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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내 감나무에게 내 감나무에게 권말선 너랑 나랑은 동무였다 어린 발돋움 어린 매달림 다 받쳐주고 다 받아주던 너는 내 동무였다 너에게만은 낯가림 모르던 꼬마 늘 네 근처를 뛰놀던 아이 우린 서로 만문은 ¹ 동무였다 봄이면 왕관 같은 꽃을 겨울엔 달디 단 곶감을 여름엔 네가 툭 쳐서 떨궈준 옆집 살구를 줘 먹으며 자랐다, 또 네 긴 가지 그늘에 숨은 딸기랑 무리 ² 도 따먹으며 아무 때나 올려다보며 홍시 달라 칭얼대던 밟고 기대고 매달리며 올라가겠다 졸라대던 내게 너는 보모였고 놀이터였고 또 선생이었다 나이 오십 넘어서도 여전히 너는 나의 동화 고향집을 추억하노라면 맨 먼저 떠오르는 갈망 그래 나는 아직도 나무란 나무를 보면 맥지 ³ 오르려 욕심내나 보다 허나 돌아보건대 내 사랑은 얼마나 얄팍한가 그토록 아끼던 그토록 아.. 2022. 2. 21.
[고사문] 2022 임인년 대보름 지신밟기 유 세차 임인년 정월 대보름을 맞이하여 아직은 겨울날의 쌀쌀함이 대지에 가득하고 몇 년간을 이은 코로나로 지친 몸과 마음이나 도도한 역사를 품고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용산구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지극한 마음을 모-두 담아 용산미군기지 온전한 반환과 코로나 퇴치 그리고 용산구민의 만복을 기원하며 용산구민들과 용산풍물패 미르마루가 꽹과리, 태평소, 징, 장구, 북을 앞세워 용산의 곳곳을 다니며 지신밟기를 했습니다. 2022년 정월 대보름 지신밟기는 먼저 용산에서 태어나 일제의 심장에 수류탄을 날렸던 이봉창 의사를 기리며 이봉창 광장에서 시작했습니다. 용산행복중심생협 앞에서 이 땅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의 만복을 빌었고 외세에 맞서 동학농민항쟁을 펼쳤던 녹두장군 전봉준의 뜻을 기렸습니다. 효창공원에서는.. 2022. 2. 18.
[시] 삼지연시 가는 길 삼지연시 가는 길 권말선 백두밀림 사방에 휘감은 채 저도 나무인 양 해님 향해 솟은 지붕들 빨강 파랑 노랑 초록으로 손짓하는 저기 삼지연시로 갈래, 가 볼래? 색동의 집집이 기지개 켜는 아침과 꽃 같고 새 같은 아이들 뛰노는 한낮과 밀림의 자장가 이슥토록 물드는 밤 동화책 속인 듯 꿈속인 듯한 마을들 너와 나 다르지 않으니 거기서 기꺼이 우리도 나무인 양 뿌리 묻고 살아볼래? 누구라도 언제라도 가 보고 싶은 백두산이 너른 품으로 안아주는 곳 길 잃고 헤매면 손잡아 이끌어줄 밀림의 나무들이 거리를 지키는 곳 친근한 그리움이 날마다 손짓하는 저기 삼지연시로 지금 가 볼래? 마을마다 거리마다 집집마다 수많은 사연 감동으로 넘실대고 하나의 핏줄로 맥박치는 거기, 우리 그리던 고향이라 우기며 살아볼래? 새들도 황.. 2022. 2. 18.
[시] 덕분에 사는 삶 덕분에 사는 삶 권말선 사람들 덕분에 산다 쌀과 찬거리 책과 꿀과 차 그리고 잘 있냐는 전화 한 통 그 따수운 사랑 덕분에 무사히 하루하루를 산다 사랑도 강물 같아서 유유히 흘러야 더 아름다운 법 그러니 그 맥을 이으며 살자 사람들에게서 받은 정을 누군가에게로 계속 흐르게 하자 내게서 끊어지지 않게 하자 세상 의지할 곳 찾지 못해 홀로 떠나는 사람들 다시는 없어야겠기에 36.5℃ 사람의 온기 태어날 땐 그저 받았으나 살면서는 정으로 지키는 온기 오늘은 누구에게 나눌지 내일은 무엇을 나눌지 더 고민하고 더 궁리하자 벗이여, 우리 그렇게 살자 덕분에 살아온 삶이었듯 더불어 살아갈 삶이기에 2022. 2. 4.
2월, 명절을 맞이하며 역동의 한 해가 될 2022년 1월이 지났다. 또 다른 설레임 2월은 설날과 함께 왔다. 북은 지난 1월을 북미대결전에서 잊지 못할 한 달로 만들었다. 북에선 ‘조국의 1월’이라고 했다. 북이 한 달 동안 7차례나 미사일 발사를 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김정은 시대’ 처음이다. 5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로 그 시작을 뗐다. 북은 14일, 의주에서 전술유도탄을 시험발사했다. 열차에서 발사된 2발의 전술유도탄은 고도 36㎞에서 마하 6 속도로 430㎞을 날아 동해의 ‘알섬’을 명중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이 해외에 갖고 있는 최대의 평택 '캠프 험프리스'를 겨냥한 것이라고 했다. 그에 앞서 북은 1월 11일, 극초음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가 거리.. 2022. 2. 1.
[시] 학살자를 보았다 학살자를 보았다 - 산내 골령골, 노근리 쌍굴다리를 다녀와서 권말선 우리는 보았다 1950년 여름의 골령골 전쟁보다 한 발 먼저 달려와 미친 듯 날뛰던 학살의 만행을 끝도 없이 트럭에 실려 온 사람들이 한 순간 주검이 되어 구덩이에 묻히는 걸 그날, 선량한 사람들에게는 총을 든 군인도 경찰도 학살의 지휘관 미군도 모두 적이었다 우리는 또 보았다 전쟁을 모르던 산골사람들 전쟁을 핑계로 허허벌판으로 내몰고는 비행기에서 포탄 마구 쏟아붓는 걸 노근리 쌍굴다리 아래 살자고 들어간 사람들에게 다 죽이겠노라 작정하고 쉴 새 없이 총알 퍼붓는 걸 울음을 뺏긴 아이들, 피를 토한 어른들 미군이 저지른 72시간의 학살을 우리는 아직도 보고 있다 우리 가까이 있는 학살자 미국을그때 그들이 퍼붓던 총포는 이제 전쟁연습으로 .. 2021. 11. 28.
[시] 전두환이 죽었다 전두환이 죽었다 권말선 평소 미워하던 사람이라도 설령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의 죽음 앞에서는 잠시 명복을 빌어주는게 우리네 순전한 마음이건만아니다지금은왜 끌고갔느냐왜 죽였느냐 왜 짓밟았느냐 물음에 대답도 없이 무릎꿇는 죄닦음도 없이 고개 빳빳이 들고 벼락도 맞지 않고 왜 지금껏 멀쩡히 살아왔느냐고 소리질러 본다 화를 내본다 왜 저놈을 사면해줬는가 마지막 분, 초까지 감옥안에서 살며 부끄러움이 뭔지 알게했어야 했는데 저것도 인간이라고 경호를 해 주고 착취와 은닉의 재산으로  대대로 뻔뻔하게 잘 살게 하느냐고 삿대질 하며 따지고 싶다 광주의 영령들이시여 독재의 희생자들이여 놈이 묻힐 땅이라면 놈이 베고 누울 땅이라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물길하나 돋아나게 마시라, 허락하지 마시라살아 사죄 한마디 .. 2021. 11. 23.
[시] 갱년기 갱년기 권말선 처음 뵙겠습니다 선배 언니들께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언제 오실까 어떤 모습일까 얼마나 머무르실까 두루 궁금했는데 막상 뵈니 초면이라 그런지 살짝 당황스럽군요 제가 낯을 좀 가리는 편이라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친해지면 좋겠어요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건 때때로 당신 탓을 하더라도 또 때로 당신을 외면하더라도 너무 서운해 마셔요 시나브로 생겨난 마음의 여백에 움찔 놀라 긴장과 적응을 반복하며 익숙해지려 애쓰는 중이랍니다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된 건 즐겁고 뜨겁고 아픈 시간 지나오며 나이 오십을 맞은 덕분인 듯해서 뿌듯한 마음도 없지 않답니다 우습겠지만..., 정말이에요 이리 오셨으니 계시는 동안 모쪼록 편히 지내셔요 뜨거움도 아픔도 눈물도 뭉글뭉글 녹여가며 잘 지내보아요, 우리 2021. 11. 16.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조국통일 실현 노정 미국의 대북적대와 대남종속 그리고 남의 동족적대 무력화 북의 대미전략은 거대하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그리고 그를 뛰어넘어 세계적 의의를 갖고 있다. 북이 지난 1월 조선로동당 8차대회에서 대미전략으로 수립한 △국방력 강화 △핵무력 고도화 △세계적 범위의 반제공동투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력있는 전문가라면 북의 대미전략에서 △국방력 강화 △핵무력 고도화로 미 대북적대를 무력화시키려는 북의 북미대결전종식전략을 그리고 그에 더불어 △세계적 범주의 반제공동투쟁으로 미국을 제국주의 사멸의 길로 인도해 정상국가화하려는 북의 반제평화전략을 포착해냈을 것이다. 북이 북미대결전 종식전략에서 구체적으로 세운 구상은 미국의 대북적대와 대남종속 그리고 남의 동족적대 폐기다. 미 한반도지배전략을 파탄내 새로운 북미관계를 .. 2021.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