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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안전’도 ‘안보’도 없는 나라

by 전선에서 2014. 10. 20.

안전안보도 없는 나라

<분석과전망>엔진에 치명적 결함이 있음에도 F-35A를 구입결정하기로 한 군당국



 


이봐

사진을 찍다말고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험악한 표정을 짓고 버럭 악을 쓴 사람은 70대로 보이는 노인이었다. 매대의 주인이었다.
왜 그리 예의가 없어!”

사진을 찍으려면 말을 하고 찍어야지 무턱대고 핸드폰카메라를 들이댔다는 것이었다. 거칠었다. 군인 풍모도 슬쩍 읽혔다.

 

어쿠 죄송합니다. 어르신

근데 뭘 찍은거야? 이건 조선일보 아냐, 근데 왜?”

근데, 제가 예의가 없는 놈으로 보입니까

그래, 그렇게 보여!”

 

말할 맛이 났다. 조금씩 목소리를 높이며 그러나 잔잔하게 말을 했다.

이 신문을 좀 보십시오. 제가 예의가 없는 것이야 어르신의 호통으로 해결될 것이지만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안전이 없고 거기에다가 안보도 없는 것은 어찌해야합니까? 그것을 조선일보가 첫 탑기사로 올리지않았습니까?”

노인은 자신의 매대에 깔려 있는 신문의 큰 기사 제목을 꼼꼼히 보는 듯했다.

 

그렇군!”

내용을 보지 않아도 제목만 보아도 다 안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판교 환풍기 참사현장에 단 한명의 안전요원도 없다는 것에 경악하지 않을 국민들은 사실, 없을 것이다. 사상최고의 참사로 기록될 세월호 참사가 발생 200일이 가까워 오는데도 진상규명과 관련해 단 한치의 진전도 없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사진에 찍힌 또 하나는 F-35A가 엔진결함을 내보이고 있는데도 우리군당국이 아무런 조치없이 구입계약을 했다는 기사였다.

 

그렇죠?”

나라가 썩어빠졌어

그래요. 안전도 없고 안보도 없어요, 이민 간다는 사람도 많아요

이민? 미친, 그래선 안돼지. 그래도 태어난 조국을 버리면 되남. 근데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야

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인데요

종북이군
?”

아니면 말고. 어디 가는겨?”

왜요?”

인상이 좋아

할 말 할 수 있는 듯한 분위기라는 판단이 섰다.

탈북자들이 대북전단을 뿌려서 파주나 연천 등 그 지역 사람들이 불안해죽겠다는데 우리정부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면서 막지 않고 있쟎습니까. 그래서 말인데요. 광화문에서 우리각하한테 풍선 한번 날려 볼라구 가는 겁니다. 우리도 표현의 자유가 있는 거 아닙니까

무슨 풍선?”

세월호특별법 제정하라는 풍선요

개새끼들

누가요

정치꾼들말야

빨리 가, 지하철 문 열렸쟎여

그렇게 노인과 헤어져 광화문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는 서둘러 조선일보를 검색해 기사를 읽었다.


 

 

그 유명한 F-35A. 유명하다는 것은 F-35A5세대 스텔스 전투기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나라가 도입하는 과정에 숱한 논란이 많아서이다.

F-35A가 이륙 중에 화재가 발생한 것은 지난 6월이었다. 전투기 뒷부분에서 불이 난 것이었다. 조종사는 비상 탈출을 해서는 죽음은 면했다. 플로리다 에글린 공군 기지에서였다. 미군은 곧바로 F-35A에 대한 비행중단 결정을 했다. 그리고는 이어 조사에 들어갔다.

 

미 공군당국이 조사 결과를 우리 군당국에 회신한 것은 최근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회신은 "엔진의 로터(회전 부위)와 스테이터(고정 부위) 사이 마찰이 전투기 표면 재질인 티타늄의 변질과 피로를 가져왔다""이로 인한 미세 균열이 과도한 마찰로 이어졌고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엔진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미 공군의 결정이 재설계를 통한 엔진 로터와 스테이터 시스템의 변경인 것에서 이는 실체적으로 확인된다.

 

무기도입과정에서 확인되는 이러한 사항은 가히 결정적인 문제로 된다. 그렇지만 이것을 우리군 당국은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미 정부가 조사 보고서를 보낸 11일 뒤인 지난달 24일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F-X사업 협상 결과'를 그대로 의결한 것이다. 이는 곧바로 미국과의 정식 계약 체결로 이어졌다. 지난 930일이었다.

 

미래 공군력의 향방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사업인 2018~2021F-35A 도입 사업인 F-X사업은 그렇게 결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정부는 매년 예산을 투입해 대금을 지불하게 된다. 총사업비는 무려 73418억원에 달한다. 대당 1210억원, 40대이다.

 

조선일보는 "무기를 사는 쪽이 돈을 내기 때문에 엔진 결함 등의 문제가 나오면 계약을 미루거나 판매자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 것이 상식인데 우리 군이 단순히 '미국이 해결할 것'이라며 계약을 강행한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는 군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상식에 근거한 비판적 기조이다.

처음이 아니다. 지난 17일에도 차기 전투기(F-35A) 장착 무기 부족'반쪽 戰力' 우려라는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공군당국이 F-35A를 들여오기로 하면서 "북한군을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공군력을 보유하게 됐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전시에 장착할 무기 부족으로 절반가량의 전력만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을 한 것이었다.

국민들이라면 당연히 불안해할 것이다. 유수의 언론들이 그것을 대변했다. 대한민국에 안전이 흔들리고 안보가 흔들리는 현장을 또 다시 국민들은 그렇게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사병들이 잘못된 군문화 때문에 맞아 죽어나가고 장성들은 성폭행으로 구속되는가하면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도입하는 과정도 투명하지 않고 졸속으로 하는 것들 속에서 국민들이 확인하는 것은 안보가 없는 대한민국이다. 걱정이다. 국민들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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