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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그이의 환한 미소(두번째 시집)

행복한 수박

by 전선에서 2014. 3. 19.

 

 

 

행복한 수박

           권말선



"어이쿠, *무쭐하네!
둥글둥글 참 이쁘기도 하다"
듬썩 안아보는
커다란 수박 한 통

쩌억쩍 잘라 놓고
맛있다며 후릅후릅 먹기만 했지
말로 표현을 못하겠더라구...
'그대가 사 온 수박이라 더 달고 맛있어요!'

접시를 가지러 가는 척 발딱 일어나며
"행복한 수박"
한 마디 했지만

당신은 못 들었는지
'뭐라고요? 그게 무슨 말이죠?'
묻지도 않더라?

"수박이 18,000원이나 하는거예요! 되게 비싸데요?
어떤 걸로 살까?  
그대가 가르쳐 준 대로
배꼽이 좁은지 먼저 보고
통통 소리도 들어봤어요!
천 원이 더 비쌌지만
천 원 만큼 더 맛있을거란 생각에
이걸로 샀어요!"

빙글빙글 웃으며
들뜬 목소리로 자랑하던 당신

이리저리 고민하며 고른
수박 한 통은
금 목걸이나
다이야 반지보다
나를 더 행복하게 한다는 걸
당신이 알아줬으면,
당신이 오래도록 기억해 줬으면...

세상에 크고 맛난 수박
많이 있지만
그대가 사 온 건
시원하고 달콤하고
또 행복한 수박!



*무쭐하다 : 묵직하다

 

201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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