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전망>미국, 블레어를 통해 한일정상회담을 압박하는 것인가?
데니스 블레어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정보인사로서가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우리에게 다가들었다. 한일정상회담을 그리고 한미일3각공조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20일이었다. 내용은 21일자 보도에 실렸다. 북핵을 둘러싼 북미관계 그리고 한일관계정상화문제가 주 내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일견 실망하는 눈치였다. 북핵 관련해서 주목을 끌만한 내용이 전혀 없어서다. 사람들이 블레어에 대해서 적잖은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블레어가 DNI국장으로 재직하던 시기 대북 고급 정보를 풍부하게 공개하곤 했던 것에서 생겨난 기대이다.
그렇지만 블레어의 인터뷰의 대북관련 내용에는 사람들이 기대했던 대북정보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쓴다면 미국이 핵무기로 보복해 정권이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표할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정보가 아니어서다. 특별한 정치 견해 또한 아니어서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말이다. 군인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점에서 미국 태평양사령관 출신이라는 블레어의 이력에 잘 어울릴 듯한 말이기는 하다.
오바마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 전혀 변함이 없다는 것을 밝힌 것 역시도 특별할 것이 없다. 북미대결전에 최소한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상식적인 수준에서 알고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블레어는 “오바마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야만적인 정권이 자멸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는 말을 강조하는 것을 통해 전략적 인내 정책의 근간을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화재개론에 대해 일축을 해버리는 것 역시 전략적 인내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북한과 대화를 나눠봤지만 그 결과는 계략에 불과했다"고 했다. 블레어는 기간 북한과 대화를 해보고 난 뒤에 얻은 결론이라는 듯 "결국 북한의 체제를 바꿔야 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실현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
그렇듯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고수하고 북한과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밝힌 것이 북미관계에 대한 블레어의 인터뷰의 핵심이었다.
사람들은 정보통 블레어에 대해서는 그렇듯 실망했지만 그러나 정치인 블레어에 대해서는 다들 긴장을 해야했다.
블레어의 인터뷰는 북미관계에서와는 달리 한일관계에 대한 부분에서는 관심을 끌만한 대목을 적잖게 포함하고 있었던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였다. 블레어는 한일정상회담 전망을 밝히면서 과거사를 언급했다. 일본에게는 과거를 정면으로 직시하라고 했다. 피할 것이 아니라 털 것은 털고 가라는 것을 주문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미래를 바라보라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민들의 분노를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과거사 문제에 계속 지배당할 수는 없다"면서 한 말이다.
이것들은 블레어가 한일양국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것이 과거사라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내 대표적 지일파 인사다운 면모이다. 모든 것이 매우 구체적이라는 것도 그 면모에 의해서 나오는 것들이다.
블레어는 급기야 한미일3각공조까지도 언급을 했다. “한국, 일본과 각각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이 호스트가 되어 한·미·일 3자회담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유익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것이 주목될 수 밖에 없는 것은 블레어의 견해에서 바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북한이 한미일과 게임 중에 있으며 그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핵과 미사일 그리고 미국인 인질을 활용하고 있다는 언급을 한 것이다.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한일관계가 복원되는 것은 미국이 미일동맹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조건에서 한미일3각공조를 이룰 수 있는 핵심으로 된다. 미일동맹의 강화는 일본의 자위권 강화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찬동하고 지지하는 것에서 확인된다. 머지않아 일본이 미일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여 유사시 미군에 대한 지원범위를 확대하게 되는 것에서 확인되는 것도 미일동맹 강화 움직임이다.
마침내 블레어는 “성공적으로 정상회담을 한다면 양국 국민이 움직일 수 있는 신호가 될 것이다”는 기대를 표명했다. 이를 두고 단순한 기대 표명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미국의 한 급 있는 정치인사가 한일관계에서 중요한 문제로 되는 정상회담에 대해 정치적 견해를 피력했다는 것은 사실, 매우 특별한 사안이다. 블레어의 태세가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여지는 이유이다. 한미동맹으로 불리우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역관계에 기초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되는 결론이다.
블레어는 세밀함까지도 보여준다. "만일 정상회담을 할 경우 중·일 정상회담보다는 훨씬 더 솔직한 화해를 이뤄낼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한 것이다. 중국과 비교하는 만큼 민감하다. 즉, 극히 정치적인 것이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어떤 것을 도출해내느냐가 중요하며 공통의 이해와 기반을 형성하기 위해 양국 정부가 노력을 해야 한다"
결국 블레어는 그렇게 주문을 했다.
이것들은 블레어의 한일관계에 대한 견해 표명이 미국이 우리정부에 대해 한일정상회담을 압박하고 있는 작업의 일환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블레어가 "한·일 양국 사이에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은 그런 점에서 압박의 모양새를 상쇄하려는 외교적 언사일 뿐이다. 블레어가 오바마행정부에서 특별한 직책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것도 압박의 모양새를 상쇄시키고자 사용하고 있는 장치로 된다. 일단은 비공식적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미국이 이후, 한미일3각군사공조를 실현할 목적으로 한과의 대결정도를 높게 가져가면서 한일정상회담을 물밑에서 뿐만 아니라 공개적으로도 강도 높게 강제하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
“북미대화는 없다. 그러나 한일대화는 해라”
이것이 미국이 블레어의 연합뉴스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에 보내고 있는 메시지이다. 우리정부의 이후 대응이 주목된다.
'분석과 전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정상적인 박근혜정치 (0) | 2014.08.26 |
---|---|
아! 성묘 (0) | 2014.08.25 |
정청래 의원, “전민항쟁으로” (0) | 2014.08.25 |
미국, 금강산관광재개의 길 터주는 것인가? (0) | 2014.08.24 |
세월호투쟁, 청와대로 향할 수 있을 것인가? (0) | 2014.08.23 |
중층적으로 요동치는 동북아정세 (0) | 2014.08.21 |
일본지자체장의 방북 (0) | 2014.08.19 |
정부,‘어떠한 현안도 논의할 수 있다’ (0) | 2014.08.18 |
한반도 위기,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0) | 2014.08.18 |
거침없는 일본의 대북행보 (0) | 2014.08.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