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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미국,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다.

by 전선에서 2014. 10. 26.



<분석과 전망> 미국은 스스로, 북미대결전 종식 노정표를 짜고 있는 것인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주한미군감축발언에 이어 시드니 사일러 국무부 6자회담 특사의 북핵 관련한 북미대화 발언 그리고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의 북핵 보유 발언 등 미 현직 고위관리들의 발언이 가히 폭탄급 경주를 벌이는 양상이다. 북미대결전의 급진전을 예고하는 징후들로 볼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한 주한미군사령관

나는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해 핵무기에 탑재하고 이를 잠재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이 24(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한 말이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 등이 보도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충격을 받지 않을 사람은 가히 없다. 북미대결전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북한의 핵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야 별 다른 반응을 보일 리가 없다.

 

충격의 이유는 정확히 한가지이다. 그 말을 한 사람이 주한미군사령관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더 놀랄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 거의 대부분이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의 고위관리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했다고 하는 것이다. 극히 사변적인 일이라고 해도 과하지가 않다.

 

미국의 유명한 인사들이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 했을 때 그 사람들은 대부분이 일반인이었다. 예컨대 미국 핵군축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을 들 수가 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지난해 2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자체 개발한 중거리 '로동미사일'에 소형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을 했었다. 사람들이 놀라지 않았던 것은 올브라이트 소장이 정부고위관리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스캐퍼로티 사령관의 이 발언은 북한의 핵보유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미국정부 최초의 인사가 된 셈이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의 충격적 발언은 더 이어졌다. 북한의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인 KN-08에 대해서도 "북한이 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대를 갖춘 것으로 본다"고 언급을 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미국 본토에 핵을 날리겠다고 해온 것이 공갈빈말도 아니라는 것, 그리하여 미국에게는 현실적인 위협으로 된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된다.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이어 북한이 도달하고 있는 핵 수준을 미국으로서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밝혔다. 북한이 그 실험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는 말을 한 것에서 확인된다. 이는 북핵이 현재 도달시키고 있는 능력수준에 대해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실토한 것으로 된다. 이로써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는 공식적으로 인정하되 핵능력 수준은 아직 모르고 있다는 것을 밝힌 셈이 된다.

분석가들에게 북이 핵을 보유했는가 그렇지 않는가 하는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논쟁거리가 아니다. 분석가들은 북미대결전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언제 어느 시기에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게 될 것인가를 주목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이다.

 

주한미군과 북핵의 연계성을 드러낸 미 국무부장관

 

스캐퍼로티 사령관의 충격적 발언은 케리 장관의 발언과 곧바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연동된다.

 

케리 장관은 지난 22(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몇 주, 몇 달간 상황이 발전해 북한이 비핵화 회담에 복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비핵화 등에서 진전이 이뤄지기 시작하면 위협 자체가 축소될 것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미군 주둔 수요를 감축하는 절차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을 했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 언급을 해서 박정희 정권 때 단행됐던 주한미군 감축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을 내오게 한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주한미군철수 문제가 북핵문제와 직접 연계되어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미 최고 현직관리가 실토했다는 것이 사실 더 충격적이었다.

 

주한미군철수는 북한의 일관된 주장이다. 북한이 제시하는 전략적 문제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는 것이 주한미군철수 문제인만큼 분석가들은 일찍이 북핵문제와 주한미군철수문제를 같은 위상의 문제 즉, 북미 간의 근본문제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케리 장관이 공개적으로 언급을 하고 나선 것이다. 북핵문제는 결코 주한미군철수문제와 무관한 것이 아니며 역으로 주한미군철수 문제 역시 북핵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하는 것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케리장관은 드러내 준 것이다.

 

두 최고위급 현직 관리의 이러한 발언들은 북미관계가 근본문제를 중심으로 고민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징후로 된다.

 

현실적인 비핵화의 경로를 제시하는 대북특사

 

최근 뉴스는 미국의 그 고민이 매우 구체적인 데로까지 나아가고 있음도 드러내주고 있다. 사일러 특사에게서 확인된다.

우리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이지만 그러나 현실적인 비핵화 경로가 있다고 본다

사일러 특사가 지난 21(현지시간) 워싱턴DC 카네기평화연구원에서 열린 제네바합의 2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한 발언이다.

현실적인 비핵화 경로. 주목할 만한 개념이다. 사일러 특사는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을 묻는 말에 "만일 북한이 회담복귀를 선언하면서 핵과 미사일 실험을 유예하고 핵활동을 중단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해보라""전 세계는 북한의 태도에 근본적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볼 것"이라는 말을 했다.

실험유예, 핵활동 중단을 언급하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획기적인 것인가 하는 것은 사일러 특사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직접 언급하고 있는 데에서 증명된다. "헤커 박사가 지적한 대로 '더 이상 핵폭탄을 만들지 않고(no more bombs), 핵폭탄을 실험하지 않고(no testing), 핵폭탄과 관련 기술 등을 수출하지 않는(no export)'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사일러 특사가 제시하는 북핵 폐기의 경로는 총 세단계이다. 중단이 그 첫 번째이다. 다음이 불능화 그리고 마지막이 해체다. 이는 당장에는 핵을 없앨 수 없을 북한의 입장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된다. 미국이 북한의 핵 폐기를 먼 일로 미루어둔 상태에서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정확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는 대단히 획기적인 발상으로 된다. 극히 현실적이라는 점에서다.

 

그냥 한 말로 보이지 않는다. 주한미군 철수의 첫 과정이자 그 구체적인 방도인 감축을 비핵화와 연동시킨 케리의 전략적 발언에 조응하여 사일러가 마련하여 내놓은 구체적 방도로 보이는 것이다. 케리 장관과 사일러 특사는 목표와 이를 이루기 위한 현실적 방도를 이렇듯 대단히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케리와 사일러 그리고 스캐퍼로티. 미국의 세 고위관리들의 발언은 일정한 체계를 구성하는 것들로서 내용적으로 접근하면 결국, 북미대결전의 종식 노정표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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