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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가끔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그대에게(첫번째 시집)

손목시계

by 전선에서 2014. 3. 18.

 

 

손목시계


              권말선



유리가 깨어진 손목시계는
죽지도 않고 그렇다고
앓는 소리도 안내고
꿋꿋이 자기 길 잘도 간다

나는 손가락 하나만 아파도
이맛살을 찌푸리고
약국엘 가고
머리를 못감네
설거지를 못하겠네
엄살을 떠는데

거미줄 친 듯 유리가 짜갈라진
손목시계는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보란 듯 째깍째깍
째깍째깍!

나보다 단단한 놈
허허,
무서워서
너 어디 손목에 차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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