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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갈루치가 움직인다.

by 전선에서 2014. 8. 11.

<분석과전망>갈루치, 케네스 배 석방을 위해 평양방문 길에 오를 것인가?





"미국이 북한과 대화재개에 나서야 한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가 주장한 내용이다. 갈루치는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핵문제를 이대로 계속 외면하는 것은 이미 악화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그렇게 말했다. 연합뉴스가 제네바 합의 20주년을 맞아 가진 인터뷰에서였다. 갈루치는 1994년 제1차 북핵위기 당시 제네바 합의를 끌어냈던 총책이었다.

 

19941021일 미국과 북한이 이루어낸 제네바 합의는 역사적인 것으로 북미대결전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북한은 핵시설 건설을 동결한다

미국은 이에 대한 대가로 북한의 경수로 건설을 지원해준다

제네바 합의의 핵심 내용은 그러했다. 세계의 많은 정세분석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었던 내용이었다. 누구할 것 없이 북미대결전을 마침내 종식국면으로 진입시키는 프로세스라고 평가를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 정반대였다. 그 합의가 종이조각이 되고 만 것이었다.

 

그 후 북미는 다시 합의에 이르기 위한 새로운 공정을 잡아나갔다. 6자회담이었다. 그렇지만 20038월부터 200812월까지 여섯차례에 걸쳐 열린 6자회담 역시도 아무런 성과도 없이 없어지고 말았다.

 

연합뉴스에 밝힌 갈루치의 주장은 대단히 현실적인 것이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대단히 미국적인 주장이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북한의 핵무력 강화를 막아야한다는 문제의식에 탄탄히 기초해있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갈루치는 "북한 핵문제는 포도주처럼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더욱 정교한 핵무기 그리고 그 운반체계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갈루치는 제네바 합의가 무산 된지 20년이 지난 지금에 한반도의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틀과 구조가 없다는 것을 가장 우려스러운 것으로 꼽았다.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할 수 있는 아무런 수단이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북한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북한에게 핵무기 재고를 늘리는 시간을 줄 뿐만 아니라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계속되고 있는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을 대놓고 비판한 것이었다.

전략적 인내라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일갈한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전에는 '전략적 인내'가 필요하다는 게 미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지않느냐고 연합뉴스가 물었을 때 갈루치는 오히려 전략적 인내는 봉쇄정책이라고 규정한 뒤 봉쇄정책으로 어떻게 핵무기 개발을 막고 도발행위를 막을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던 것이다.

 

갈루치는 미국의 대북제재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의 대북 태도와 북한의 특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중국이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또 북한은 외부로부터의 제재를 버텨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대북제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덧 붙혔다. 오바마행정부에 대한 비판의 날을 무디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갈루치의 주장이 대단히 현실적인 것은 아울러 북미대화가 11월에 있는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오바마에게 유리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이 자신의 핵.미사일능력강화를 미국에게 정치적으로 가장 효과를 높이는 방식으로 표출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예컨대,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실험이나 장거리로켓시험을 인공위성 발사라는 이름으로 하게 된다면 오바마행정부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갈루치의 주장이 현실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갈루치의 주장이 북미대결전의 현 주소에 정확히 입각해 나왔다는 점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갈루치는 지난해 9월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 관리들과 가진 비공식 접촉에 대해 언급을 했다. 여기에서 미국이 북한에게 비핵화의 진정성을 구체적인 조치로 보여달라고 했지만 북한 관리들은 이에 대해 6자회담이 시작되기 전에는 어떠한 양보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갈루치의 오바마행정부에 대한 주문은 대단히 구체적인 것이었다. 갈루치는 예비협상(pre-talks)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예비협상은 북한이 완강히 거부하는 비핵화의 진정성을 요구하지 않아도 되는 협상이라는 것에 주목한 결과였다. 갈루치는 예비협상을 강조하면서 그것이 북한에 오랫동안 억류되어있는 케네스 배를 북한이 석방시킬 길을 열어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 또한 대단히 현실적이다. 갈루치는 북한으로부터 비정부기구(NGO)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방북해달라는 뜻을 전달받고 있다는 것도 밝힌 것이다. “정부가 요청한다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 한 말이다.

 

북미대결전이 군사적 대결 양상으로 그 치열성을 더 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갈루치의 이러한 입장은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 없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된다.

 

트랙 2(민간) 차원의 역할은 궁극적으로는 정부 대 정부의 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는데 의미가 있다는 갈루치의 말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베이징을 향하는 비행기 트랩에서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갈루치의 모습을 상정해보는 것은 따라서 상정만으로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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