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575 행복한 수박 행복한 수박 권말선 "어이쿠, *무쭐하네! 둥글둥글 참 이쁘기도 하다" 듬썩 안아보는 커다란 수박 한 통 쩌억쩍 잘라 놓고 맛있다며 후릅후릅 먹기만 했지 말로 표현을 못하겠더라구... '그대가 사 온 수박이라 더 달고 맛있어요!' 접시를 가지러 가는 척 발딱 일어나며 "행복한 수박" 한 마디 했지만 당신은 못 들었는지 '뭐라고요? 그게 무슨 말이죠?' 묻지도 않더라? "수박이 18,000원이나 하는거예요! 되게 비싸데요? 어떤 걸로 살까? 그대가 가르쳐 준 대로 배꼽이 좁은지 먼저 보고 통통 소리도 들어봤어요! 천 원이 더 비쌌지만 천 원 만큼 더 맛있을거란 생각에 이걸로 샀어요!" 빙글빙글 웃으며 들뜬 목소리로 자랑하던 당신 이리저리 고민하며 고른 수박 한 통은 금 목걸이나 다이야 반지보다 나를 더 행.. 2014. 3. 19. 합(合) 합(合) 권말선 1. 심장과 등은 서로 떨어져 있는 듯 보이지만 서로 반대편에 있는 듯 보이지만 너를 안으면 네 등에 닿은 손이 네 심장을 느끼지 심장과 등은 떨어져 있지 않아 심장과 등은 반대편에 있지 않아 서로를 느끼고 감싸주는 심장과 등은 하나 2. 나의 가로와 너의 세로가 울퉁불퉁 흐트러진 굴곡들을 헤치고 뗄 수 없는 부드러움으로 맺어져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인 우리 하나 3. 심장이 일으킨 전율 손가락 발가락 온 몸 군데군데 돌다 정수리 끝에 모여 와르르 터지는 해맑은 우리 환희 4. 네 등에서 네 심장에서 익숙한 향기 느껴지고 팔 벌려 안음이 낯설지 않은 너 나 우리 5. 서로 둘이지 않은 등과 심장 하나의 살 부빔 하나의 붙안음 흠뻑 젖은 땀 끈적한 눈물로 비로소 찾은 너 나 우리 그렇게 하나.. 2014. 3. 19. 찢겨진 허수아비 찢겨진 허수아비 권말선 무지하던 나에게 압수니 조사니 재판이니 법의 잣대 들이 댈 땐 참 할 짓 없구나 세금이 아깝다 했는데, 축구선수 정대세 변 씨가 고발할 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선수 영입한 기업 응원한 팬들 어이없어 하겠다 했는데, 생각조차 끔찍한게 미제 하수인 전쟁광 그네들 방식으로 통일된다면 북쪽의 2천만 인민들 전부 다 감옥 보내겠던데? 우리끼리 살게 미군 너네 나가라 하면 오라가라 조사에 이것도 저것도 죄다 죄 그러다 결국 감옥에 하지만 말해줄게 아무리 탄압이 거세도 아무도 자주통일의 열망 꺾을 수 없고 오히려 점점 더 퍼져갈뿐인데 제 민족 싫다하고 외세에는 만세 그러면서 휘두르는 허수아비 팔 같은 너절한 국가보안법 영혼도 없어 웃음도 없어 미래도 없어 아무래도 너부터 없애야겠어 민족이 하.. 2014. 3. 19. 높이 들리라, 촛불! 높이 들리라, 촛불! 권말선 광화문 네거리 촛불이 파도칠 때 마음으로만 촛불 켜면서 마음으로만 버스를 달려 광화문 네거리 바라만 봤었지. 촛불이 사그라들고 소고기 수입되고 다시 한 번 좌절하고 이 나라는 왜 이리 힘이 없나 이 나라는 왜 희망이 없나 진실은 정의는 어디로 갔나 그저 한탄만 했었지 대통령 바뀐 후 대여섯 명씩 꾸준히 촛불 켜더니 그 촛불 번지고 번져 다시 광화문 네거리 다시 거센 민중의 물결 빼앗긴 민주주의 찾겠다고 빼앗긴 민주주의 되찾아 오겠다고! 이제 마음으로만 촛불 들지 않으리 내 이웃의 손에 이 나라 온 사람들 손에 촛불이 켜지도록 광화문 네거리로 지금 달려가리 5.16 쿠데타의 딸 51.6% 컴퓨터 대통령 물려받은 돈으로 물려받은 권력으로 누리고 있는 자리 차마 부끄러워 고개 떨구.. 2014. 3. 19. 동지라는 이름의 그대 동지라는 이름의 그대 권말선 6월의 가평 그늘 우거진 강가 동지들과 함께 모여 찰랑이는 강물로 술잔을 채우고 강바닥 돌멩이같은 수다 우르르 풀어 놓으면 가슴 가득 안겨 오는 그리운 얼굴들 이산가족 상봉 눈물바다 헤어지며 흔들던 손 무너지는 가슴 만나지 못하는 설움 갈 수 없는 땅 탄압의 국가보안법 둘러친 철조망 쉼 없는 종북몰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던 전쟁의 불안 60여 년 긴 이별 60여 년 긴 속박 그렇게 우리 남남될까 두려웠고 언제고 만나볼까 아득하게 느껴졌던 그립고 보고팠던 초롱한 눈망울들! 그러나 지금 이 강가에서 갈라진 우리 형제 나 보다 더 그리워하고 나 보다 더 사랑해 온 길 위에서 투쟁하며 자주를 앞세워 통일을 외쳐 부르는 곁에 있는 동지들, 그대들 눈 속에서 그립고 보고픈 북녘의 형제.. 2014. 3. 19. 빵을 두고 갔어요 빵을 두고 갔어요 권말선 시간이 느리게 걷는 우리 둘 만의 나른한 아침 그대가 좋아하는 파리바게뜨 모닝토스트 살살 뜯어 내가 좋아하는 맥심 커피믹스에 적셔 먹지요 파리바게뜨 모닝토스트 삼분의 일 조각은 가져가서 간식으로 먹겠노라며 빵 봉지 뱅뱅 돌려 묶어 두더니 깜빡 잊고 그냥 가셨어요 빵을 두고 갔노라며 다시 오시라 하기 뭣하지만 빵을 두고 갔노라고 핑계 삼아 전화할 수 있으니 얼마나 즐거운지요 “빵을 두고 갔어요!” “다시 오라는 말처럼 들려요” “그런 건 아니지만...” “되돌아가고 싶어져요” “조심해서 가세요” “다시 볼 때까지 안녕...!” 파리바게뜨 모닝토스트 살살 뜯어 혀끝에 녹이면 사르르 감기는 그대 따뜻한 입술, 남은 커피 한 모금 보다 진한 그대 향기, 그대 향기를 두고 갔어요. 201.. 2014. 3. 19. 로케트와 달팽이의 시간 로케트와 달팽이의 시간 권말선 그대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의 꽁무니에 로케트를 달아 발사 시키고 싶어 그대가 내게 오는 그 순간까지만 날아가는 로케트 말이야 그대가 나에게 오고나면 달팽이의 꽁무니에 시간을 매달아야지 세상에서 제일 느리게 기는 하릴없는 달팽이에게 허나 야박한 시간은 로케트도 달팽이도 다 무시해 버리고 제 나름의 규칙대로 째깍대더니 기다림에 애타던 순간도 함께 있어 꿈같던 순간도 모두 날려 버리고 지금은 다시 혼자... 그래도 투정처럼 또 주문을 걸어 봐야지 시간의 꽁무니에 로케트를 달아 그대가 오는 순간까지 날려버릴래 그대가 오면 로케트는 사라지고 이번엔 달팽이의 꽁무니에 시간을 매달아야지 로케트보다 빠른 달팽이보다 느린 마법의 시간인거야! 2013-03-25 2014. 3. 19. 밤, 비에 부침 밤, 비에 부침 권말선 똑. 똑. 또독. 똑. 밤비 내리는 소리, 서걱대는 마음 한 켠 건덩 건덩 두드리다. 채워진 듯 슬쩍 빈 마음의 갈피 빗소리에 묻혀 절뚝 절뚝 서성이다. 딜 랄라 딥 릴 리 가련한 음악들 허공 힘겹게 더듬으며 정지된 나를 달래듯 흐르다. 사랑보다 짙은 그리움 견디지 못해 속울음 우는 밤 어디 너도 한 번 저린 맘 훌쩍여보라는 옛사랑의 소심한 복수인 듯 똑. 또독. 두드리는 비, 똑. 또독. 똑. 두드리는 비 외롭피는 저 비에 그만 마음 부치다. 2013-03-13 2014. 3. 19. 축하하오, 내 사랑 축하하오, 내 사랑 권말선 꽃이니 벌레니 하늘이니 산이니 풍경들 가득하던 휴대전화 앨범에 갖가지 표정으로 모델처럼 뽐내는 그대 모습 무수히 담겼으니 하늘보다 꽃보다 그대 훨씬 이쁜가 보오 축하하오, 내 사랑 자연보다 멋드러진 나만의 풍경이 되셨음을 바라만 보는 풍경말고 이왕이면 든든한 배경이 되는 것은 어떠할까, 내 사랑 2013-03-04 2014. 3. 19. 이전 1 ··· 154 155 156 157 158 159 160 ··· 17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