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주통일연구소
  • 자주통일연구소
분석과 전망

거침없는 일본의 대북행보

by 전선에서 2014. 8. 14.

<분석과전망>북한 외무상과 선 채로 비공식 접촉한다더니 정식회담

 





올해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9~10)에서 외교전쟁의 승자는 일본과 북한이었다

중앙일보 13일자 기사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수용 북한 외무상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상이 ARF에서 가장 실리를 챙겼다면서 한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두 외상이 양자 회담을 한 것에 대한 평가였다.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던 정식회담이었다.

 

정세분석가들은 갑자기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에 휩싸여야했다. 지난 4일 일본 교토통신의 한 기사를 일제히 떠올리면서다. 기시다 외무상이 ARF에서 리수용 외무상과 비공식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했던 보도였다. 짧은 기사였지만 꼼꼼한 표현들이 있어 돋보였던 보도였다. ‘선 채로 비공식 접촉이라는 표현이 그것이었다.

 

이를 두고 거의 대부분의 정세분석가들이 일본의 미국에 대한 비위 맞추기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근거는 명확했다.

급진전되는 양상을 띠고 있는 북일대화에 대해 미국의 심기가 보통 불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확인되고 있는 사안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아예 대놓고 발끈하기도 했다. 지난 7월 아베 신조 총리가 북한을 방문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돌았을 때였다. 기시다와의 전화회담을 해서는 북일정상회담이 한미일 3개국의 대북 연대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언급까지 했던 것이다. 케리의 행태는 국제외교세계에서 너무 나간 것 아니냐, 내정간섭처럼 보인다는 말을 불러올 정도로 거칠은 것이었다.

 

일본의 미국 비위맞추기라는 예상은 미국이 일본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는 것에서도 그 근거를 대고 있는 것이었다. 미국은 일본의 자위대강화조치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지지를 했었다.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중국이 반발하고 더 나아가 러시아도 좋아할 리 없는 사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미국 비위맞추기라는 거의 대부분의 예상은 중앙일보의 현지보도에 의해 보기 좋게 나동그라지고 만 셈이다.

물론 반대로 예상을 한 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자주민보였다. 자주민보는 교도통신이 선채로 비공식 접촉 예정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일본의 눈치보기가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일본의 거침없는 태세로 보았던 것이다. 미국이 반대를 하든 속도조절 강요를 하든 상관없이 북한과 만나겠다는 일본의 강한 의지가 읽히는 것이 북일 외교수장들의 만남이라고 한 것이다.

아울러 자주민보는 미국이 일본의 자위대 강화에 찬동지지를 해주고 케리를 내세워 압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의도를 맞받아 치는 일본의 거침없는 행태가 동북아질서재편 과정에서 미국의 힘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해주는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정확했다. 특히, 일본의 행보가 이후에도 미국의 말을 잘 듣지 양상으로 순차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은 더욱 그랬다.

 

ARF에서의 일본의 거침없는 행보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10ARF 전체회의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앞두고 기시다 외상과 이수용 외무상이 한꺼번에 자리를 뜬 것이 그것이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다섯 번째로 입장을 발표한 이 외무상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16번째 발언자가 발언을 끝내자 기시다 외상과 함께 자리를 떴다. 그로부터 두 번 뒤에는 윤장관의 연설이 예정되어있었던 때였다.

특히 윤장관의 연설 내용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현안 등 중요한 이슈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을 비판하고 드레스덴 선언 등 대북정책을 설명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일 두 외교 수장은 이를 거스르고 회의장을 나섰고 곧바로 다른 방으로 들어가 결국 정식 양자 회담을 한 것이었다.

 

이것은 미국의 눈치를 보기는커녕 우리나라까지도 이를테면 보란 듯이 내치고 만 것이었다. 연합뉴스는 지난 4, 북일 외교수장이 선채로 비공식접촉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한국을 의식한 행동이기도 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가 있다. 일본이 거침없는 행보는 연합뉴스의 전망까지도 엇나가게 하고 만 것이다.

 

중앙일보는 이를 일러 압권이라는 표현했다. ·일 외교장관 회담은 2004년 이후 10년 만에 이루어진 회담이었다. 그 회담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중요하지 않다. 이후 북일회담의 결과에서 알려지게 될 내용이다.

 

선채로 비공식 접촉을 할 것으로 알려졌던 북일 접촉이 북일 외교수장회담으로 마무리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회담시간마저도 우리정부가 북핵을 비난하는 시간대에 진행되었다는 것에서 확인되는 것은 결국, 일본의 거침없는 태세이다.

거침없다는 것은 미국 그리고 한국에 대한 자세와 태도에 대한 것으로 좁혀 볼 수 있다. 물론 종국적으로는 북한이 주도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북일정상화에 대한 전망이 밝게 열리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대북행보에서 거침없는 태세가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결정적 이유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