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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여성 노동자들의 미소 띤 얼굴을 보며

by 전선에서 2014. 3. 19.

 

 

 

 

 

 

여성 노동자들의 미소 띤 얼굴을 보며

 

 

1
나이 스물 몇 살 되어 보이는 젊은 여성들
커다란 방직기계앞에서 일하는 모습
깔끔한 작업장, 단정한 옷차림, 당당한 표정.

사진 속 그녀들 얼굴 어찌 그리 환한지
한참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데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은 오래된 지난 날

그녀보다 더 어린 열일곱 나이에
가난한 집안에 일반고등학교는 사치라고
친구따라 대구 언저리에서 시작한 공순이 생활
끼니마다 먹어도 허기졌던 식판 위의 찐 밥,
친구어깨 베개삼아 졸음과 싸우던 일,
먼지나는 공장과 어둡고 우울하던 기숙사,
'꾸리'라는 기다란 막대에 실을 감아 꽂아주면
어린가슴 삼켜버리려 달려드는 무쇠 손아귀
무지막지 철커덕대며 돌아가던 괴물같던 기계,

나중에라도 꼭 만나자던 어깨를 내어준 순녀와의 약속도
한때나마 가졌을 까륵대던 청춘의 웃음도
무참히 사라져버린 일년 남짓의 생활이
순서도 없이 마구 떠올라 혼자서 울먹울먹



2
유치원에 아이들 데리러 간 엄마들 행복한 얼굴
아직 해가 한참 남은 듯 환한데
달덩이처럼 뽀얗고 사랑스런 아가와
머리를 깡총 묶은 귀여운 여자아이와
의젓하게 기다리는 제법 큰 아이 하나,
한 녀석은 공손히 손을 맞잡고 선생님께 인사드리네

퇴근길, 종종대며 아이들 데리러 달려가면
동무들 다 집으로 돌아간 텅 빈 유치원에
일곱살, 다섯살 내 아이들만 덩그러니 남아
미리부터 가방 메고 엄마 언제 오나 문간에 서성이던 모습,
기다리다 지쳤으련만 나를 보자 꽃처럼 활짝 웃던 얼굴,
그 얼굴에 소박한 웃음만 머물면 된다고 애써 미안한 맘 달래며
놀이고 교육이고 여행이고 넉넉히 해주지 못하고
이 날까지 하루 세 끼와 비바람만 간신히 막아주었는데
천진한 아이들의 웃음이야 같을지라도 그 뒤에 깔린
엄마의 마음은 사뭇 다를 것 같은, 
평화로이 미소 띤 평양 엄마들 보며 생각에 잠기다


3
젊은 청춘의 날엔 배움에 열중하며 친구들과 우정을 쌓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었을 땐 십 년 이십 년 후까지
교육비, 보험료, 시집장가 보낼 걱정없이
종종대는 발걸음, 지친 기다림 없이,
명랑한 아이 목소리, 행복한 엄마 웃음
집 안 가득 퍼지는 평화와 아늑함...
나와 또 다른 나, 자본의 그늘아래 사는
이 땅의 많은 여인들은 누리면 안되는 것인가고
평양방직공장 여성노동자들 모습이 찍힌
두 장의 사진을 바라보며
허공에 대고 짠 눈물로 하소연하다가

조선 천지에 평화로운 통일의 그 날이 오면
모든 아이들이, 젊은이들이, 엄마들이
나와 이웃을 사랑하며
함께 모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그런 멋진 삶을 살 수 있을거라고,
꼭 그렇게 되리라고
행복한 상상 마음껏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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