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녀에게
권말선
너는 잊었니
같이 갈 수 없어
이별해야 하니 후에
안동 어느 거리의
'에덴' 꽃가게를
찾아 오라던
꼭 나를 찾아 와 달라던
막연했던 약속
고향 떠나고
에덴도 떠나왔지만
아직 기억해
다시 만나자던 다짐
열일곱 같은 나이라도
언니처럼 든든했던 너
막 시작한 공장 생활
졸음과 싸우던 날들
하루의 노동 끝내고
야학가는 버스에서
기대 잠들던 네 어깨는
어쩌면 그리도 포근했는지
아무 준 것도 없는
내가 떠나올 때
너는 왜 눈물로
아파했었니
친구야, 잊지 말아 줘
짧았던 몇 달
순했던 우리 우정
언젠가 다시 만나
여전히 네 어깨 따스한지
기대어도 보고
이제는 내 어깨도
내어줘야지
커다란 네 눈, 하얀 네 웃음
지금도 똑 같겠지
보고싶은 내 친구
순녀야!
201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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