에게서 그러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사실, 짜증나는 일이다.

 

문재인정부의 고위당국자들이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할 때마다 비핵화를 언급하는 것은 철저히 미국의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틸러슨의 의중이고 전략이다. 한국이 미국에 식민지처럼 종속되어있다는 현실을 고려해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정부가 북핵문제를 가지고 자유한국당 등 한국의 보수세력과 대립을 쳐 봐야 정치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고 오히려 수세에 내몰린다는 현실인식을 작동시키고 있는 것이라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한미관계상 그리고 국내정치지형에 입각해 현실적으로 접근해 보면 다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냉철하게 접근해보자. 금새 답이 나온다. 궁색하기 짝이 없는 정치수사다.

 

문재인정부가 북핵문제와 관련해 고려해야되는 현실은 한미관계와 한국 내의 정치지형만이 아니다. 또 결정적으로 중요한 또 하나의 현실이 있다. 북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이 그것이다.

 

북은 원자탄은 물론 수소탄 시험까지 포함해 핵시험을 무려 6번이나 한 나라다. 핵강국이다. 이어 핵탄두를 미 본토까지 날릴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미사일 강국이기도 하다. 더구나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이후 핵전력 강화까지 공언하고 있다.

이러한 나라가 어떻게 핵을 폐기할 수 있겠는가? 원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실적으로는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결정적인 현실이다. 북 비핵화는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비핵화는 불가능하기는 하지만 그러나 비핵화회담은 물론, 가능하다. 이때, 비핵화회담은 비핵화를 위한 것이 아니다. 핵군축을 위한 비핵화회담이다. 여기에서 동원되는 비핵화는 순전히 레토릭이다. 비핵화를 빙자한 핵군축회담인 것이다. 비핵화라는 말을 수사로 동원할 수 있는 구실 내지 핑계는 그럴듯하게 준비돼 있다. 오바마가 2009년 체코 프라하에서 세계비핵화를 주창했다는 것이 그것이다.

 

북핵은 이후 핵군축으로 나아가는 경로를 필연적으로 밟게 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즐겨 사용하고 있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개념이 갖는 구체적 의미가 이것이다. 핵군축 회담에 나서게 되는 나라로 세계의 핵강국들인 미러중북을 꼽을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도 원한다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북 비핵화는 세계적 개념범주이며 전략적 문제범주다. 이는 특히, 북핵문제가 남북관계 개선 사업 영역에 들어설 수 없는 전혀 다른 범주의 문제임을 확정해준다.

 

그 멀리에 있는 전략범주의 사안을 현실정치상 필요하다고 해서 억지로 끌어들여서는 정치수사로 쓰는 고리타분한 정치 풍토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이유는 많지만 단순하게 한 가지 들라면 딱 한가지다. 짜증난다는 것이 그것이다. 문재인대통령을 비롯해 강경화에게서 그리고 특히 남북관계 개선에 온갖 열정을 다해야할 조명균에게서 남북개선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비핵화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은 실로 짜증나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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