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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 전망

핵시설 폐기와 대북적대 폐기

by 전선에서 2020. 1. 14.

실효성이 다된 대북적대를 버리고 푸에블로호가 기다리는 평양으로

<분석과전망>북미협상의 새로운 판은 언제쯤일까?




 

"북한에 접촉해 협상을 이어가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0일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재개를 북에 요청했다는 뜻이다. 북의 정면돌파전 선언 뒤 미국이 내보인 공식적 반응이라 나쁘진 않다. 물론, 전제가 있다. 과거의 셈법처럼 시간만 끌려는 것이 아니어야하고 근본적으로는 북이 정면돌파전을 결정했다는 것을 반영한 입장이었을 경우다. 김계관 북 외무성 고문이 다음 날인 11일 발표한 담화와 결부해보면 미국의 협상재개 요청에 대한 의미와 전망을 추론해볼 수 있다.

 

김계관 담화는 이후 북미협상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담고 있다. 김계관 고문은 일부 유엔제재와 나라의 중핵적인 핵시설을 통채로 바꾸자고 제안했던 윁남에서와 같은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이 핵시설 폐기를 대북제재 완화와 빅딜하는 안을 던진 것은 사실, 파격이었다. 핵보유 전략국가가 구사하는 여유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한 발 더 들어가면 김정은 위원장이 군산복합체에 자유롭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지형을 고려해 베푼 배려처럼 읽혔다. 그 배려를 그러나 미국은 받질 않았다. 이해는 되었다. 미국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합의했을 때 미국이 그 약속을 순순히 이행할 것으로 본 전문가는 없었다. 미국이 70 여 년 동안 제국주의로서 구사해왔던 한반도 지배전략을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하루아침에 폐기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대로 미국은 협상을 질질 끌었다. 북에 북으로선 받을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들이밀면서다. 북미협상은 그렇게 교착상태로 고착화됐다. 이에 가만 있을 북이 아니었다. 미국이 북미협상 교착에 집중하는 동안 북은 새로운 주체무기 개발에 속도를 냈다. 당연히, 일반적인 군사활동이 아니었다. 북의 주체무기 개발은 지난 해 127일과 13일의 중대한 시험과 맞물리면서 자신의 정체를 세상에 알렸다. 핵보유 전략국가로서 일상적으로 벌일 수 있는 핵전력 강화를 위한 준비였고 또 그 일환이었다.

 

김계관 담화엔 또 하나의 중요한 대목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주고 트럼프 대통령이 받고 있는 신뢰에 대한 언급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감정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일 뿐이라며 그런 사적인 감정을 바탕으로 국사를 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미 정상 간 신뢰가 갖는 한계를 밝히고 있다. 북미 정상 간 신뢰에 대해 북 고위급 인사로는 처음 내놓은 견해다. 김정은 위원장의 견해라는 걸 의미한다. 이는 북미 정상이 신뢰에 바탕해 구사하고 있는 탑다운 방식이 유효하기는 하지만 여차하면 폐기할 수도 있음을 시사해준다. 북미협상 교착국면이 지속된다면 탑다운 방식을 과감히 접을 수도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김계관 담화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적도 담고 있다. “남조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중뿔나게 끼어드는 것은 좀 주제넘은 일이라며 조미관계에서 중재자역할을 해보려는 미련이 의연 남아있는것 같다고 했다. 중재자 역할에 대한 비판이다. 문재인 정부는 중재자일 수가 없다. 문재인 정부에게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겨레의 통일 사업에서 한발 비켜서는 중재자의 역할은 애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중재자라는 정치수사를 써왔던 건 미국 눈치를 보는 걸 포장한 것이었다. 이해는 된다. 자본주의 정치, 분단정치의 생리 구체적으로는 한미관계를 반영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이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조건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사이며 태세다. 문재인 정부는 당사자이며 문재인 정부가 충실해야할 것은 당사자로서의 기본 역할이다. 북미협상 교착국면에서는 더욱 더 요청된다. 북미 간 중재자도 아니면서 북미 정상 사이에 주제넘게 끼어드는 일을 멈추고 평화 번영, 통일의 당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새로운 사고를 가지라고 김계관 고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김계관 담화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북미대화의 조건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조미사이에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핵시설과 대북제재 완화를 바꾸지 않겠다고 한 것이 핵시설 폐기에 대북제재 완화를 조응시켰던 과거의 셈법을 북이 폐기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북미 정상 간 신뢰관계의 한계를 언급하면서 북의 요구사항을 수긍할 것을 그렇게 제기한 것은 미국에 이른바, 새로운 셈법을 요구한 것이 된다. 새로운 셈법은 분석가들이 이런 저런 사족을 붙혀 설명을 할 정도로 복잡한 게 아니다. 명백히, 북의 핵시설 폐기 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폐기다. 트럼프 정부의 협상 개시 요청에 대해 김계관 고문은 결국, 핵시설 폐기와 대북적대 철회를 중심에 놓고 협상을 시작하자는 답을 내놓은 것이다.

 

핵시설을 폐기하겠으니 대북적대를 폐기하라는 것은 북이 정립한 정면돌파전에 가장 걸맞는 입장과 태세다. 북의 정면돌파전은 미국이 고착화시키고 있는 북미협상 교착국면을 허물기 위해 세워낸 새로운 북미대결전 승리 전략으로 보인다. 미국의 도발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70여년 북미대결전 종식 전략을 본격화하게 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정면돌파전은 국방에서의 자위 경제에서의 자립 그리고 정치에서의 자주에 기반해있다. 그만큼, 단순한 것도 원론적인 것도 아니다. 반제자주전략인 것이다. 미국은 이제 더 이상 북을 상대로 전쟁을 도모할 수가 없다. 북에 전쟁을 거는 일은 물론이거니와 긴장조성을 한답시고 이란 솔레이마니를 암살한 것처럼 국가 주도의 테러를 감행할 수도 없다. 사상강국 정치강국에 이어 핵보유 전략국으로서의 전쟁억지력이 발휘하고 있는 생활력일 것이다. 미국은 아울러 대북경제제재도 더 이상 가할 수 없다. 대북제재 수단을 더 이상 갖고 있지 않아서다. 설령 새로운 대북제재랍시고 고안해 내놓는다 하더라도 그게 실효성이 없을 것은 너무나도 번하다. 북이 구축해놨다는 자립경제에 의미 있는 타격을 줄 제제수단을 미국은 갖고 있지 않는 것이다. 미국은 또한 인권공세를 비롯해 정치 압박을 가할 수도 없다. 북이 정치와 사상에서의 자주에 기반해 북중러연대를 탄탄히 구축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갈 길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의 길을 갈 것이다

김계관 담화는 말미에 그렇게 쐐기를 박았다. 선명하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가 취해야할 입장과 태도 역시 선명해야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친서를 받는 등 아직까지는 탑다운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대북적대를 버려야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평양행 비행기를 준비해야한다. 북이 요구하는 새로운 셈법이 갖는 구체들이다.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이외에 없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걸 가래로 막아야 되는 처지에 내몰리고 만 트럼프 대통령이 현 시기 북미대결전에서 걸어야할 유일한 길이다. 정세 흐름과 재구성돼가고 있는 동북아정치지형에 의하면 이는 미국에게도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많이 좋은 일이다.

 

버드나무에 물이 오를 즈음 대동강의 푸에블로호는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이어 최근 개장한 양덕의 온천수도 더 콸콸 끓어 오르게 될 것이다. 북은 양덕 온천장을 개장하면서 오시라, 사회주의 문명국 별천지로라는 광고문구를 만들었다. 정세가 좋아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당되는 문구다. 트럼프 대통령은 순순히 접수하면 된다. ‘조미수뇌들사이에 특별한 련락통로가 살아있을 때 말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를 잘 아는 김계관 고문은 정면돌파전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겐 새로운 셈법을 문재인 대통령에겐 당사자 역할을 그렇게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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