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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권말선/가끔 힘들어하고 우울해하는 그대에게(첫번째 시집)104

내가 가끔 쓸쓸한 이유 내가 가끔 쓸쓸한 이유 권말선 소리도 없이 이름 불러 보면 가슴에 그윽한 아픔으로 젖어 드는 그대, 빛나는 그 눈빛때문에 환희와 절망 사이를 헤매이게 하는 두렵고 고통스런 그대 향하는 사랑때문에 식어버린 차를 마시고도 온도를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멍한 그리움, 주체못할 그리움때문에 내가 사랑하기엔 그대가 너무 아름답고 그대를 사랑하기엔 내가 너무 초라한 축복에서 멀어진 인연, 아쉬운 인연때문에 내 안에서 자라나는 사랑 다 못 건네 주고는 하루를 보내고 십년을 보내고 그리하여 마지막 삶을 보낼 어느 즈음에도 그대를 연연해 할까하는 모질지 못한 마음 어쩌면 그것때문에... 2014. 3. 17.
어떤 손님 어떤 손님 권말선 먼 길 다녀 온 어려운 손님처럼 그리움이 다시 찾아 온 날 찬서리같은 기운으로 휘감겨 오는 그를 달래느라 뒤척이다 뒤척이다 몸살을 앓았다. 당신을 앓았다. 문득 돌아 본 시간은 저 혼자서 잘도 달려가는데 불쑥 찾아 온 그리움 쉬이 떠날 줄 모르고 떨리는 가슴 부여 안고 눈치만 보는 밤, 잠들 수 없다. 두려움. 두려움. 이 못 떼어버릴 그리움때문에 설레이는 두려움. 12월의 밤공기는 차기도 하여라 홀로 밤거리 서성거릴수록 시린 별빛 저 너머에서 다시 빛나고 마는 당신이여! 이럴바엔 차라리 이럴바엔 차라리 너를 꼭 안고 뒹굴자 하고 손을 뻗어 그를 잡을랴면 고만 다시 떠나고 마는 손님, 그를 어쩔까. 그리운 그리움 2014. 3. 17.
연못가에서 연못가에서 권말선 모르실거예요. 잊으셨겠지요. 하지만 우연히 마주친다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은 들거예요. 비가 내리고 가을이 짙어 가고 우리의 사랑이 끝나던 그 어떤 날 우리는 돌아서 갔지만..., 나누지 못한 인사를 어쩌지요? 연못가에는 그녀만 혼자. 그립습니다. 2014. 3. 17.
언젠가는 다시 만나리 언젠가는 다시 만나리 권말선 언젠가는 다시 만나리 우리 살다 보면 어리고 순진한 마음으로 사랑했던 아름다운 사람이여! 그대 멀리로 떠난 후에 그늘 속에서 울었지만 나 아직 기억하고 있다네 따스한 눈빛과 향기로운 미소. 내 그리워하는 마음 스치듯 그대 곁에 닿는다면 서로 많이 늙어진 더 먼 후에라도 그대 나를 찾아 오세요. 살다 보며는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2014. 3. 17.
이별 이별 권말선 슬퍼하지 말기를 기쁘게 받아 들이기를 후회하지 않기를 좋은 일이라 소문내기를 돌아 보는 일 없기를 더 이상 미련두지 않으며 잘 한 일이라 칭찬 듣기를 그리고 변함없이 열심히 살기를 이별도 사랑이다. 2014. 3. 17.
향수 향수 권말선 내 어릴 적 살던 고향...... 낮은 산 아래, 그보다 좀 더 낮은 언덕을 끼고 작은 시내 돌돌 흘러 내리던 곳. 그때는 몰랐었지, 시냇물 첨벙대며 뛰어다니고, 언덕에 올라 잔디를 밟으며 메뚜기를 잡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를. 한여름 굵은 소낙비에 개울이 불면 치마를 걷어 부치고 강으로 들어가서 긴 머리 풀어헤쳐 감곤 했었지. 허리굽혀 흐르는 강에 머리를 담그면 강물 따라 가지런히 흘러내리던 까만 머리카락들! 누가 키워 주지 않아도 저절로 꽃 피던 봉숭아, 두엄위에서 아버지 키보다 높이 자라던 노란 해바라기, 두려움을 무릎쓰고 올라가 놀던 나이 든 감나무야, 옆집 담너머에서 툭 떨어져 오던 노랗게 익은 살구와 돌담 사이사이 돋아 나던 정구지도 그리워... 이름도 다 모를 풀꽃들은 철철.. 2014. 3. 17.
수선화 수선화 권말선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꿈, 태연히 돌아서지 못할 못내 아쉬운 이별. 폭우속에 떠내려 간 노란 그리움. 홀로 남은 그 향기를 언제쯤, 언제쯤이면 돌려 줄 수 있을지... 긴 아픔이 꽃잎으로 피었다. 2014. 3. 17.
저녁 노을 저녁 노을 권말선 우리 두 사람 지금 이렇게 서 있네요 어슴프레 저녁은 내리고... 아무 말도 건네지 못했지만 울고 있는 가슴을 그대도 아시죠? 담배 연기 속에서 그대 눈빛도 떨리고 있네요. 사랑하는 그대여. 우린 정말 이별하나요? 아직도 그대를 사랑하는데 사랑이 우리를 아프게 하나요? 그대 왜 나를 외면하나요? 사랑하면서도 돌아서야 하는 그대를 알 수 없어요. 안녕, 악수를 나누었어도 사랑하는 이여, 우리 정말 헤어지나요? 이젠 나를 돌아섰나요? 저녁노을 아래에 우리 두 사람 이렇게 멀어지네요. 2014. 3. 17.
나무 한 그루 나무 한 그루 권말선 길을 걷다 우연히 보게 된 그 한 나무! 먼 곳에 저 혼자 서서 아닌 듯 가벼운 손짓을 한다. 참 이상스러운 나무, 처음 대하는 생소한 모습의 이름도 알지 못하는 저 - 나무. 바람결에 실어 조그만 소리로 무언가를 자꾸만 얘기하는데...... 발걸음이 느려지고, 지나치고 난 후에도 돌아보고, 멀어진 뒤에도 그 모습이 아른거려. 가다 보면 또 그런 나무 서 있을까? 나무, 나무, 그 한 나무. 거만한 잎사귀를 휭 흔들며 잠깐 스치는 길 가에 환영처럼 멀어져 버린 알 수 없는 이름. 노래처럼 사연처럼 속삭이던 목소리 하필이면 내게, 내 심장 언저리에 싸아하게 박혔다. 아, 아무도 모르는 따갑고도 즐거운 비밀 한 가닥 2014. 3. 17.