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주통일연구소
  • 자주통일연구소

시::권말선457

코스모스를 위하여 코스모스를 위하여 권말선 ......어느 봄날 누군가 바쁘게 꽃길 가꾸시더니...... 작년 가을의 코스모스길 도레미파솔랄라라 분홍 자주 하양 가녀린 줄기 한들한들 이어지다 끊기다 다시 이어지던 2Km 넘는 상하행 그 꽃길이 너무 밋밋해서 그랬나, 꽃들 향해 손 흔들며 날리던 내 사랑의 외침이 - 오! 얘들아, 안녕? 너희들 정말 예쁘구나! 사랑해, 고마워! - 너무 시끄러워서 그랬나, 올핸 한 쪽 길가엔 키 낮은 코스모스 한 쪽 길가엔 잡초만 덩-그렇구나 바쁘신 사또님 취향에는 길고 한가롭던 꽃길일랑 너무 사치였던걸까 어린 싹들 죄 뽑히고, 내 추억어린 기대도 다 밟히어 가을을 기다리던 이유였던 '코스모스 가득한 길'은 사라지고 작년 이맘때쯤의 희끔한 사진에만 남았어라 용인시 이동면 화산리 입구 은행나.. 2014. 3. 18.
인 연 인 연 권말선 손가락 끝을 스치고 지나간 아쉬운 그대는 그리움에 지친 먼 훗날 꿈속에서라야 겨우 만나지는 것일까 함께한 시간들은 세월을 따라 닦여지고 쓸려가고 잊혀지다 초롱한 추억의 알맹이만 멀리 별빛처럼 반짝이는 것일까 손 안에 담을 수 없는 지나간 날은 가슴에 둥실 그리움의 달로 뜨고 이리도 깊은 밤 꿈 속에서 나를 아니 나는 그대를 찾는 것일까 꿈꾸고 꿈꾸고 꿈꾸면 이룰 수 있다는데 헤어진 우리 인연의 고리는 더듬더듬 언제쯤 다시 엮을 수 있을까 - 10년 1월15에 헤어지고는 못 본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쓰다 2014. 3. 18.
손목시계 손목시계 권말선 유리가 깨어진 손목시계는 죽지도 않고 그렇다고 앓는 소리도 안내고 꿋꿋이 자기 길 잘도 간다 나는 손가락 하나만 아파도 이맛살을 찌푸리고 약국엘 가고 머리를 못감네 설거지를 못하겠네 엄살을 떠는데 거미줄 친 듯 유리가 짜갈라진 손목시계는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보란 듯 째깍째깍 째깍째깍! 나보다 단단한 놈 허허, 무서워서 너 어디 손목에 차겠나 2014. 3. 18.
사랑, 웃자 사랑, 웃자 권말선 사랑 을 예쁘게 포장해 보냈는데 그대는 사랑 더하기 상처 를 주네요 상처난 사랑 을 만지작거리며 비 오는 창가에서 기다렸는데 그대는 비 개고 햇살 들도록 오질 않고 날은 저물었어요 사랑 을 예쁘게 포장해서 다시 보내려다 상처 도 함께 돌아올까봐 두려워 방 한 쪽에 밀어두었더니 사랑 은 저 혼자 울퉁불퉁 울다 잠들었어요 (사랑은 저 혼자서는 오는 길을 몰라 상처니 슬픔이니 기다림이니 그리움이니 하는 애절한 것들과 늘 동무해서 오는지) 어두워진 창가에 우두커니 나 혼자 사랑도 기다림도 잊어보려 바라다보는 허공엔 곤한 가로등 도로를 흐르는 무심한 불빛 구름에 숨어 우는 달과 별 별 별 점점 흐려진 뒤 둥그런 그대 눈빛 그저 한 번 웃어, 웃어보라 하네요 2014. 3. 18.
여치 여치 권말선 찌르르 찌르르 여치 울음 가만히 들으면 귀가 쨍쨍 잡을까 말까 손도 벌벌 여치도 벌벌 찌르르 찍. ** 초등학교 3학년때 지은시, '숨어있기 좋은 집'에서 퍼옴.. ㅋㅋㅋ 2014. 3. 18.
어미새 어미새 권말선 어미새 한 마리 둥지를 틀어 알을 낳고 알을 따뜻이 품어준다 새끼가 나오면 벌레를 물어다 배를 채워주고 둥지가 편하도록 보살펴 주고 또 배를 채워주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애쓴다 행여 천적이 새끼들을 채갈까 노심초사 신경쓰며 제 녀석들 힘찬 날개로 푸드덕 멀리 날 때까지 살아남는 요령, 굵은 비를 피하는 방법, 맛있는 먹이의 종류 쉴 새 없이 알려 주며 또 먹이를 물어다 준다 새끼들 튼실히 자라 둥지를 떠나면 그 녀석도 어디선가 짝을 찾아 둥지를 틀 것이고 새끼도 낳을 것이다. 그렇게 또 한 마리의 어미새가 되겠지 그처럼 때로 나도 나 자신이 한 마리 어미새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한 마리 건강한 어미새로 길러 내기 위해 부지런히 먹이를 나르는 많은 어미새들, 그 중 하나인 것 같다. 2014. 3. 18.
별 하나 달 하나 별 하나 달 하나 권말선 누구의 그림인가...... 까만 서쪽 하늘엔 씻은 듯 맑은 얼굴의 별 하나, 달 하나 그렇게 둘 뿐이다 먼, 먼 공간의 거리 검은 여백으로 펼치고 희끄름 산그림자 한 줄 들러리 삼아 더 가까워지지 못함을 아쉬워 하면서도 이만큼의 거리가 차라리 나은거라고 애써 미소 지으며 그윽히 바라보는 정 깊은 두 눈빛! 까만 밤 하늘엔 떨어져 있어 아름다운 별 하나 달 하나 그렇게 둘이 있고, 어두운 이 거리엔 떨어져 있어 아쉬운 당신과 나 이렇게 둘이 있다. 2014. 3. 18.
4살의 겨울 4살의 겨울 권말선 눈이 많이 내려서 시골쥐가 마당에 동글동글 눈사람을 만들었어요. 와! 여우는 눈사람이랑 눈싸움도 하네요. - 나도 눈사람 만들고 싶은데! 조금 있으면 날씨가 더 많이 추워져서 눈이 펑펑 내릴거야 그러면 우리 나영이도 밖에 나가 눈사람 만들 수 있어요. - 지금도 추운데 눈이 안왔어! 눈이 안와서 서운했구나, 빨리 눈사람 만들고 싶어요? - 나도 장갑끼고 눈사람 만들어서 예쁜 눈도 붙여 주고, 코도 만들어 줄건데! 그래? 눈 많이 오면 나영이도 엄마랑 아빠랑 예쁜 눈사람 만들어 보세요. 그럼 우리 오늘은 동그란 공으로 알록달록 눈사람 만들어 볼까? - 근데 선생님, 눈은 언제 와요? 빨리 오면 좋겠다! 2014. 3. 18.
눈 쌓인 풍경 눈 쌓인 풍경 권말선 밤사이 함박눈 내려 쌓이면 마을은 그대로 한 폭 그림이 된다 마당을 조심스레 나와 골목에 서서 휘- 고요에 묻힌 마을을 둥글게 둘러 보며 하얗게 정지된 온 세상을 욕심껏 가슴에 그려 담는다 굴뚝의 연기 발자국 한 점 없는 눈밭 웅크린 낮은 산의 굴곡 시리고 하아얀 무게를 견디는 고목들 그리고 그 속의 나 얕은 산 아래 소박한 마을의 눈 쌓인 풍경은 지울 수 없는 아련한 한 점 그리움이다 2014.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