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연시 가는 길
권말선
백두밀림 사방에 휘감은 채
저도 나무인 양 해님 향해 솟은 지붕들
빨강 파랑 노랑 초록으로 손짓하는
저기 삼지연시로 갈래, 가 볼래?
색동의 집집이 기지개 켜는 아침과
꽃 같고 새 같은 아이들 뛰노는 한낮과
밀림의 자장가 이슥토록 물드는 밤
동화책 속인 듯 꿈속인 듯한 마을들
너와 나 다르지 않으니 거기서 기꺼이
우리도 나무인 양 뿌리 묻고 살아볼래?
누구라도 언제라도 가 보고 싶은
백두산이 너른 품으로 안아주는 곳
길 잃고 헤매면 손잡아 이끌어줄
밀림의 나무들이 거리를 지키는 곳
친근한 그리움이 날마다 손짓하는
저기 삼지연시로 지금 가 볼래?
마을마다 거리마다 집집마다
수많은 사연 감동으로 넘실대고
하나의 핏줄로 맥박치는 거기, 우리
그리던 고향이라 우기며 살아볼래?
새들도 황홀하여 넋을 잃는다지
바람도 황홀하여 천천히 거닌다지
가슴에 품어보는 그리운 곳
어딘가에서는 자본의 폭력 앞에
농촌이 멍들고 신음하고 늙어갈 때
희망을, 빛을 주려 일어선 삼지연시
지구상에 이런 마을 있다는 긍지
그러니 언젠가는 삼지연시에 갈래
그리로 난 마음의 길 닦으며
여기에도 닮은 마을 만들고 나면
그때서야 즐거이
그때서야 즐거이 삼지연시에 가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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