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2
권말선
열 살 무렵 학교에서 돌아오니
퍽석 무너질 것 같던 초가지붕대신
매끈한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우리집,
튼튼한 벽돌들로 마당이 가득찬 것이
쪼꼬만 눈엔 큰아버지댁 기와집 부럽잖게
멋져보였던 기억이 아버지를 생각하면
빠지지 않고 먼저 떠오른다
고생 끝에 장만한 마당 넓은 집
비 들지 않는 지붕으로 고쳐 놓으신
그 마음은 얼마나 그득하셨을까
환갑 겨우 넘기시고 고난했던 삶 접어
떠나시던 날 비가 소롯 내렸었던가
안녕히 가시란 인사대신 속으로
속으로만 기도같은 노래를 불러드렸다
자식들 위해 내 한 몸 힘들어도
온 정성 다해 좋은 것으로 채우고픈
凡父든 國父든 아버지 마음은 똑같아
그래야 그 마음에 행복이 든단 걸
나이 들어가는 이제사 느끼게 된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곰살스런 표현은
속으로만 챙기시고 그윽한 눈빛,
진중한 인내로 기다려주신 아버지!
곁에 있는 자식은 눈에 보여 애닳고
곁에 없는 자식은 눈에 밟혀 애타고
집 한 칸 번듯이 지켜 놓으면
집 떠난 자식은 언젠가 돌아오리라
얼마나 마음으로 다짐 했으면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으면
'죽어도 이 집을 떠나지 않겠다'
절박했던 그 말씀 가슴을 때린다
고난한 삶에도 웃음을 찾고
형제간에 우애있게 지내야한다,
뿌리를 잊지 말라 가르치셨던
세상에서 젤 좋은 우리 아버지라고
이제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있다
길 없는 길에서 다시 뵈옵는
아버지, 아버지, 고마운 이름
나의 생 다하도록 빛내일 이름
오늘도 보고픈
아버지,
우리들 아버지시여!
201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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