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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북러 밀월관계, 어떻게 봐야하나

by 전선에서 2014. 10. 28.



<분석과전망>북러 간 사회주의 정치연대의 복원인가?

  

북러 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협력관계가 가히 눈이 부시다. 전례가 없다. 규모는 크고 수준은 높다. 전망도 크고 밝게 보인다. 어떻게 접근을 해도, 일반적인 두 나라사이의 일반적인 협력관계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그 향방에는 미국과의 관련성이 크게 작동하고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국경에서 내륙으로까지 확대되는 북러경협

 

지난해 9월 북한의 나진과 러시아의 하산을 연결하는 철로가 개통되었다. 5년간에 걸쳐 진행되었던 개보수 과정을 마무리 짓고 이어진 개통이었다.

이어 올 7월에는 북한 나진항 3호부두가 러시아와 합작으로 완공됐다. 철도로 실어온 러시아 화물을 동해로 수송하는 통로가 될 부두이다.

북한의 동북지역과 러시아 극동지역의 연결이 거의 완벽한 수준에 도달하게 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러 간 접경지대 경협의 완성으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것이었다.

 

그를 위해서였을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수많은 고위인사들이 양국을 서로 드나들었다. 지난 3월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극동개발부 장관이 방북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4월에는 유리 트루트녜프 부총리가 방북을 했다. 그리고 10월에는 갈루슈카 극동개발부 장관의 재방북이 있었다. 이로 인해 러시아는 올해 장관급 이상의 대표단을 북한에 가장 많이 파견한 나라가 되었다.

 

사람들은 지난 10월 21일 북러가 북한 내륙 철도에 대한 개보수 착공식을 한 것에 대해서도 크게 주목했다. 재동역-강동역-남포역으로 이어지는 철도의 개건(개보수) 착공식이었다. 서해로 빠져나가는 북한 최대 물류항구가 남포이다. 평양에서 재동역과 이어지는 평덕선은 석탄 등을 실어 나르는 산업철도다.

 

‘포베다 프로젝트’로 알려진 사업이다. 러시아 모스토비크 과학생산연합체와 북한 정부가 총 3천500㎞ 길이의 철도를 현대화하게 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250억 달러(26조 3천625억 원)의 비용을 투자하게 된다.

이것을 주목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북러경협이 접경지역을 뛰어넘어 북한의 내륙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또렷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북러경협의 폭이 얼마나 넓게 확대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포베다 프로젝트’라고 한다면 북러경협의 수준과 관련해서는 북러 양국이 루블화를 통한 무역결제를 시작했다는 것을 들 수가 있다. 지난 6월 합의한 사안이었다. 그리고 이번 달부터 그것은 실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가 지난해 10월 현재 무려 2만명에 달하고 러시아의 대북지원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북러협력이 얼마나 넓은 규모 높은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데에 빠질 수 없는 대목들이다.

 

부침 많았던 북러, 정상화되는 북러

 

이 전례 없는 북러 간의 밀월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하는가? 사실, 밀월관계라는 말은 지금의 북러관계를 설명하기에는 적절치가 않다. 북한과 혈맹이라는 중국과의 교류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와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북러관계 역사는 부침이 적지 않았다.

북러관계는 이른바, 사회주의 정치연대로부터 출발했다. 김일성 주석과 스탈린에 의해 시작된 정치연대였다.

1948년 10월 12일 국교관계가 수립되고 1950년대 초반까지 공고하게 유지되었던 북러 간 사회주의 정치연대관계에는 그러나 흐루쇼프가 등장하면서부터 균열이 일었다. 러시아의 변화로부터 비롯된 균열이었다. 후르쇼프의 ‘수정주의’를 북한이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다.

1980년대 고르바쵸프의 ‘개혁·개방’정책은 북러관계를 더욱더 냉각시키는 것으로 작용했다. 그때 북한은 고르바쵸프 정치를 '사회주의 배신'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북러관계는 소련이 해체에 이르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주의 정치연대에서 일반국가관계로 격하되어야했다.

 

북러관계가 다시 회복되기 시작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에 들어와서였다. 구체적으로는 2000년 푸틴이 집권을 하면서부터였다. 2000년 2월 평양에서 '조·러 우호선린 협조조약' 서명이 이루어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을 평양으로 불러들였다. 2000년 7월이었다. 그리고 2001년 7~8월에는 직접 러시아를 방문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1년에도 방러를 했다. 북러관계발전에 동력을 더 실어내는 행보였다.

 

이것들은 현 시기 이루어지고 있는 북러협력관계가 김일성 주석이 개척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발전시킨 정치활동에 기반하고 있는 것임을 잘 설명해준다.

 

북러관계 발전의 본질은 반미정치연대인가.

 

많은 전문가들이 일치되게 분석하고 있는 대로 경제분야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 시기북러 협력은 정치외교적인 분야로까지 발전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징후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지난 6월 러시아소리방송이 북러 양국이 나진항을 드나드는 대형선박의 안전 확보를 위해 러시아 보조함대를 항구에 주둔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를 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크게 주목했다. 어떤 식으로 보아도 양국 군사적 협력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던 것이다.

 

최근 리수용 외상의 방러 등 양국 고위급인사의 상호방문 또한 북러관계가 정치외교적 부분으로까지 확대강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 징후로 된다. 그것을 두고 경협활동의 일환으로 국한시켜 볼 전문가는 없다.

 

푸틴의 ‘신동방정책’ 역시 북러 간의 밀월관계가 단순히 경협에 국한되어 있지 않음을 반증해주고 있다. 푸틴의 신동방정책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이른바, 아시아귀환정책과 맞서면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동북아지역에 확대하려는 것을 기본취지로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은 아시아에서 있게 될 대립의 축소판과 많이 닮아 보인다.

 

이 모든 것들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의 북러관계발전이 결국은 반미정치연대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일성주석과 스탈린사이에 공고하게 이루어졌던 사회주의 정치연대가 소련의 해체로 약화되는 위기를 맞았으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를 거쳐 지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시대에 들어서서 반미정치연대로 복원되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가들이 주목해야하는 뉴스 하나가 있다.

"최고사령관(김정은) 동지께서 조러 친선관계가 더 높은 단계에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지난 7월 방북한 러시아 중앙군악단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황병서가 언급한 ‘더 높은 단계’가 구체적으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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